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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 하나 더!' 지역에서 벌어지는 기현상

인구가 곧 경제... 지방소멸 위기 대응책으로 '기피 시설 유치' 택한 소도시들

등록 2024.02.26 20:57수정 2024.02.26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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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구가 호구냐.'

4년 전 서울시 강동구에 살던 때 본 현수막의 내용이다. 쓰레기 소각장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현수막이었다. 심지어 서울시 소각장 설치 후보지 문제에 강동구 인근 도시인 하남시도 반대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최근 서울시는 마포구를 소각장 후보지로 고시했고 서울시와 마포구는 갈등 중이다.

쓰레기 소각장은 도시에서 외면받는 시설이다. 사람들이 기피하고 선호하지 않는다고 하여 기피시설 혹은 비선호시설로 불린다. 때로는 혐오시설로도 불린다. 소각장뿐만 아니라 교도소, 도축장, 화장터, 발전소 등도 마찬가지다.

청송군이 교도소 유치에 힘쓰는 이유
 
분주히 오가는 호송차들 지난 2020년 12월 27일 오후 경북 청송군 진보면 경북북부 제2교도소 정문에서 수감자들을 태웠거나 태울 호송 차량이 분주히 오가고 있다.
분주히 오가는 호송차들지난 2020년 12월 27일 오후 경북 청송군 진보면 경북북부 제2교도소 정문에서 수감자들을 태웠거나 태울 호송 차량이 분주히 오가고 있다.연합뉴스
 
청송군 인구는 2만 4천여 명. 지난해 11월 윤경희 청송군수는 법무부에 교정시설 추가 건립의 당위성을 피력하기 위해 법무부와 면담을 한 바 있다. 십여 년 전부터 청송군은 법무부에 여성교도소 등 교정시설을 추가로 설치할 것을 요구했다.

전국에서 교도소가 네 개가 있는 지자체는 청송군이 유일하다. 경북북부 제1교도소, 제2교도소, 제3교도소 그리고 경북직업훈련교도소가 있다. 청송군은 왜 교도소가 이미 네 개나 있는데도 더 설치하려는 걸까.

청송군 보도자료에 따르면 수용인원 1000명 규모의 교정시설이 들어서면 교정공무원 400여 명 정도의 직접적인 고용효과가 있다. 또한 면회객 등이 청송군에 방문하게 된다. 즉 정주인구가 증가하는 것뿐만 아니라 관계인구(정주인구와 교류인구 중간 개념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지역과 관계 맺고 있는 인구)가 증가한다는 의미다.

도시에서 인구는 경제다. 인구를 증가시키려는 계획에는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분명한 목적이 있는 것이다. 청송군이 다른 지역에서 마다하는 교도소를 추가로 설치하려는 이유는 바로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대학원 시절 지방소멸과 도시재생을 공부하면서 비수도권 지역의 인구 감소와 도시 쇠퇴가 심각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런데 지방소멸 돌파구가 교도소 건립이라니. 관련 책이나 연구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내용이다. 꽤나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교도소 유치가 지방소멸의 대응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님비(NIMBY, Not In my backyard) 현상'은 상식 문제에 종종 등장할 정도로 널리 알려진 도시 현상이다. 주거 환경 저하, 지가 하락 등의 이유로 반대 현수막의 소재였던 기피시설이 축하 현수막의 소재가 되었다.


기피시설 환영하는 지자체... 청송군만이 아니다
 
 지난 2021년 4월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인구 및 지방소멸위기 지역 지원을 위한 입법공청회와 중앙지방협력회의의 구성 및 운영에 관한 입법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지난 2021년 4월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인구 및 지방소멸위기 지역 지원을 위한 입법공청회와 중앙지방협력회의의 구성 및 운영에 관한 입법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12월 28일 신규 양수발전 사업자 우선순위 심사결과를 발표했다. 경남 합천군과 전남 구례군이 우선사업자로 선정되었고 경북 영양군, 경북 봉화군, 전남 곡성군, 충남 금산군은 예비사업자로 선정되어 2035년부터 순차적으로 양수발전소를 준공할 예정이다.

그중 영양군은 양수발전소 유치에 힘을 썼다. 지난해 10월에는 지자체가 아닌 민간 주도로 구성된 '범군민 유치위원원회'가 '양수발전소 유치염원 범군민 총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때 1만여 명의 군민이 참석했다. 영양군 인구가 1만6천여 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영양군이 양수발전 유치에 얼마나 절실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사실 양수발전소는 환경 파괴 등을 이유로 기피되는 시설이다. 물론 지금도 발전소가 설치되는 지역 주민이나 환경 단체에서는 여전히 반대의 목소리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양수발전소는 지방 소도시에서는 유치하기 원하는 시설이 되었다. 영양군뿐만이 아니라 다른 지자체에서도 양수발전소 설치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양수발전소가 지방 소도시에서 선호시설이 된 이유는 청송군이 교도소를 반기는 이유와 같다.

양수발전소와 같이 규모가 큰 공공시설은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에너지 생산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경제 효과가 있다. 건설되는 과정에서는 건설 인력이 상주하므로 지역 경제 효과가 있다. 건설된 후 상주하는 직원들이 유입되고 내부적으로도 고용 인원이 증가되므로 고용효과가 있다. 또한 상주인구가 늘어나므로 소비도 증대된다. 양수발전소와 연계한 관광자원을 개발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경주대 산학협력단(2018)의 연구에 따르면 예천양수발전소의 생산 효과는 1조2890억 원, 고용 효과는 6874명, 소득 효과는 2497억 원, 지방세수 효과는 14억 원이다. 예천양수발전소는 현재 국내 최대 800MW 규모이다. 영양군은 이보다 큰 규모의 1GW이므로 더욱 큰 경제 효과가 예상된다.

이처럼 지방 소도시가 양수발전소 유치에 힘쓰는 이유는 단순하다. 양수발전소가 설치되었을 때 환경 파괴보다는 경제 효과라는 실익이 크기 때문이다. 그만큼 지방 소도시의 지방소멸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사례다.

기피시설이 지방소멸의 대응책이라는 사실은 도시를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굉장히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그러나 산촌이 고향이면서 비수도권 도시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가슴이 아프기도 했다. 같은 종류의 시설일지라도 서울에서는 기피시설이 되고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선호시설이 되어버린다니. 국토 어딘가에는 반드시 있어야 하는 시설이긴 한데 어딘가에서는 선호한다는 사실이 과연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르겠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브런치 계정(@rulerstic)에도 실립니다.
#지방소멸 #지역활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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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에게 덜 폐 끼치는 동물이 되고자 합니다. 그 마음으로 세상을 읽고 보고 느낀 것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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