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보다 오래된> 책 표지.
성낙선
'고라니를 안다'는 잘못된 생각
이 책은 '문명과 야생의 경계에서 기록한 고라니의 초상'이라는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야생에서 살아가던 고라니들이 인간이 만든 문명을 만나 하루하루 이어가는 위태로운 일상을 보여준다. 특히, 고라니 얼굴에 초점을 맞춰 그들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표정을 도드라지게 보여준다.
거기에 고라니가 어떤 동물인지를 알게 해주는 내용의 글도 함께 실었다. 사진과 글을 통해서, 우리 곁에 가까이 있는 야생동물 중의 하나인 고라니와 관련해 그동안 우리가 잘 몰랐던 사실들을 알려준다.
고라니는 사실 그렇게 낯선 동물은 아니다. 주로 밤에 활동하는 동물이라, 실제로 그 모습을 보는 게 쉽지 않았을 뿐이다. 그래도 고라니는 다른 야생동물들보다는 더 자주 눈에 띄는 편이다. 요즘, 사람들과의 접점이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야생동물치고 방송에도 자주 등장하는 편이다.
그래서 이제는 다들 고라니를 알 만큼은 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이상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건 잘못된 생각이다. 우리가 고라니와 관련해 알고 있는 지식은 극히 단편적인 것들뿐이다.
실체와는 거리가 있는, 피상적인 이미지들에 불과하다. 그것도 부정적인 이미지가 대부분이다. 저간의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사실 나 자신 고라니 얼굴 생김새조차 제대로 들여다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살았다.
이 책이 만들어진 건 아마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여기 진짜 고라니가 있다, 그러니 지금 이 얼굴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라'고. 이 책을 보기 전까지 나는 고라니가 이렇게까지 다양한 '얼굴'을 가진 동물인 줄 몰랐다.
고라니가 처한 현실 같은 건 더욱 더 알지 못했다. 그런 사실을 나는 왜 이제야 알게 된 걸까? 거기에는 고라니라는 이름에 덧씌워진 편견과 선입견 때문에, 그동안 고라니라는 야생동물의 본질을 보지 못하고 그냥 지나친 이유도 없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