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서 잠시 쉬고 있는 노인
최승우
내가 걷는 길에서 바라보는 익숙한 반대편 풍경이 정작 반대편 길을 걷다 보면 생소한 풍경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같은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정면 혹은 대각의 시선에 따라 마주하는 장소가 다르게 보인다. 상황에 대한 인식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밖에 없다.
일상의 삶 속에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는 믿음으로, 혹은 '60 청춘'이라는 구호 속에 젊은이 못지않게 하루하루를 활기차게 보내고 있다. 나는 시력과 머리숱 그리고 관절과 혈압의 문제가 있지만 여전히 꼿꼿한 허리와 낭랑한 목소리는 젊은 시절과 크게 다름없다.
아직도 지적 허영심이 충만하여 독서를 좋아하고 어설프지만, 글쓰기의 즐거움도 느낀다. 다른 한편으로 여학생의 작은 배려가 "그래! 나는 노년의 삶을 살고 있구나"라는 삶의 순간을 일깨워 주었다. 한편으로 잊고 있었던 '노인 노릇', '어른 노릇'에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M. 드레들러는 '중요한 것은 지금 당신이 얼마나 늙었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늙어 있는가이다'라고 하였다. 세상에서 제일 힘든 일이 '어른 노릇'이라는데 과연 어른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가? 고정 관념과 편견으로 무장한 단단한 갑옷은 입고 있지 않은가? 고집스러움으로 굳게 닫힌 입으로 대화의 어려움을 느끼고 있지 않은가? 혹은 '라떼(나 때)'를 외치며 과거에 매몰된 '꼰대'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가?
바라건대 오랜 연륜과 경험이 빚어낸 지혜를 갖춘 어른이 되고 싶고 세대 차를 극복하고 열린 마음으로 세상과 호흡하는 '노인'이 되면 좋겠다. 그렇게 세월과 늙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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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직을 정년 퇴직한 후 공공 도서관 및 거주지 아파트 작은 도서관에서 도서관 자원 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 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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