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어학회에서 펴낸 책들조선어학회에서 발간한 한글 교재
독립기념관
1947년 12월에는 첫 시집 <박꽃>을 백양당에서 출간했다. 4부로 나누어 1부는 <조춘부> 등 12편, 2부는 <우물길> 등 6편, 3부는 <박꽃> 등 11편, 4부는 <폭풍> 등 5편과 시조 <낙화> 등 21편, 모두 55편의 시와 시조가 실렸다. 해방 후(1961년) 일조각에서 재간된 시집의 자서(自序)에서 "시인이 되기를 바라지도 않았고 시인으로 자처하고 싶지도 않지만, 본능적인 표현욕의 충동 때문에 틈틈이 써 모은 작품을 묶어냈다"고 하였다.
<박꽃>에 실린 <해당(海棠)>이다.
해 당
대지 잘린 곳에
바다 펴는 곳에
내 홀로 모래밭에 섯노라
붉은 넋으로 이 몸 태워
계절 속에 그 연기 풍기어
해저 깊이 피어 오르는
산호에 혼란한 전설을 캐며
어죽 품고 숙설거리는
유구한 자장자 건져 보려노니
저 창공의 피부 찔러 보려
이 몸에 가시도 기르노니
무수한 모래알의
한없는 얘기로
태고의 정일에 귀가 젖노라
기름진 땅 다른 꽃 맡기고
내 홀로 모래밭에 웃노라. (주석 1)
이희승은 한글학자로 많이 알려지지만 시와 수필에도 일가를 이루었다. 시집 <박꽃>에 이어 1961년 4월에는 <심장의 파편>을 간행하였다. 그의 시작(詩作)에 대한 인식이다. 시론(時論)이라 하겠다.
필자가 시를 지을 때에 실지로 체험한 이야기를 몇 마디 하겠다.
첫째, 포에지를 포착하기가 지극히 어렵다. 이것은 항상 머리를 그 방면에 쓰지 않으면 안 되지마는 우리와 같이 시작을 본업으로 하지 못하는 사람은 언제나 시만을 생각할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학교에 왕환(往還)하는 노상에서나 석반(夕飯) 후 삼보할 때에 시를 배려고 노력하는 가장 효과적인 것이었다.
그리하여 어떤 시상이 머릿속에 번개치듯 떠오른다. 그러면 시각을 멈추지 말고 그 즉각에 종이 위에 몇 줄 적어둔다. 이것이 이른바 아라게쓰리라는 것이다. 만일 머리에 번쩍 부딪힐 적에 적어 두지 않으면 놓쳐버리는 것이 열이면 열 번이었다. 어떤 때에는 영영 다시 생각이 나지 않는다.
이 아리게쓰리를 읽어 보고 또 읽어보고 하여, 몇 십번 몇 백번 거듭하면서, 조금씩 탁마 (琢磨)하여 간다. 그리하여, 이것을 저녁에 자리에서 잠들기 전이나, 잠을 깬 즉시로 이불 속에서 읊어본다. 이러하기를 몇 번이든지 거듭하여 그 이상 손 댈 때가 없다고 자신이 선 다음에 발표하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대개는 버리는 시간을 이용하여 시작을 실천하였다. 이러한 나의 산 체험으로서 학생들에게도 권장하였다.
시작의 체험은 이와 같이 한결같지 않을 것이요, 사람에 따라 형형색색이겠지만 이것은 필자 개인의 조그마한 체험이요 또는 계속 실행하는 시작의 방법이다.
이것이 타산의 돌이 될는지 안 될는지, 나 자 신 알지 못하면서 몇 줄 적어보는 것이다. (주석 2)
주석
1> 이희승, <박꽃>, 일조각, 1961.
2> 이희승, <나의 시작>, <한 개의 돌이로다>, 1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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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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