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식 야채 피자,?핀사?콘타디나(Pinsa Contadina)
김상희
그릴에 구운 가지와 오이를 얹은 농부의 피자 맛은 어땠을까. 원조 피자는 배신하지 않았다. 로마의 품격을 옮겨 놓은 맛이다. 도우를 만드는 법과 화덕의 불 조절 기술이 앞섰고 풍미와 식감 좋은 로컬 치즈를 듬뿍 얹은 로마식 피자는 한국에서 먹는 미국식 패스트푸드 피자에 견줄 바가 못되었다.
현지에서 피자는 일 인분의 음식이었다. 우리나라는 미국식 피자 영향으로 피자라면 무조건 대형 피자에 한 판을 여럿이 나눠먹는 패밀리 음식으로 인식되지만 피자의 본고장 이탈리아는 물론, 피자를 식사로 내는 유럽의 모든 식당은 1인 1피자가 원칙이었다.
만족스러운 식사를 하고 나오니 식당 앞에 엄청나게 긴 대기 줄이 있었다. 우연히 찍은 식당이 현지인 맛집이라니 로또라도 맞은 양 기분이 최고다. 내게 맛집을 고르는 능력이 있는 줄 나도 미처 몰랐다. 이참에 내 속의 숨은 잠재력을 계속 키워가 보기로 했다.
이름도 우아한 '마르게리타 피자'
다음날도 피자집 순례를 이어갔다. 이번엔 한국에서도 더러 먹어본 '마르게리타 피자(Margherita pizza)'를 공략했다. 마르게리타 피자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2017)에 등재되었다는 나폴리 피자 중 대표 격이다.
유시민 작가는 로마를 '전성기를 다 보내고 은퇴한 사업가'에 비유했는데 빛바랜 명품 정장을 입은 노신사 로마는 피자도 품격을 갖추어 만든다. 나폴리 피자 협회에서 정한 약관에 따라 만든 것만 나폴리 피자로 인증받는다. '마르게리타 피자는 도우의 두께가 2cm를 넘으면 안되고 치즈는 아펜니노산맥 남쪽 지역에서 생산되는 모차렐라치즈만 사용해야 하며 크러스트 반죽은 손으로 해야한다. 구울 때는 반드시 장작화덕에 구워야 하고 전기화덕은 금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