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6일 서울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2024 체육인대회에서 행사장에 등장한 구호.
김창금
장익영 교수: 이기흥 회장과 문체부의 대립은 공교롭게도 과거 소수 대의원 투표가 아닌 다수의 선거인단 제도를 통해서 회장이 선출되는 변화와 맞물려 있는 것 같다. 일종의 민선 체육회장이 권력화하면서 부득이하게 대립이 발생한다. 견제와 균형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나쁜 것도 아니고, 정부와 민간의 협력이라는 거버넌스의 문제도 걸려 있다. 다만 이기흥 회장의 행보가 체육회장 3선 전략과 연관이 있다고 보는 시각이 있어, 부정적으로 보일 수 있다.
갈등이 발생하는 요인 중 하나는 예산이다. 체육회 예산은 문체부를 통해 내려오는데, 수직적 관료적 측면을 강조하는 쪽에서는 지원하니 관리·감독은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다른 한편 전문·생활 체육을 운영하고 올림픽 대회 등에 선수단을 보내는 실질적인 주무기관인 대한체육회는 자율성을 강조한다.
대한체육회와 국가올림픽위원회를 현행대로 통합한 형태로 두느냐, 분리하느냐의 문제도 두 기관의 첨예한 이해관계가 걸려 있어 싸움은 매우 복잡한 양상이다. 결국 맞다, 틀리다가 아니라 효율성, 책임성, 자율성 등의 의제를 체육회와 문체부 두 기관이 얼마나 충실하게 이루려 하느냐가 판단의 기준이 돼야 할 것 같다. 자정 능력이 부족하니 통제하겠다거나(문체부), 자율을 주장하면서 책임을 소홀히 한다는(체육회) 식으로 간다면 손해를 보는 것은 '한국 체육'이다.
오태규 연구원: 정부와 정부 지원을 받는 민간단체 사이에 갈등과 알력이 생기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사태는 '불건전한 갈등과 알력'이다. 그동안 한국 체육의 역사를 보면, 정치 권력의 힘이 체육단체보다 압도적으로 컸다. 정치는 각종 자원과 권력으로 체육계를 지지세력으로 활용·악용해 온 역사가 있다. 수평적이지 않고 건전하지도 않은 관계였다.
지금은 거꾸로 체육회 회장이 정치를 역이용하고 있다. 정치적으로 4월 선거라는 국면도 있는데, 체육회의 성명서 정치를 보면 매우 강경한 어조로 돼 있다. 이전과는 다른 매우 특수한 상황이다. 어떤 면에서는 (체육회장 3선) 욕심을 많이 내는 회장이 체육회를 사유화 해 자기 이익 극대화를 위해 싸우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정부 입장에서도 '내가 95% 지원하는데, 나에게 대들어'라는 관성적 생각을 할 수 있다.
불건전한 갈등과 알력의 해법으로 체육계의 민주화, 자주화, 자생적 재정 독립 노력 등을 제안하고 싶다. 정부의 지원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상태에서 체육계가 자기 목소리만 내는 일은 있을 수 없다.
김완태 단장: 한국의 스포츠는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많은 역할을 했다. 선진국의 경우에는 체육이 사회의 변화를 보여주고, 이끌기도 한다. 한국 스포츠 단체 역시 시대의 흐름이나 이동을 알아채고 거기에 맞물려서 가야한다. 가령 정보통신 기술의 변화를 스포츠 일자리와 연결할 수 있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현재 진행되는 체육회와 문체부의 갈등을 보면 '자기 주장만 하는 것은 아닌지'라는 생각이 든다. 체육회 내부 조직이 경기나 경기인 중심으로 가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e스포츠도 부상하고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데, 체육회는 80~90살 분들이 포함된 원로회를 최근 구성했다. 저도 나이가 들면서 세상의 흐름에 적응도 잘 못하는 것 같고, 지식도 부족하다. 너무 엘리트 중심으로 가는 것 같은데, 그러면 스포츠 산업적인 관점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아직도 올림픽 금메달 몇 개를 획득했느냐 식으로 가서는 안 될 것 같다.
체육회가 주도한 해병대 훈련도 마찬가지다. 기업에 재직했을 때 이런 행사를 경험했는데, 당시에도 의구심을 품은 적이 있다. 그땐 오래전이었다. 지금은 스포츠 과학 등을 통해서 해야 한다. 체육회가 문체부와 대립하는 것이 특정인의 정치화, 권력화와 연결돼서는 안 된다. 어떻게든 봉합은 되겠지만 현 상태로 봉합할 수는 없다. 전문가 집단의 공론화, 공개토론이 필요하다.
체육인 목소리는 없고, 체육회 기득권이 문체부와 아옹다옹
사회자: 이기흥 체육회장의 개인기보다는, 체육회 역량 등 구조적 측면에서 변화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저도 1월 16일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2024 체육인대회 현장에 있었는데, 많은 체육인들이 동원됐다는 인상을 받았다. 야외에서는 추운 날씨 탓에 임시 난방시설이 꽤 많이 가동됐는데, 청소년부터 성인들까지 대형 스크린을 통해 나오는 체육회장의 연설에는 관심이 없었다. 외형적 세몰이보다는 내실을 키워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