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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조사하면 반대 못 한다?" 옥천 골프장예정지 공동생태조사 난항

대책위 수정안 제시·협의 요청... 개발사 측 '추가협의 없이 날인' 요구

등록 2024.03.07 10:56수정 2024.03.07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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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천신문


골프장 조성을 두고 이를 반대하는대청호골프장반대범유역대책위(이하 대책위)와 개발사 측 전문가가 함께하는 공동생태조사가 모범사례로 남지 못하고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개발사 측이 조사단 활동 중이나 이후로 개발사업 진행을 방해하지 않아야 한다는 등 대책위가 동의할 수 없는 내용을 담은 공동생태조사 합의안에 날인을 요구하면서다.

초안 내 무리한 단서조항이 포함된 것을 두고 대책위 재갈 물리기라는 비판까지 나오는 가운데, 대책위는 개발사에 만나서 추가협의를 진행하자고 제안했지만 개발사가 거듭 초안에 날인할 것만을 요구하면서 결국 기자회견을 열어 이 같은 상황을 알리게 됐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 이어 진행된 충청북도 관계자 면담에서 대책위는 두 차례(5월30일, 6월22일) 조사에서만 팔색조, 수리부엉이, 애기뿔소똥구리 등 멸종위기 2급을 포함한 다양한 동·식물을 발견하면서 추가 정밀조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사업자 측의 입안서를 충북도에 제출한 옥천군을 다시 한번 비판하면서 충북도의 책임 있는 결단을 요구하기도 했다.

대책위 "합의문은 협의 거쳐야 하는 것, 업체 강요·거짓 주장 멈춰야"

개발사 측이 제안한 초안에서 대책위 측이 수정을 요구한 부분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공동생태조사단 운영 기간이나 해단 후일지라도 사업시행자측의 사업 진행을 저지하거나 공사방해 등의 행위를 하지 않는다'라는 조항은 삭제를 요구했다. 객관적인 조사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공동조사 운영과 발표 등의 방법을 정하는 게 합의안의 취지임에도, 이를 개발에 반대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조건으로 연결 짓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입장에서다.

'최종결과서'라는 표현은 '조사보고서'로 변경하고, '공동생태조사단의 최종결과서는 양측이 협의하여 본 사업의 환경영향평가서(부록편)에 첨부한다'라는 조항은 삭제를 요구했다. '합리적인 대책'에서 '저감방안을 포함'한다는 명시한 내용 또한 자칫 저감방안이 우선될 수 있는 관계로 '저감방안'을 삭제하도록 요구했다.  

초안을 보다 구체화하는 수정요구사항도 있었다. 먼저 대책위를 '대청호 상수원 보호를 위한 옥천군 군관리계획(용도지역, 군계획시설<체육시설>) 결정(변경)의 계획철회요구자'로 명기하며 단체의 목적과 공익성을 분명히 하도록 했다. 또한 '조사 관련 모든 합의(<미>협의 포함)를 반드시 한 사람의 간사를 통해 발표'하도록 한 초안을 '양측에서 1인씩 공동간사를 2인 위촉한 후 합의사항과 조사결과 내용 등을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한다'로 수정을 요구하면서 보다 열린 소통이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한 팀으로 묶였던 담수어류와 저서성대형무척추동물(한반도고유종인 운문산반딧불이)은 따로 분리해 조사를 진행하도록 수정을 요구했다.


대책위와 개발사 측은 지난해 11월 말 양측 전문가 간담회(<옥천신문> 2023년 11월24일 1717호 '골프장반대대책위·개발사측 전문가들, 골프장 주변 공동환경조사 합의' 기사 참고)를 진행한 후 전문가 중심으로 공동생태조사의 틀을 잡아가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후 1월 초 개발사 측 전문가가 공동생태조사 합의안을 대책위에 전달했고, 대책위는 월말까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검토를 거친 대책위는 개발사 측에 수정안을 제시하는 한편 이견이 있다면 만나서 협의하자는 의견을 전했으나, 개발사는 공문을 통해 '수정 및 협의과정이 사업을 지연시키려는 조치'라며 기일을 정한 후 그 안에 초안대로 날인하기를 요구했다는 게 대책위 설명이다. 

