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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때 엄청 팔린 자전거, 다 어디로 갔을까

자전거타기 좋은 나라와 '목숨' 걸고 타야하는 나라의 차이점

등록 2024.02.22 11:17수정 2024.02.22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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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섬 한강공원 자전거길. ⓒ 성낙선

 
32% 대 1.8%.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과 우리나라의 자전거 교통수송분담률의 차이다. 교통수송분담률이란 한 사람이 이동을 하며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하는지에 관한 통계로 암스테르담과 로테르담, 덴마크 코펜하겐은 모두 30%를 웃도는 자전거 분담률을 기록한다. 자전거로 출근과 퇴근, 장보기를 하는 자출러들이 확실히 많다는 의미이다. 유럽만 그런 게 아니다.

17% 대 1.8%.

일본과 우리나라의 자전거 교통수송분담률의 차이다. 왜 그럴까? 우리나라 사람들이 자전거를 싫어해서 그런게 아니다. 지난 코로나19 당시 지원금을 받아 가장 많이 산 품목이 자전거였다는 통계도 있다. 그렇게 사둔 자전거는 왜 생활 속 이동수단으로 활용되지 않고 고이고이 놔두었다가 날씨 좋은 주말에만 빛을 보는 걸까? 21일 밤 <오늘의 기후>에서는 버스와 지하철, 자전거 등 녹색교통수단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고이지선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과 대화를 나눠봤다.

1. 자전거 길

"지금 국내에서 자전거를 타려면 목숨 걸고 타는 수준인 곳이 상당히 많거든요. 자전거 도로가 있다가 갑자기 사라져서 목적지까지 연결이 안 되는 경우도 많고, 그러다 보니 덩치 큰 자동차들과 경쟁하면서 달려야 하고, 법규상으로는 차도로 달려야 하는데 그래도 너무 위험하니까 인도 위로 올라가면 아무래도 속도가 떨어져서 기동성을 살릴 수 없는 상태죠." (고이지선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

서류상으로 기록된 자전거길은 많지만 정말 안전하게 정속도로 달릴만한 도로가 적다는 뜻이다. 실제로 생방송 청취자 문자로 이런 의견들이 답지했다.


"저는 따릉이로 출퇴근하는데 우리나라 자전거 도로가 그렇게 잘 만들어져 있다고는 생각들지 않습니다. 자전거로 출퇴근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많습니다."

"저도 66세 나이에 자전거로 출퇴근합니다. 신호 무시하는 (자동차) 운전자가 많아서 호각을 꼭 물고 다녀요. 건널 때 호각을 불면 그때 서는 차들이 많습니다."


고이지선 연구원은 통계 하나를 꺼냈다. 우리나라 대도시들의 자전거 도로 현황을 보면 자전거 전용 도로는 20% 수준이고 나머지는 모두 차나 보행자와 함께 다녀야 하는 겸용도로라는 거다.

"서울시는 자전거도로 총 길이가 916km 됩니다. 그런데 이 중에서 자전거 전용도로는 138km이고 자전거 전용 차로는 55km인데 이게 전체 자전거 도로의 21% 정도밖에 안 돼요. 그럼 나머지는 뭐냐, 자전거와 보행자가 함께 다니거나, 아니면 자전거가 차량과 겸용으로 쓰는 공간이거나, 그렇기 때문에 자전거만을 위한 도로는 터무니없이 부족하다고 보여지고요. 경기도도 전체 자전거 도로의 86%가 겸영도로입니다. 인천도 74%가 겸영도로이고요."

OBS의 대표적인 자출러인 공태희 피디의 말에 따르면 속도가 다른 두 물체를 한 공간에 몰아넣으면 반드시 문제가 생긴다고 한다. 사람과 자전거, 차와 자전거, 이런 겸용도로는 어떤 식으로든 양자간의 갈등과 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데 그런 겸용도로가 수도권 대도시의 80%를 점하고 있는 것이다.

2. 자전거 도난

일본은 자전거 앞에 장바구니가 매달려있는게 보통일만큼 생활 속에 깊숙히 자전거가 자리잡고 있다. 수송분담률 17%, 자전거 타기 좋은 나라가 단지 먼 유럽만의 꿈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같은 문화권에서도 가능하다는, 그러니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뜻깊은 수치로 꼽힌다.

고이지선 연구원은 일본이 처음부터 그랬던 게 아니라고 한다. 잘 발달된 철도 문화에 자전거를 연계하려는 당국의 대중교통 정책이 일관됐고, 특히 자전거 등록제를 실시하여 자전거 교통사고 예방 및 도난방지 시스템을 만들어왔다고 한다.

