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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부터 Z까지 문제투성이 가덕도 신공항 건설, 멈춰야 한다

[일터 기후정의 공론장(일기장)]

등록 2024.02.28 12:05수정 2024.02.28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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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됐을 때 모든 언론과 거리, 심지어 학교에서조차 서울올림픽 개최 디-데이(D-day)를 확인했던 시절이 있었다. 한국도 선진국 반열에 들어서게 됐다는 자부심과 올림픽 개최로 많은 것이 좋아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합쳐져 무엇이 좋은지, 어떠한 문제가 발생했는지도 알지 못한 채 올림픽 개최에 환호했던 시절이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온갖 건물과 거리, 언론, 지하철과 버스에 '부산 2030 엑스포 유치'를 말하는 각종 선전물이 뒤덮였다. 엑스포 유치는 부산시민이 당연히 가져야 할 희망(?)으로 둔갑했다. 2023년 11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가 119표를 얻게 돼 결선 투표 없이 엑스포 개최지로 선정됐다.

하지만 지난 2년간 홍보비용에만 5744억 원이란 터무니없는 예산을 낭비했던 정부와 부산시는, 유치 실패에 대한 책임 있는 평가와 반성 없이 또다시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내세우며 동남권 개발의 헛된 약속을 남발하고 있다.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엑스포 실패 이후 한 달이 되지 않은 지난해 연말, 국토교통부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사업 기본계획'을 수립·고시하면서 2029년 12월 개항을 목표로 본격적인 신공항 건설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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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8일, 가덕도신공항반대 공동행동이 세종 정부청사 앞에서 신공항 반대를 내걸고 집회와 행진을 진행했다. ⓒ 가덕도신공항반대공동행동

 
도대체 누구를 위한 신공항 건설인가?

윤석열 정부는 규제 완화로 인한 세수 적자를 무마하기 위해 건전재정, 긴축재정을 외치며, 장애인·청소년·여성·노인·이주민 등 권리보장에 필요한 예산과 공공의료와 같은 돌봄 및 사회서비스 예산을 대거 삭감했다. 하지만 가덕도 신공항 건설비용으로는 공항 건설 사업비 중 가장 큰 규모의 예산인 13조4900억 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부산시는 국토의 균형발전을 도모한다며 활주로 2본의 '글로벌 관문 공항'으로 가덕도 신공항을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기후재난이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는 현재, 가덕도 신공항과 같은 대규모 공항 건설은 이러한 현실의 위기는 외면한 채 생태계 파괴는 물론 온실가스 대량 배출을 가속화 하는 행위다.

이미 몇몇 국가들은 심각한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2시간 30분 이내 단거리 비행 노선을 줄이며 공항을 폐쇄하고 있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은 이와 정면으로 반대되는, 모두의 삶을 위기로 내모는 행위다. 부산 경남 지역 주민, 그리고 사회구성원 모두의 삶을 위해 쓰여야 할 소중한 자원과 예산이 토지 소유자, 토건 개발 세력, 대기업 이익 창출만을 위해 사용되고 있는 것이, 지금의 가덕도 신공항 건설이다.

5년이나 당겨진 공사 기간의 위험성


가덕도 신공항 건설 계획이 수립되는 과정에서, 많은 시민사회단체가 제기해온 여러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음에도 정부는 또다시 일방적으로 건설을 밀어붙이고 있다. 현재 고시된 가덕도 신공항 기본계획 또한 결과 보고서 완성본이 없다고 한다. 결과 보고서 완료 후 그 결과에 따라 국토부 장관이 승인하고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하지만 그러한 절차가 제대로 되지 않은 채 진행 중인 것이다. 심지어 제대로 된 예비평가 절차도 거치지 않고 추진하고 있다.

시작할 때부터 공항 부지로는 적합하지 않기에 더욱 세심하게 평가하고 절차에 맞게 계획을 수립해야 함에도 엑스포 유치를 위하여 2035년 준공이었던 계획을 무리하게 앞당겨 2029년 12월에 짓겠다는 계획이, 이번 계획안에도 그대로 확정됐다. 부실한 절차와 밀어붙이기식 행정 처리는 공사 과정에도 되풀이될 것으로 보인다.

여의도 2배 크기의 공항으로 대형 화물기(B747-400F)가 이 착륙이 가능한 3,500m의 대규모 활주로를, 특히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 해상에 건설하는 사업이기에, 6년 동안의 짧은 공사 기간에 맞추어서 건설하겠다는 계획은 안전과 환경을 중시하기보다 공사 기간 내 완공을 목표로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정말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노동자·시민의 안전과 건강은 도외시한 '24시간' 운영

또한, 이번 기본계획은 '24시간 운영 가능한 편리하고 안전한 공항'을 내세우고 있다. 심야 운영을 하는 공항이 안전한 공항이라고 어떻게 감히 말할 수 있는가? 심야 노동이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에 얼마나 유해한지 그리고 교대근무나 심야 노동이 안전사고의 발생률을 높이는지는 이미 많은 연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심지어 공항의 특성상 안전 문제가 발생하면 심각한 인명피해와 재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에 무엇보다도 안전이 강조돼야 하고, 위험한 요인-심야 운행 및 노동-은 원천적으로 제거해야 한다. 또한 24시간 운영은 인근 주민들의 평온한 삶과 안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밤에도 낮에도 끊임 없이 발생하는 비행기 소음으로 인해 수면과 평탄한 일상이 방해받을 수 있고, 항상 안전 문제에 대한 불안감으로 고통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자 시민의 안전과 건강을 도외시하면서, 오히려 대규모 탄소배출을 더 가속하는 '24시간 운영' 계획은 정말 심각하게 검토하고 재고할 사안이다.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가덕도 생태환경

2022년, 가덕도 국수봉 100년 숲은 제20회 내셔널트러스트 '이곳만은 지키자' 대상을 받았다. 지형이 가파르고 군사 보호지역 선정으로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되면서, 100살이 넘은 거대한 참나무, 소사나무 군락들이 가덕도 100년 숲을 이뤘다. 이것뿐인가. 주민들과 숱한 생명은 가덕도에 기대어 함께 보금자리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번 가덕도 신공항 건설로 인해 국수봉 100년 숲을 비롯한 3개의 산이 없어지고, 해양생태도 1등급인 연안 3개가 메워질 예정이다. 가덕도 생태는 영구적으로 되돌릴 수 없게 파괴될 것이다. 수많은 생명의 희생과 절멸 위에 신공항이 건설되게 되는 것이다.

기후위기로 삶의 모든 조건이 불안정해지고 불평등의 골이 깊어져 가는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 돼야 할까? 지역과 지역을 잇는 공공교통으로의 버스와 철도, 지역 구석구석에 지어지는 공공병원, 더 안전하고 건강한 노동자의 일터, 기후재난에도 모든 이가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집이다.

모두에게 불행을 주는 신공항이 아니라, 모든 생명의 삶과 안녕을 지키는 선택에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 더욱 필요한 지금이다. 가덕도 신공항을 포함한 전국의 모든 신공항 추진을 당장 백지화하라!
덧붙이는 글 이 기사를 쓴 이숙견 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로, 한노보연 기후정의팀 팀원입니다. 이 글은 한노보연 월간지 <일터> 2024년 2월호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가덕도신공항건설반대 #기후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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