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카를로 카지노모나코의 몬테카를로 지역은 카지노와 고급 상점이 모여있다
오영식
한참 내 얘기를 듣던 아들이 반문했다.
"근데, 그러면 아빠는 부자야? 우리 이렇게 여행하잖아."
아들의 질문을 듣자, 한국에서 여행을 떠나기 전 주변의 지인들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아들과 한국에서 타던 자동차를 가지고 러시아를 지나 아프리카까지 여행하겠다는 얘기를 들은 지인들은 하나같이 내게 이렇게 말했다.
"너 그동안 돈 많이 모았구나? 몰랐는데 알부자였어!"
아들과 둘이 며칠도 아니고 반년 동안 세계를 돌아다닌다는 얘기를 들었으니 어찌 보면 그렇게 생각하는 게 당연한 듯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난 늘 이렇게 대답했다.
"아니요, 돈 없어요. 지금 사는 곳도 전라도 시골이고, 게다가 오래된 아파트에 임대로 사는데 무슨 돈이 있어요. 아시잖아요. 혼자 공무원 생활하면서 애 키우는데 어떻게 돈을 모아요."
사실 처음부터 통장에 여유가 있어 즐기자고 계획한 여행은 아니었다. 있는 돈 없는 돈 모아서라도 아들이 어릴 적 오랫동안 함께 여행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빠의 이런 생각을 초등학교 2학년 아들에게 설명해 봐야 다 이해하기는 힘들 것 같아 짧게 대답했다.
"아니, 아빠는 부자 아니지. 그래도 아빠는 태풍이랑 이렇게 여행하는 데 쓰는 게 안 아까워. 돈은 나중에 태풍이한테 사춘기가 오거나 아빠를 싫어할 때, 그때 벌면 돼~"
"에이~ 내가 아빠를 싫어한다고? 그럴 일 없을 거 같은데. 계속 아빠랑 붙어 있을 건데?"
"안 돼~ 그럼, 아빠 돈 못 벌잖아. 아무튼 네가 크기 전에 같이 재밌게 놀고, 나중에 다 크면 아빠도 그땐 열심히 돈 벌 거야."
남들과는 거꾸로 살겠다는 청개구리 아빠
자리에서 일어나 앞에 있는 공원을 걷는데 회전목마가 있어 아들을 태워줬다. 아직 아홉 살밖에 안 된 아들은 무서운 놀이기구보다는 천천히 돌아가는 회전목마를 좋아한다. 들뜬 아들은 회전목마가 한 바퀴 돌아 내 앞을 지날 때마다 해맑게 웃으며 장난을 쳤다. 그런 웃음이 끊이지 않는 아들의 얼굴, 그리고 저 멀리 몬테카를로 카지노 건물을 함께 보니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떤 사람은 저런 슈퍼카를 타고 카지노에 내려 돈을 펑펑 쓸 정도 돼야 부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동심을 간직한 아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그런 돈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훨씬 더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