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입틀막 당한 의사 "대통령 눈귀 가려져... 군부독재 다시 온듯"

[스팟인터뷰]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 "대통령 듣기좋은 말만 하는 자들 쳐내야"

등록 2024.02.23 05:17수정 2024.02.23 08:03
26
원고료로 응원
a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이 지난 1일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 들어가려다 대통령 경호처에 입을 막힌 채 끌려나가고 있다. ⓒ 본인 제공

  
"한없이 참담했습니다. 현장의 동료들도 '군부독재가 다시 도래한 것 아닌지' 생각했을 것입니다."

지난 1일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분당서울대병원 로비에서 대통령 경호처에 의해 입을 막힌 채 끌려 나간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22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내가 왜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나"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가 당한 이른바 '입틀막' 영상은 지난 21일 뒤늦게 퍼지며 또다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과잉 경호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해당 영상은 윤 대통령이 참석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행사장 밖에서 찍혔다. 영상 속 임 회장은 행사장 출입 제지에 항의하다 끌려 나가며 아래와 같이 말했다.  

"오늘 행사제목이 뭡니까? 의료계 대표자가 왔는데 대통령님이 말씀을 안 듣겠다는게... 말씀을.. 대통령님! 읍읍..."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의료개혁'을 주제로 열린 당시 토론회는 이른바 '소아과 오픈런', '응급실 뺑뺑이' 등 필수의료 붕괴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과 현장 의료진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마련됐다. 하지만 임 회장은 초청받지 못했고 "(퇴거불응 혐의로) 쫓겨난 당일 9시간 넘게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나왔다. 

이는 지난달 18일 강성희 진보당 국회의원, 지난 16일 카이스트 졸업생과 함께 '입틀막 사건'으로 불리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22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입틀막은) 국가원수를 경호하는 기본적인 규칙에 따른 행위로 경호 규칙상 불가피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 회장은 간호법에 반대하고, 지난 1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목에 칼을 맞고 응급수술을 위해 부산대병원에서 서울대병원으로 헬기 이송한 것과 관련 이 대표 등을 업무방해 및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위반으로 형사고발한 보수성향의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입틀막 사건 당시의 심경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통령의 귀와 눈이 가려져 잘못된 정책이 나왔기 때문에 직접 현장의 목소리를 전하려고 찾아간 것"이라며 "지금 정부는 의사들을 전문가로 존중하는 게 아니라 철저히 타도해야 할 범죄자나 악의 화신이라고 보고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 회장과의 전화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국가 먹여 살리는 의사, 악의 화신 취급"
 
a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 ⓒ 페이스북

- 토론회에 초청받지 못했다. 찾아간 이유는 무엇인가?

"보건복지부(아래 복지부)가 토론회 전날 공개한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에 문제가 있었다. 의대 증원과 정부 정책이 소아과를 포함한 필수의료 붕괴를 가속시킬 것이 뻔하다고 생각했다. 대통령의 귀와 눈이 가려져 잘못된 정책이 나왔기 때문에 직접 현장의 목소리를 전하려고 찾아갔는데 (경호처 직원들은) 제 뜻을 전하기보다 무조건 입을 틀어막고 물리력을 동원해 끌어내는 일에 급급했다. 끌려 나온 뒤 긴급체포돼 9시간 넘게 경찰서에 있었다."

- 정부는 의대 증원으로 의사 수를 확보하고, 특례법으로 의료인들의 형사소송 부담을 완화하겠다고 했다. 수가인상과 지역의료 강화 방안도 내놓은 상황에서 현 정부의 의료정책에 거세게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현장에선 의대 증원이 의료시스템을 황폐화시킬 거라고 누누이 얘기해 왔는데 (정부는) 근거 없이 2000명 증원을 징벌적이며 정치적으로 들고 나왔다.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해 수가를 인상한다는 것도 화려한 말 잔치에 불과하다. 복지부는 이미 무너진 소아과에 한 달에 40만 원이나 더 준다고 밝히면서 마치 큰 대책인 양 생색내고 있다. 형사소송 부담완화도 다른 나라 의사들처럼 보호받는 수준도 아니고, 최근 민사소송 판결에서 13억 원에 달하는 배상을 내라는 판결이 나왔는데 국가가 지원하겠다는 얘기조차 없다."

- 정부는 의대증원에 대해 대한의사협회와 의료현안협의체에서 28차례나 소통했다고 한다.

"작년 6월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이 제게 따로 만남을 요청해 현장 의견을 다 전했다. '레지던트들에게 소아과를 지원해도 미래가 있다는 걸 보여주셔야 한다'고 호소했고, 박민수 차관은 '5번이고 6번이고 조처를 취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말뿐이었다. 여당·복지부, 소아과 전공의, 소아응급센터 진료 교수, 아동병원장, 봉직의 선생님들과 '소아과 살리기'를 몇 달간 논의했지만, 아무 소득 없이 끝났다. '국민의힘 소아청소년과 의료대란 해소를 위한 태스크포스(TF)'에는 현장 전문가들의 얘기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10년 넘게 잘 운영되던, 늘 1등급을 받던 순천향대학교 부속 천안병원 소아응급전문센터는 문닫기 직전이다. 2024년 소아과 1년차 레지던트 모집도 사상 최악 수준이다. 서울 시내조차 아픈 아이들이 어디를 갈지 몰라 오늘도 구급차 안에서 한없이 헤매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복지부의 '과목별 전공의 1~4년차 현원 현황'을 분석한 결과 최근 10년(2014~2023년)간 외과·흉부외과·산부인과·응급의학과·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 전공의는 610명이 줄었는데 이 중 87.9%(536명)가 소아청소년과에 집중됐다. - 기자 주)

- 대통령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귀에 듣기 좋은 말만 하면서 나라를 망치는 자들을 다 내쳐야 한다. 지금 정부는 의사들을 전문가로 존중하는 게 아니라 철저히 타도해야 할 범죄자나 악의 화신이라고 보고 있다. 전혀 의사들과 소통하고 있지 않다. 현장과 민심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
 

"대통령님! 국민의..." 이번엔 의사... 대통령실 경호원 또 '입틀막' . ⓒ 소중한

#입틀막 #경호처 #윤석열
댓글26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천연영양제 벌꿀, 이렇게 먹으면 아무 소용 없어요
  2. 2 "남자들이 부러워할 몸이네요"... 헐, 난 여잔데
  3. 3 혼자 사는 노모가 계단에서 굴러떨어지고 벌어진 일
  4. 4 고립되는 이스라엘... 이란의 치밀한 '약속대련'에 당했다
  5. 5 윤석열 대통령과 오세훈 시장, 위험한 일을 하고 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