대책위는 지난 26일 오후 1시 30분 충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골프장 건설 불허를 촉구하는 동시에 공동생태조사와 관련해 개발사 측이 부당한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기자회견에서 금강유역환경회의 유진수 사무처장은 "업체 측은 대책위가 수정안을 내며 과정을 일부러 지연시킨다고 하는 등 거짓된 주장을 하고 있다. 합의문 초안을 검토하고 작성해가는 과정이었고, 합의 수용이 어려우면 다시 전문가들끼리 모여서 간담회를 갖자고 했는데도 업체는 서명만을 요구하고 있다"라고 비판하면서 환경을 보호하는 역할을 충북도가 충분히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개발사인 관성개발(주) 이동한 이사는 "환경단체가 늦게 연락을 주면서 1월 조사가 무산됐다. 다만 앞으로 지속 협의하면서 대책위 측 전문가도 초빙해 조사를 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대책위는 "업체 측이 추가로 협의하면서 공동생태조사를 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대책위도 협의를 통해 합의안을 마련할 의향이 있다. 다만 업체가 협의에 응하지 않아 공동생태조사가 무산에 이른다고 해도, 대책위는 대책위 차원에서 1년여에 걸쳐 자체 생태조사를 이어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대책위는 업체가 당일 배포한 자료에 대한 반박문도 추가로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충북도 "옥천군 의지 중요... 위원회에 정보 충분히 제공할 것"

한편 기자회견 후 대책위는 충북도 균형건설국장과 면담을 갖기도 했다. 대책위 관계자들은 "전국적으로 골프장은 과잉상태이며, 해당 골프장의 경우 숙박 등 부대시설을 다 갖추고 있어 쓰레기 발생 외 주민소득 창출원은 불분명하다. 게다가 옥천은 생태관광지역, 친환경 로컬푸드의 가치가 큰데 골프장을 건설한다는 건 지역발전 전망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도선도 주민 복리증진을 위해 동의가 된 것이지만, 생태관광지구로서의 발전이 등한시된다면 상수원관리규칙도 재개정해야 할 판이다. 어떤 지역에 사람이 없다고 해서 거길 개발 위주로 가져가는 것도 말이 안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골프장 건설은 기후위기 시대에 '환경특별도 충북도'와 '레이크파크 르네상스'를 강조한 도정과 결이 다르다.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도의 방향성을 분명히 할 것을 촉구하며, 업체의 조사가 부실하다는 건 이미 검증된 부분인 만큼 도에서도 절차 과정 중에 충분히 보완 심의할 수 있도록 해 달라"라고 했다.

이에 충북도 균형건설국 강성환 국장은 "제일 중요한 건 옥천군의 의지다. 군에서 최종적으로는 어떻게 할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추진하겠다고 해서 입안한 거고, 변화가 있을지도 모르니 검토에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는 불분명하다. 일단 하자는 없는 상태라 관계부처에 문의를 돌린 상황이고, 부동의가 들어오는지 여부를 봐야 한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찬성이든 반대든 추가로 설명하는 부분은 도시계획위원회에 다 전달해드리겠다. 위원회 개최 한 달 전에는 연락해서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 위원회에서 현장 실사도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군 도시교통과 도시관리팀 육종희 팀장은 "군에서 찬반의 입장을 표명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고, 하자가 없어서 입안서를 제출한 상황"이라면서 "부족한 부분은 업체에 보완자료를 제출하라고 해 둔 상태로, 현재 입안서를 변경하거나 할 계획은 없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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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옥천신문에도 실렸습니다.
#골프장 #생태조사 #옥천 #대청호 #금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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