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온도 내리기, 샤워 10분이상 금지, 온수 빨래 금지... 관리비 줄이기 사수 작전을 펼치다가 부아가 치밀었다(자료사진).
픽사베이
최근엔 사람들을 만나면 '관리비 안녕'부터 묻는 게 자연스러운 인사가 됐다. 다른 아파트 사는 친구들에겐 더 집요하게 묻는다. 우리 아파트만 유독 비싼 건지, 내가 헤프게 쓰는 건 아닌지 확인해 보고 싶어서이다. 한 친구는 작년보다 온도를 2도를 낮추고, 사용량도 훨씬 줄었는데 관리비는 외려 올랐다며 울상을 지었다.
다들 비슷비슷한 상황임을 확인하고 주거니 받거니 서로의 하소연에 커피가 식어가는 줄 모른다. 효과적인 난방 기술과 온수 이용법을 공유하기도 하면서 마음의 냉기를 제거해 본다.
대한민국에서 아파트에서 산다는 건 어떤 걸까? 예전에 한 재테크 책에서 경제적 위기에서 헤쳐 나갈 여유가 있을지 없을지 확인해 보려면 살고 있는 집이 현재 수준의 소득 없이 거주 가능한지 살펴보라고 했다. 현재의 소득 없이 살 수 없는 집에 살고 있다면 위험 상황이라고 했는데 이거 어쩌나, 현재의 소득으로도 살기 힘든 집에 살고 있는 나는.
이 겨울, 따순 방에 몸 한 번 지져보지 못하고, 온수 한 번 콸콸 써 보지 못하고, 창문 한 번 시원하게 열어 환기시키지 못하는 내가 왠지 가난의 한 줌을 쥐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떫다.
징징대는 거 딱 질색이고, 웬만하면 좋게 좋게 생각하자가 나의 신조인데 언제부턴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내내 징징 대고만 있는 것 같다. 장보기 무섭다. 관리비 무섭다. 뉴스 무섭다. 징징... 징징... 어떻게 해야 괜찮아질 거야라는 희망의 다짐을 나에게 또, 상대에게 할 수 있을까?
징징대는 내게 한 친구가 귓속에다 대고 이렇게 말했다.
"더 무서운 사실 알려줄까? "
"뭔데?"
"곧 설이다."
"꺄악!!!"
나이가 들면 귀신보다 돈 나가는 날이 제일 무섭다. 댁내 관리비는 다들 안녕하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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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가족 30평 관리비가 57여만 원... 나만 이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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