"2016년 정도에 자전거 활용 추진법이라는 게 만들어져서 문제로 지적된 자전거 도로를 체계적으로 정비하고, 지하철과 연계를 강화하다 보니까 수단 분담률이 많이 상승했다고 합니다. 특히 '자전거 등록제'가 있어요. 우리가 자동차 등록하는 것처럼 자전거도 등록하다보니 도난 방지를 확실하게 할 수 있어요. 그리고 방치된 자전거들도 공공에서 바로 수거해서 공매처리하면서 자전거 주차장도 잘 관리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세심한 정책들로 인해 자전거가 생활 속 깊숙 들어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3. 도로는 자동차만의 것이 아니라는 인식

최근 유럽은 15분 도시를 표방한 파리와 탄소중립에 열심인 독일 베를린 등이 기존의 자전거 선진도시인 암스테르담, 코펜하겐의 기록을 넘어서려고 경쟁적으로 자전거 분담률을 높이는 분위기라고 한다. 그런데, 이들도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에요. 암스테르담도 2차 세계대전 끝나고 70년대까지는 풍요의 시대를 누리며 인구증가와 함께 승용차가 늘어 우리처럼 교통정체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됐다고 해요. 그리고 자동차가 많아지다 보니까 대형 교통사고가 생기고 어린 학생들이 죽어가면서 경각심도 생기게 된 거죠. 당시 승용차는 부의 상징이었는데 이런 경각심 때문에 시민들이 승용차 없는 거리를 요구하는 등 시민운동이 생겨났고요,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 다행히도 이게 정책적으로 반영이 되면서 도시계획에 큰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도시계획의 변화의 핵심은 기존 자동차 중심의 도로 넓히기가 아니라 사람과 자전거 공존하는 도로 다이어트와 대중교통 강화 정책의 병행이었다.

"자동차 진입이 힘든 곳을 도시계획상에 만들기도 하고 자전거 도로나 대중교통을 대폭 확대해서 승용차 없이도 불편하지 않게 하는 정책들이 동시에 수반이 됐어요. 지금도 가보시면 자전거 주차장이 굉장히 크게 있는 걸 볼 수 있고, 지하철이나 트램을 편하게 이용할 수 있고...

그래서 승용차가 사실 멋져 보일지는 모르지만 구매하는 데도 돈이 들고 운영하는 데도 돈이 많이 들잖아요. 그런 것보다 시간이 더 오래 걸리지 않고 편리하기만 하면 자전거 타는 게 훨씬 더 이득이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게끔 도시계획이 많이 변해왔고 작년 재작년 한 해에만 암스테르담에서 없앤 주차장이 1300개라고 해요. 도심 안에 자동차를 위한 승용창은 외곽으로 점점 빼는 추세거든요. 도심 안은 훨씬 더 보행이 편리하고 자전거를 더 편리하게 탈 수 있도록 이런 정책들이 지금도 꾸준히 추진되고 있습니다."


4. 자전거 도로 넓히면 차가 더 막히는 거 아냐? "도로를 넓히면 차가 더 는다"

김희숙 진행자가 반문했다. 그렇다고 자전거 도로를 늘리면 가뜩이나 밀리는 출퇴근길이 더 밀리는 거 아니냐고. 그랬더니 고이지선 연구원은 '도로 다이어트'라는 개념을 꺼냈다.

"도로를 넓힐수록 차량이 많아지기 때문에 교통체증을 없애기 위해서 도로를 더 만드는 건 실제 실효성이 없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에요. 도로가 생긴 곳으로 계속 차량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에 체증이 해결되지는 않는다는거죠. 그러면 이 거리는 누구의 거리고 누구를 위해서 교통 체계를 만들어야 되는지에 대한 고민을 우리도 지금부터 할 때가 됐다."

고이지선 연구원은 우리의 자전거 정책에 대해 세세한 것을 언급하기 전에 먼저 차와 자전거를 바라보는 우리의 인식의 전환이 가장 중요하다며 스웨덴 사례를 들었다. 스웨덴에서는 지금처럼 눈이 많이 올 때 제설정책의 1순위를 큰 자동차 도로가 아니라 어르신과 아이들이 다니는 보행도로, 그리고 자전거 길에 둔다고 한다.

"우리가 교통수단하면 승용차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데 정말 승용차가 우선이 되어야 할까? 승용차를 위한 주차장을 세금을 들여서 계속 만들어야 되나? 이런 생각들을 한번 던져보면 좋을 것 같아요.

스웨덴 같은 곳에서는 날씨 눈이 왔을 때 제설을 어디를 먼저 하는지 이런 것도 우리랑은 좀 다르더라고요. 차가 많이 다니는 도로 중심으로 하는 게 아니라 어르신들이 걸어다니는 보행 도로나 그리고 자전거 도로 먼저 제설을 한다고 해요. 그만큼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는가가 중요할 텐데 저희도 이렇게 좀 더 안전한 거리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그리고 온실가스를 대폭 감축한다는 데 주안점을 두고 교통정책을 설계한다면 이제 자전거로 가야 된다는 결론이 자연스럽게 내려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고이지선 연구원의 인터뷰 내용 전문은 유튜브 OBS 라디오 채널을 통해 다시 볼 수 있다. (https://youtu.be/sbsCkWO4OfI?si=A08hjCZDKMkCG0eN)
덧붙이는 글 * 이 내용은 지난 2024년 2월21일 OBS 라디오 '오늘의 기후' 방송내용을 정리한 글입니다. '오늘의 기후'는 지상파 라디오 최초로 기후위기 대응 내용으로 매일 편성되었으며 FM 99.9 MHz OBS 라디오를 통해 오후 5시부터 7시30분까지 2시간 30분 분량으로 매일 방송되고 있습니다. 유튜브 라이브(OBS 라디오 채널)와 팟캐스트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자전거 #기후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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