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하찮은 걸 써도 되나?'라는 자기 검열은 모든 글의 통로를 막아버리는 강력한 방해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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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이 끝나자마자 글 쓰신 어르신이 다시 말을 이으셨다.
"선생님, 이건 글로 쓰기 너무 시시하지요? 나만 이러고 산 것도 아닌데 뭐."
내 인생 풀면 책 한 권 나온다고 말은 하지만 막상 쓰려고 보면 내 소재는 한없이 하찮아 보인다. 자서전을 쓰는 모든 어르신이 똑같이 말씀하신다. 그럼 나는 꼭 이렇게 말씀드린다.
"어르신들, 이렇게 추운 아침부터 굳이 글쓰기 수업을 오신 건 혼자 보는 글 쓰시려고 온 거 아니잖아요. 독자가 있는 글을 쓰고 싶으신 거잖아요. 지금 저는 독자가 되어서 읽었고요. 그릇과 양은 주전자에 실린 감정이 너무 신선했어요. 이런 소재는 30, 40대에게 절대 나올 수 없는 특별한 소재라서 정말 귀해요."
모든 어르신 얼굴이 밝아지면서 여기저기서 툭툭 소재가 튀어나온다. 한 사람씩 돌아가며 그 시절 이야기를 하면 딱 좋겠지만 수업인지라 나는 추임새로 끊는다.
"어, 맞아요. 그런 것도 제게는 신선해요. 그래서 특별하고요. 그거 잘 기억하셨다가 조금 더 자세히 써주세요. 이번주 숙제입니다."
숙제라는 단어가 그리 반갑지는 않을 텐데 어르신들 표정이 산뜻하다. 자신의 소재가 특별하는 말에 그런 표정이 나왔겠다. 부디 일주일 동안 그 마음이 변치 않기를 바란다. '이렇게 하찮은 걸 써도 되나?'라는 자기 검열은 모든 글의 통로를 막아버리는 강력한 방해꾼이다. 글쓰기를 하려는 모든 어르신들에게 매일 외치고 싶다.
"방금 떠오른 그 소재, 하찮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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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이건 글로 쓰기 너무 시시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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