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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배달시켜 먹는 중국 음식, 이게 좀 다릅니다

홍콩 스타일 음식에 인도 카레, 영국 감자칩을 곁들여 즐겨요

등록 2024.02.23 08:23수정 2024.02.23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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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금요일인데 오래간만에 우리 중국 배달음식 시켜 먹을까?"


집밥만 먹던 가족들이 배달 음식 이야기를 하니 다들 신이 났다.

"뭐 먹을래?"
"엄마, 나는 치킨카레랑 감자칩스 라지 사이즈."
"음~ 나는 탕수육 비슷한 스위트 사워포크랑 생선튀김 먹을래요."


각자 원하는 음식들을 받아 적다가 피식 웃음이 난다. 분명 중국식 배달 음식점에서 주문할 메뉴들인데 다분히 영국 음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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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중국배달음식점 메뉴 리스트 중식 뿐만 아니라 인도식 카레와 영국식 칩스도 함께 서비스하고 있다. ⓒ 김명주

 
중국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이 인도 카레나 영국식 피시 앤 칩스 좋아하는 친구와 함께 주문할 수 있도록 현지 중국 음식점은 다양한 메뉴를 서비스 하는 경우가 많다.

중국식 볶음 소스와 카레 소스를 같이 두고 볶음밥이나 감자튀김을 찍어 먹으면 양도 많고 무엇보다 맛있다. 시부모님과 함께 중국 배달음식을 주문한 적이 있었다. "어떻게 중국집 감자칩이 전통 피시 앤 칩스 집보다 더 맛있게 튀겨졌다" 웃으며 즐겼던 기억이 난다.

최근 영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음식 순위를 조사한 기사를 봤다. 압도적 1위는 이탈리아 음식이었고, 2위는 중식, 3위는 일식, 4위는 태국식이었다. 이 밖에 인도식, 프랑스식, 스페인식, 멕시코식 등이 그 뒤를 잇는데, 상위 5위 안에 아시아 음식이 3가지나 포함되어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한식은 11위에 링크되어 있었다. 아직 영국인들에게 생소하지만 한국식 치킨, 김치 등으로 차세대  건강식 그리고 별미 이미지를 굳혀 가고 있다. Top 10 진입은 시간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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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차이나타운 2024 구정 명절을 맞은 런던 차이나타운 ⓒ 김명주

 
지난주 런던 차이나타운에 방문했다. 구정 맞이 후 정월 대보름이 다가오자,  다시 거리 곳곳에서 들뜨는 기운을 느낀다. 거리는 온통 홍등으로 장식되어 있고, 북경오리들이 주렁주렁 걸려 있는 음식점들을 보니 오래간만에 제대로 된 중국 음식을 먹고 싶다.


배고플 때 음식 주문은 위험하다. 탱탱한 새우 딤섬을 식전 음식을 먹는다. 청경채로 예쁘게 장식된 고기볶음에 해물 볶음 국수 그리고 중국식 해산물탕까지 시켜서는 칭다오 맥주와 함께 배불리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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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식을 즐기는 영국인들 런던 차이나타운 중식을 즐기는 사람들 ⓒ 김명주

 
좋은 중국음식은 먹고 나서도 기름진 느낌 없이 깔끔하다. '그래, 이렇게 먹어야 중국식이지.' 계산서에 적힌 금액은 애써 무시해 본다. 런던 한복판에서 즐기는 중국 전통 음식은 그 특별한 경험만큼이나 가격도 비싸기 마련이다.

음식을 즐긴다는 것은 그 문화를 즐긴다는 말일 것이다. 점심 잘 먹고 런던 차이나타운 길을 나서다가 딸과 함께 한국에서 먹던 짜장면 이야기를 나눈다.

한국 우리 집에는 단골 중국 배달음식점이 있었다. 주문 전화를 하면 "이거 이거 시킬 거지?" 사장님이 알아주시는 정도였다. 남편은 짜장면, 나는 해물짬뽕. 우동 한 그릇 시켜 두 아기들이 나눠먹도록 한다. 탕수육 중(中) 자를 주문해서는 '부먹이네, 찍먹이네' 재미있게 이야기 나누며 먹었다. 배달해 주시는 주인아저씨가 "이건 아이들 주라고" 하시면서 챙겨주신 군만두는 정말 맛있었다.

내가 아는 그리고 그리워 하는 중식은 중국인이 보면 대한민국 현지화된 음식이다. 나에게는 그 한국식 중식이 소울푸드와 다름없다.

배달기사님이 우리집 벨을 울린다. 다들 모여 주문한 중국 배달음식 포장을 풀어 식사 테이블에 차려보니 한 상 그득하니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 중국식 볶음밥에 탕수육 그리고 인도 카레 소스를 소분해서 접시에 담는다. 바삭하게 튀겨진 영국식 감자칩를 한 움큼 집어 함께 접시에 담아 든다.

칼로리는 잠시 잊는다. 바야흐로 행복한 주말의 시작, 한 주간의 피로를 말끔하게 날려주는 맛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영국중국배달음식 #런던차이나타운 #음식의현지화 #한국현지화된짜장면 #음식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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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세반하별 입니다. 영국 거주중으로 현지 생생한 소식을 통해 여러분과 이야기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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