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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노동기구 "한국 직업계고 현장실습, 최소연령 초과"

ILO전문가위원회 "ILO 138호 협약 위반 소지 높다" 시정 권고

등록 2024.02.17 11:13수정 2024.02.17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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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노동기구 ILO 홈페이지 갈무리. ⓒ ILO

 
우리나라 직업계고 현장실습 제도와 일·학습병행제도가 국제노동기구인 ILO 협약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는 'ILO 협약·권고 적용에 따른 전문가위원회(아래 전문가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16일 민주노총은 위 두 청소년 관련 노동제도가 "18세 미만 청소년을 위험한 노동에 고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ILO 138호 협약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는 전문가위원회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ILO는 2022년 9월 민주노총이 ILO에 제출한 '한국정부의 138호 협약 이행에 관한 민주노총의 견해' 보고서를 그동안 종합 검토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ILO 138호 협약 위반 판단 받은 대한민국

ILO 138호 협약 3조 1항은 '노무의 성격 또는 그것이 이루어지는 환경으로 인하여 청소년의 건강·안전 또는 도덕이 위태로워질 수 있는 경우, 동 노무의 취업최저연령은 18세 미만이어서는 아니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특성화고 3학년(약 16~17세)을 대상으로 '현장실습' 제도와 마이스터고 2~3학년(약 16~18세)을 대상으로 하는 '일·학습병행제'를 운영해 오고 있는데, 현장실습은 인턴십 체험을 학점으로 인정하는 형태이고 일·학습병행은 우선 채용후 교육훈련을 제공하는 형태다.
  
전문가위원회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에서 직업훈련 참여 최저연령이 16세인 것으로 보이며 현장실습생은 일반적으로 고용 및 노동에 진입할 수 있는 최소연령을 초과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현장실습생에 대한 안전 보장 및 충분한 훈련 감독의 부재에 관한 상황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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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특성화고본부가 지난해 6월, 건국대 앞 롯데백화점 앞 광장에서 8년전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열차에 치여 숨진 특성화고 졸업생 김군을 추모하는 모습. ⓒ 전국특성화고본부 제공

 
현장실습 청소년에게 실습 업무도 아닌 일 시켜

그동안 직업계고 학생들의 현장실습 사고는 끊이지 않았지만 제일 충격을 줬던 사건은 2021년 10월, 전남 여수의 한 특성화고 3학년 홍아무개군이 현장실습 중 요트 바닥에 붙은 따개비를 제거하는 잠수 작업을 하다 숨진 일이었다. 당시 홍군은 잠수 자격증도 없었고 현장실습 업무도 아니었지만 홍군에게 12kg 중량납 벨트를 차고 물에 들어가게 해 익사했다.

당시 이 소식은 많은 국민들의 충격에 빠뜨렸다. 직업계고 현장실습이 청소년 실습생들에게 배움과 기술을 제공하기보다 특성화고· 마이스터고의 조기취업률을 높이고 청소년을 이용해 값싼 노동력으로 안전하지 못한 상태에서 일을 부리는 업자들에게 악용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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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출범한 '직업교육바로세우기?현장실습폐지 공동행동' ⓒ 직업교육바로세우기?현장실습폐지 공동행동

 
이 같은 사회적 반향은 지난해 6월 학생·청소년·청년·학부모·교사·인권·노동단체들이 모인 '직업교육바로세우기⋅현장실습폐지 공동행동' 출범으로도 이어졌다.


[관련기사 : "다음 소희는 없어야" '현장실습 폐지 시민행동' 만들어졌다]

ILO 전문가위원회 "직업훈련 최소연령 지키고 노동안전 확보하라"

전문가위원회는 국내 청소년 현장실습과 관련해 한국 정부에 "18세 미만의 현장실습생이 위험한 종류의 노무, 특히 근로기준법 65조에 따른 18세 미만 금지 직종에 해당하는 노무를 수행하지 않도록 할 것"을 권고했다. 또 "이를 위반한 고용자는 경고나 지도를 넘어 충분한 처벌을 부과할 것"도 함께 권고하고 이에 관한 진전사항에 관한 정보와 이 문제에 관해 관련 노사 단체와 진행한 협의에 관한 정보를 ILO에 제공할 것을 요구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대부분의 현장실습제도 및 일-학습 병행제도에서 청소년들이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직업교육바로세우기⋅현장실습폐지 공동행동'도 오는 22일 오후 2시,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특성화고 현장실습 폐지를 촉구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현장실습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ILO협약 #민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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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와 대학원에서 모두 NGO정책을 전공했다. 문화일보 대학생 기자로 활동했고 시민의신문에서 기자 교육을 받았다. 이후 한겨레 전문필진과 보도통신사 뉴스와이어의 전문칼럼위원등으로 필력을 펼쳤다. 지금은 오마이뉴스와 시민사회신문, 인터넷저널을 비롯, 각종 온오프라인 언론매체에서 NGO와 청소년분야 기사 및 칼럼을 주로 써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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