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월 31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보도육교에서 주민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있다. 수원 장안구는 복복선(복선을 이중으로 놓은 4개 선로)인 경부선 철도가 지나면서 도시가 동서로 갈린 지역이다. 왼쪽은 수원병 국민의힘 예비후보로 나선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연합뉴스
멀쩡한 철도와 고속도로를 지하에 묻겠다는 코미디 같은 시도가 또 다시 이어지고 있다. 그것도 여야 모두에서.
1월 31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철도도시' 수원을 방문해 철도 지하화에 따른 발언을 한 데 이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2월 1일 서울 신도림역에서 철도 지하화에 대한 당 차원의 공약을 발표했다. 논지는 비슷하다. 철도를 지하화하면 지역 단절이 해결될 것이라는 말이다.
이외에도 4월 총선에 나서는 예비후보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철도와 고속도로를 지하에 묻고 그 위에 주택을 짓겠다, 공원을 만들겠다는 등의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그런데, 지하화라는 말을 쉽게 담는 이들 모두 꺼내지 않는 말이 있다. 지하화에는 큰 리스크가 따른다는 점이다.
열차 운행하며 지하화? 적어도 한국에는 없다니까요
정치권에서 '지하화'를 이야기할 때 주로 예시로 드는 곳은 경의선의 서울 가좌-용산 간 지선(용산선) 구간, 강릉 시내 철도 구간 등이다. 실제로 두 곳은 철도가 지하화되면서 공원과 특화거리, 상업시설 등이 조성됐고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며 명소가 되었다.
강릉시는 시내 철도를 지하로 묻은 자리에 월화거리를 조성하여 중앙시장과 강릉역을 잇는 관광 특화 거리 조성에 성공했고, 용산선 구간의 경우 '경의선숲길'이라는 형태의 공원과 홍대입구역·공덕역 일대의 상업 시설 개발에 성공했다. 이 두 사례만 보면, 정치권에서 이야기하는 지하화의 강점이 드러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두 구간의 지하화에는 전제조건이 있었다. 공사를 위해 철도 운영을 아예 중단했다는 점이다. 용산선의 경우 당시 화물철도로 쓰이던 것을 2000년대 중반부터 운행을 중단한 뒤 공사했고, 강릉 시내 철도도 2014년부터 3년여간 지하화를 위해 운영을 중단했고 정동진역에 임시로 시종착하게 했다.
그렇다면 여야가 모두 이야기한 '경부선 지하화'는 어떨까. 경부선 서울 도심구간은 6개의 선로가 빈틈없이 도심을 훑고 지난다. 지나는 열차도 KTX부터 무궁화호, 그리고 2~3분에 한 번씩 오가는 광역전철까지 다양하다. 이 선로를 모두 지하화하기 위해 열차 운행을 중단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