▲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지난 2020년 4월 1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프로야구 롯데자이언츠 자체 청백전이 야간경기로 치러지고 있다.
연합뉴스
가족 친지들이 모두 부산에 살고 있는 한 언론학자는 "부산에서 사직구장이 갖는 상징성으로 인해, 사직이라는 지명은 '부산에 있는 야구장'을 뜻하는 고유명사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라면서 "사직에서 야구 봤다는 것은 부산 사람은 물론 야구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사직구장에서 야구를 봤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했습니다.
언어가 일반 대중들에게 받아들여지는 의미론적 관점에서 본다면, '사직에서 야구를 봤다'는 건 '사직구장에서 야구를 봤다'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상식입니다.
'사직 발언'이 논란이 될 당시, 국민의힘이 한 위원장이 야구장에서 '봉다리'를 메고 찍은 사진을 공개한 것도, 같은 관점에서 발언을 받아들인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를 전제로 한 <오마이뉴스> 보도 역시, 허위 사실이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물론 한 위원장 측의 제소가 단순히 자신의 발언을 바로잡으려는 의도일 수도 있습니다. 분명 한 위원장의 발언은 "사직에서 롯데야구를 봤다"는 것이었고, 오마이뉴스 기사의 부제는 "사직구장에서 야구 봤다"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단순히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해 '구장'을 덧붙인 게 정정이 필요한 허위보도이며 얼마나 심각한 명예 훼손 사유가 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한동훈 위원장은 정치인입니다. 특히 집권여당의 차기 대권 후보로 거론되는 유력 정치인입니다. 정치인은 공적 지위를 가진 공인이고, 때에 따라서는 숱한 비판과 논란도 감수해야 합니다.
많은 정치인은 그런 시련을 발판으로 성장하고, 큰 정치인으로 커나갑니다. "본인 부고 기사 빼고는 모든 기사가 좋다"는 말은 정치권에선 진리와도 같은 말입니다. 그래서 정치인들이 본인 비판 기사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입니다.
그러나 '사직 논란'을 두고 언론에 대응하는 한 위원장의 모습은 큰 정치인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그릇 큰 정치인이 아니라, 상대방의 작은 흠집조차 용납 않는 평검사의 옹졸한 오기마저 느껴집니다. 이는 법무부 장관 시절, 자신을 취재하던 1년차 기자를 '스토킹'으로 고소하고 맹비난하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관련기사 :
"취재를 범죄로 모는 한동훈"... 경찰 수사 받는 '더탐사'의 일침 https://omn.kr/21hfk)
국민이 한 위원장에게 바라는 모습이 이런 형태의 언론 대응은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한 위원장 취임 한 달이 넘어서고 있습니다. 쓸데없는 논쟁에 시간을 소비하기보다는 진정 국민을 위한 큰 정치를 고민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법의 극치는 불의의 극치다'(summum ius summa iniuria)라는 라틴어 문구도 되새겨보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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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구장서 본 거 아니다? 한동훈의 황당한 정정보도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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