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나 속 좁은 골목메디나는 성인 한 명이 간신히 지나갈 골목길이 뒤섞여 있다.
오영식
성인 한 명이 간신히 통과할 수 있는 좁은 골목길과 9세기에 설립된 세계 최초의 대학교 '알 카라윈(Karaouyn)'을 비롯한 수백 년의 역사를 가진 건물들은 이국적인 풍광으로 내 눈길을 끌고 있었다. 하지만, 발이 아프다던 아들은 발걸음이 점점 느려졌고, 계속 휴대폰을 확인하며 시간을 재고 있었다.
"아빠, 이제 10분 넘었는데... 아저씨한테 다시 물어봐."
지도를 보니 아직도 한참 가야 할 걸 알았지만 모르는 체하고 무함마드에게 물었다.
"무함마드, 혹시 얼마나 더 가야 해요?"
"한 10분만 더요. 이제 다 왔어요. 여기가 엄청 오래된 신학교예요. '보우 이나니아(Bou Inania Madrasa)'라고요. 얼른 사진 찍으세요."
"네? 네…. 태풍아, 이제 진짜 10분이라는데…."
아프리카서 만나게 된 '슈퍼맨' 아저씨
무함마드는 우리에게 하나라도 더 보여주려 여기저기 유명한 곳을 데려다주느라 태너리까지 가는 시간이 계속 늦어졌다. 평소 눈치가 빠른 아들은 자기를 속인다고 생각했는지, 길 한쪽에 있던 계단 위에 아예 다리를 쭉 펴고 앉아 버렸다.
그때, 양손과 어깨에 맨 짐이 많아 어쩔 줄 몰라 당황해하는 나를 보더니 무함마드가 아들을 번쩍 들어 올렸다. 그러고는 아들을 목말을 태운 채 계단 위로 성큼성큼 걸어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