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가동 중단 조치에 망연자실한 입주업체 직원들 정부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한 조치로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11일 오전 경기도 파주 경의선남북출입사무소에서 개성공단 직원들이 물품을 싣고 복귀하는 차량을 기다리고 있다.
유성호
-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인식의 오류와 한계 때문이었다. 총체적으로 남북관계를 어떻게 평화적으로 풀어갈 건가 하는 큰 그림을 그릴 통찰과 철학적 인식이 없었다고 본다. 인식의 오류와 한계가 정책 실패를 만들었고, 더 나아가서는 '애초부터 할 생각이 없었던 건 아니었을까'라는 의문을 가지기도 했다.
남북이 평화적 관계로 가는 것을 미국이 반대하는 건 지난 70년 동안의 상수였다. 미국이 대놓고 남북협력을 지지하고 성원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김대중 대통령 때도 그랬고 노무현 대통령 때도 마찬가지였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 한반도 평화체제 담당관으로 일했기 때문에 협상 내용을 잘 알고 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대놓고 개성공단을 반대하면서 안 된다고 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정동영 통일부장관을 보내 미국을 계속 설득했다. 미국은 개성공단 착공식조차 연기시키려고 했는데, 그래도 노 대통령은 '이건 우리의 주권이다. 평화를 만드는데 개성공단 방식만큼 좋은 게 없다'고 밀어붙였던 것이다."
- 개성공단 재개 문제를 놓고 정부관계자들과 대립하기도 했던 걸로 알고 있다.
"2020년 3월 코로나19 사태 초기 마스크가 부족해 난리가 났을 때, 방송에 나가 한시적으로라도 개성공단 재개하면 마스크 부족 문제는 금방 해결할 수 있다고 했는데, 그날 밤에 정부 관계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다음날부터 나가지 말라고 하더라. 그래도 계속 떠들겠다고 했더니 또 다른 인사가 전화를 해서 '진짜 이러지 말라'고 했다. 요약해 보면 '미국이 반대하고 싫어하는데, 왜 자꾸 그러느냐'는 것이다. 내가 너무 화가 나서 그랬다. '미국의 반대가 무서운 거냐. 아니면 스스로가 개성공단 재개를 반대하는 거냐'고."
- 일각에서는 개성공단을 북한의 '달러 박스'라고 비판했다.
"뻔한 거짓말이다. 적대적 분단 체제를 계속 유지해야 하는 세력들에게 개성공단은 눈엣가시였다. 뭐라도 꼬투리를 잡아서 공단 문을 닫게 하려고 했기 때문에, 북측 노동자들에게 주는 임금이 달러 박스라느니, 북한 정권의 돈줄이라느니 하는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했다.
2004~2005년 개성공단 초창기에 북한 노동자가 연장근무, 야근·특근까지 하면서 월 6만 원을 받았다. 일요일 4일 중에 이틀 휴일 근무까지 한 노동자에게 고작 6만 원 월급 주면서 이걸 퍼주기라고 하는 인간들은 정말 사악하지 않은가. 개성공단에 입주한 우리 기업인들도 북측에 대량 살상무기 개발 자금을 공급하는 사람들로 어마어마하게 욕을 먹어야 했다. 얼마나 억울했겠나. 피눈물 나는 이야기다."
"정부, 총선용으로 장난 치는 순간... 선거 자체가 없어질 수도, 경거망동 말아야"
▲ 김진향 “정부, 총선용으로 장난 치는 순간... 선거 자체가 없어질 수도, 경거망동 말아야" ⓒ 유성호
- 개성공단으로 향하는 유일한 통로였던 경의선 육로를 북한이 방벽으로 차단하고 도로 옆으로 지뢰를 매설한 사실을 최근 군 당국이 파악했다. 최근에 김정은 위원장은 "대한민국 것들과는 그 언제 가도 통일이 성사될 수 없다"고 공언한 가운데, 해외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는 '북한이 전쟁을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북측의 태도 변화에는 전제가 있다. '민족성이 완전히 사라진, 민족의식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족속들하고 통일을 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라는. 남측은 민족의식이 거세됐는데, 자신들만 계속 통일을 떠든다는 것 자체가 전쟁 위기가 임박한 상황 속에서 모순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남측이 계속 자신들을 주적이라고 하니, '그래, 좋다. 남측이 계속 적대를 원하면 우리도 적대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비로소 휴전 70년 만에 남북의 적대적 분단체제가 완벽하게 수립이 됐다.
'북한이 전쟁을 결심한 것 같다'는 분석을 좀 더 정확하게 설명을 하면 '전쟁을 피하지 않을 결심을 한 것'이다. 자신들을 건드리지 않으면 일방적으로 먼저 시작하지는 않겠지만, 건드린다면 절대 피하지 않을 것이다. 사실 전쟁은 어떻게든 피해야 하는 것인데, 절대 피하지 않겠다는 의미는 기다리고 있다가 준비된 행동을 하겠다는 의미다. 이미 북한은 작년 9월에 핵 무력 정책을 법제화하고 공개했는데, 남측을 동포가 아닌 미국의 일개 주로 보는 시각이면 어떤 행동을 못하겠는가."
- 최근 신원식 국방부장관은 "북한이 4월 총선을 앞두고 대남테러를 벌일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고, 김영호 통일부장관은 '자유의 북진정책'을 선언했다. 남북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그동안 한국의 보수세력은 선거 때만 되면 의도적으로 안보 위기를 고조시켜왔다. 그런데 올해 상황은 이전의 '총풍'이나 '북풍'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전에 남북은 완벽히 적대적인 교전국가가 아니었다. 한민족, 같은 동포라는 형제·자매적 관점이 있었다. 그래서 한 쪽에서 도발한다고 해도 확전이 되지 않을 수 있었다.
지금은 전혀 다른 상황이다. 총선 이전에 사소한 무력충돌이라도 발생하면 감당할 수 없는 전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파국적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총선을 유리하게 만들려고 장난을 치는 순간 총선 자체가 없어질 수가 있다. 정말 경거망동하지 말아야 한다."
21대 국회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국회가 최소한 한반도 종전 결의안, 전쟁 결사반대 결의안이라도 좀 내놨으면 좋겠다. 시민사회도 눈앞으로 다가온 전쟁을 직시하고, 온 힘을 동원해서 평화의 여론들을 만들어 내야 한다. 모든 국민들이 비상한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 난 종교인은 아니지만, 요즘 매일 아침 기도를 한다. 돌아가신 문익환 목사님, 김대중 대통령님, 노무현 대통령님을 부르면서 8천 만 민족을 지켜줄 지혜를 달라고 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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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개성공단의 산증인 "남과 북 기적의 공간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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