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한재아
건물의 잔재와 푹 파인 땅으로 엉망이 되었던 곳이 평야가 된 뒤로는 낮은 울타리 대신 높고 견고한 벽이 세워졌다. 안전을 위한 것임을 알지만 집을 나설 때마다 보이는 거대한 벽이 숨을 턱턱 막히게 만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인구수는 꾸준히 감소하는데 그렇게 큰 아파트 단지가 필요한가' 같은 의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기도 했다.
앞으로 만들어질 높고 커다란 아파트 단지의 모습을 상상해봤다. 어떤 모습으로 만들어지든 어렸을 때의 기억과 이 자리에서 만난 네 번의 계절보다 아름답지는 못할 것 같다. 벌써부터 집을 나서며 봤던 탁 트인 하늘이 그리워진다.
그룹 'XMZ 여자들'은 세대간의 어긋남과 연결 그리고 공감을 목표로 사소하지만 멈칫하게 만드는 순간을 글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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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흘러가는 것들을 사랑하는 20대. 평범한 일상의 순간을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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