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시, 시민이 만드는 생태전환 만들려면...

[100만 화성시에 바란다] 박혜정 화성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등록 2024.02.02 13:28수정 2024.02.02 13:28
0
원고료로 응원
경기 화성시는 2001년 군에서 시로 승격하면서 23년 동안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눈부신 발전을 했다. 동탄, 향남, 봉담, 남양 등 신도시 등이 개발되고, 반도체를 비롯한 자동차 관련 기업과 생산업체 등이 들어오면서 전국에서 인구 증가율 1위, 지역내총생산 1위, 재정자립도 1위, 가장 젊은 도시 1위 등을 기록하며 앞으로도 성장 가능성이 높은 도시로 인정받고 있다. 과연 우리 시는 전국 1위라는 품격에 맞는 살기 좋은 도시, 살고 싶은 도시로 성장하고 있는 것일까?

개발과 경제적 성장을 향해 달려왔던 화성은 난개발로 인한 환경파괴, 산업폐기물, 하천 오염과 화학물질 사고 등 주민의 생존권과 환경권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갈등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경기도 내 화재발생률 1위, 산재사망률 1위, 에너지소비량 1위, 탄소배출량 1위도 화성시의 모습이다. 이제 우리는 100만 화성에 맞는 새로운 환경 정책의 방향을 제시하고 체제를 변화해야 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 무분별한 개발이 불러온 기후재난이 전지구적인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는 현실 속에서 이제 기후위기는 환경문제를 넘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는 노동자, 농민, 여성, 노인 등 사회적 약자에게 집중되면서 사회적 불평등이 더욱 심화 되었다. 탄소중립이나 규제로는 한계가 있기에 한정된 자본과 자원을 경쟁적으로 소비하는 경제성장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탈성장'과 '탈소비'를 통한 생태적 순환사회로의 전환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을 존중하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자연권·동물권·생명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탄소배출원 경기국제공항 백지화, 탄소흡수원 화성습지 보전"

 경기도에서 추진하고 있는 경기국제공항은 '자본과 성장'을 상징하는 대규모 개발 사업이다. 전 세계적으로 교통수단 중 탄소배출이 가장 높은 항공기 운항을 줄여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탄소중립을 외치면서 대규모 공항을 추진하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반환경적 사업이다. 공항으로 인한 피해는 사회적 약자인 농어촌 주민과 자연에 기대어 사는 무수한 생명(일부는 이미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들)이 고스란히 받게 된다. 기후정의 실현을 위해서 경기국제공항은 반드시 백지화되어야 한다. 탄소 배출원인 공항보다는 탄소흡수원인 습지를 보전하는 것이 미래에는 훨씬 더 가치가 높아질 것이다. 

화성시장은 경기국제공항 반대뿐만 아니라 화성습지에 대한 정책 방향과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2021년 매향리갯벌은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었지만 체계적이고 생태적인 관리를 위한 계획이나 조례가 제정되지 않고 있다. 매향리갯벌이 지역주민과 공존하며 생태적 공간으로 되살아나도록 복원·관리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간척지 내측 습지도 2차로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고 훼손된 생태계를 연결하는 복원 계획을 세워 세계적인 습지(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화성시는 행정적인 업무를 담당할 특별 지원팀을 구성하여 시민사회와 협력해야 한다. 할 수 있는 일을 안 하는 것은 직무유기이다. 화성습지 내측 습지보호지역 지정과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는 화성시가 생태계 보전과 복원을 통해 친환경 생태 도시로 성장하였음을 보여주는 상징이 될 것이다.   

얼마 전 유해화학물질 보관·저장 창고 화재로 오염수가 하천으로 흘러들아가면서 화성시뿐만 아니라 평택시까지도 큰 피해가 발생하였다. 하천뿐만 아니라 지하수와 토양 오염을 정화하는데 드는 시간과 비용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사고가 발생하자 시민단체는 화성시 인허가가 적법했는지. 환경부는 관리가 철저했는지, 소방국은 화재 진압 시 유해화학물질에 대해 인지하고 진화했는지에 대한 공익감사 청구를 신청하였다. 사고가 생겨야만 '사후약방문'식으로 땜질하는 행정체계의 문제가 매번 반복되고 있다. 화성시는 화학물질 정보에 대한 시민 접근성을 높이고 사전 예방-사고 시 대응– 사후 관리에 대한 행정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안타깝게도 화성시에서 안전하고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모든 시민이 환경감시단이 되어야 한다. 출퇴근길에, 걷기나 자전거 운동 중에, 공원 산책 중에 만나게 되는 환경문제를 감시하고 신고하는 우리 동네 환경 지킴이가 되어야 한다. 화성시는 환경에 대한 감수성과 시민 인식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시민 활동을 지원하고 환경 정책에 대해 시민과 소통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일반 시민은 서류와 증빙자료, 보고서에 질려서 접근조차 어려운 공모사업이나 보조금 지원 사업이 아니라 어린이에서 노인까지 쉽고 즐겁게 참여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시민과 환경을 연결하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정당마다 다양한 공약이 나올 것이다. 환경 공약이 녹색에 탈을 쓴 개발 사업은 아닌지 잘 살펴보아야 한다.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을 말하면서 생태 보전이나 복원이 아닌 화려한 조경 사업과 토건 사업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 20여 년 간 생태적 감수성을 지닌, 자연을 존중하는 녹색 민주 시민의 존재 자체가 기업을 변화시키고 정책을 변화시키는 힘이었다. 조금은 더디지만 '100만 화성시민'의 힘을 믿으며 생태전환도시 화성, 안전하고 건강한 화성이 되리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a

박혜정 화성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 화성시민신문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화성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환경공약 #화성 #화성환경운동연합 #화성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밑빠진 독 주변에 피는 꽃, 화성시민신문 http://www.hspublicpress.com/

AD

AD

AD

인기기사

  1. 1 샌디에이고에 부는 'K-아줌마' 돌풍, 심상치 않네
  2. 2 황석영 작가 "윤 대통령, 차라리 빨리 하야해야"
  3. 3 경찰서에서 고3 아들에 보낸 우편물의 전말
  4. 4 '25만원 지원' 효과? 이 나라에서 이미 효과가 검증되었다
  5. 5 하이브-민희진 사태, 결국 '이게' 문제였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