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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우' 드라마 속 이 사람, 법률사무원입니다

[A부터 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법률사무원 A씨 인터뷰

등록 2024.03.13 10:07수정 2024.03.13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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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나 영화에는 변호사들의 일상이 자주 나온다. 그리고 변호사 주변에서 묵묵히 보조하는 사람들이 있다. 2년 전 인기리에 종영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드라마 속 송무팀 직원을 통해 그 이미지가 알려진 법률사무원이다. 변호사라는 직업에 비해, 법률사무원의 일은 덜 알려져 있는 것 같다. 지난 2월 서울의 한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는 5년차 법률사무원 A씨와 업무 환경과 고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형사 사건의 경우, 검찰청에 가서 온종일 기록을 복사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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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방송 이후 법률사무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 '법률사무원'의 업무와 일과가 궁금합니다.

"최근 드라마를 보고 법률사무원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거기 보면 변호사를 따라다니면서 현장 검증 같은 것도 하고 그러잖아요? 그런데 사실 전혀 그렇지 않아요. 저희는 진짜 사무실에서 복사하고, 서류 제출하고 그런 업무를 주로 해요.

법률사무원이 하는 일은 일반적으로 변호사가 진행하는 모든 사건을 보조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특히 저희는 의뢰인들과 소통 하면서 필요한 서류를 부탁해서 받기도 하고, 받은 자료를 변호사께 정리해 드리는 일도 합니다. 변호사가 작성한 서면을 대신 제출해 드리기도 하고, 판결 선고가 있는 날에는 직접 법정에 가서 해당 사건 판결을 듣고 변호사에게 알려드리기도 합니다.

그리고 법률사무원들의 대표적인 일이라고 하면 복사가 있습니다. 특히 형사 사건은 아직까지 전자화되지 않아 기록을 보려면 직접 검찰청에 가서 복사를 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타 지역 검찰청에 가서 하루종일 기록을 복사하기도 해요. 그 외 아침에 그 주에 있는 재판 일정을 확인하고 또 판결 이후 항소 기한들을 확인하는 업무를 합니다."

- 법률사무원분들의 계약 조건이나 업무 환경도 궁금합니다.

"저는 지금 정규직으로 들어와 있어요. 첫 사무실보다 지금 다니는 곳이 근무 환경이나 대우가 좋아 만족하고 있습니다. 처음 다녔던 회사는 연차가 아예 없었거든요. 임금도 실수령 기준으로 최저임금보다 5만 원 정도 더 받고 다녔었는데, 여기서는 연차도 1년에 15~16개로 보장되고 있고, 휴가비도 있어요. 특히 여성 사원들은 보건 휴가를 유급으로 줍니다. 그런데 정말 회사마다 너무 달라서 이렇게 안 주는 회사도 있습니다."


- 드라마에서 보면 변호사나 사무원분들은 서류에 파묻혀서 야근도 많이 하고 하던데 업무량은 또 어떤가요?

"출퇴근은 일반 사무직과 똑같이 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 점심시간 1시간, 이렇습니다. 사실 드라마와는 달리 재판 자체가 아주 긴박하게 진행되지는 않아요. 사실 그것도 사건 종류마다 다른데 임금 체불 사건 같은 경우에, 다수의 노동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진행을 하다 보면 필요한 자료 양도 많거든요.

그런 사건들 할 때는 시간 외 업무를 하기도 하고, 주말 출근을 하는 분들도 계시기는 한데 거의 대부분은 그날 다 끝낼 수 있는 업무량인 것 같아요. 근데 정말 이것도 회사마다 너무 달라요.

변호사들은 본인의 업무를 하시고, 사무원에게 사무원이 하는 일만 넘겨주시면 사무원들이 그렇게 과다하게 업무를 하지 않아요. 변호사 업무인데도 사무원들한테 넘기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경우 야근을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사건마다 그리고 변호사가 어떤 성향인가에 따라서 업무량이 좌지우지되는 것 같아요."

"변호사가 어떤 분이냐에 따라 업무 환경 달라져"

- 변호사 업무인데 넘기는 경우가 많다고 하셨는데, 변호사 업무와 사무원이 하는 업무를 크게 구분하자면 어떻게 될까요?

"가장 중요한 변호사의 업무는 법률 상담을 하고, 그 상담을 토대로 서면을 작성하는 것이죠. 서면이라는 것은 재판 날에 내가 이렇게 변론을 할 거고, 이런 자료를 준비했다는 내용을 미리 법원에 제출하는 겁니다. 그런데 그런 초안 작업을 사무원한테 시키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아니면 법률 상담을 사무원에게 시키는 거죠. 이건 불법이거든요. 그런데 '너가 알아서 한번 상담해봐라' 이런 식으로 넘기는 변호사들도 더러 계시기는 해요."

- 변호사 사무실도 결국 소규모 사업장이라, 어떤 변호사를 만나느냐에 따라 노동환경과 업무가 천지 차이일 것 같습니다. 혹시 변호사 사무실에 직원을 몇 명을 뽑아야 한다는 인력기준 같은 것은 따로 없나요? 

"맞아요. 변호사가 어떤 분이냐에 따라서 사무원의 업무 환경이 굉장히 큰 영향을 받아요. 인력 기준은 따로 없어요. 가끔 변호사들이 사무실을 공유하는 경우가 있어요. 사무실을 공유하는 변호사가 두 분이면 사무직원도 공유하거든요. 사무실을 공유하면서 월세도 사무직원의 월급도 각각 반반씩 합쳐서 주는 거예요. 그러면 그 사무직원은 두 변호사 일을 다 하는 거죠.

지금 사무실은 사무직원 3명이 업무 분담을 하고 있어, 업무 중에 화장실 가고 싶을 때나 밖에 일이 있을 때 좀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환경인데, 예전 사무실은 안 그랬어요. 편의점 가는 것도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었어요. 저 혼자 일을 하니까 제가 자리를 비우면 전화 받을 사람이 없었거든요."

- 사무직원이 혼자이면 업무환경이 생각보다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긴 하네요. 업무를 하면서 느끼는 고충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사실 업무 매뉴얼이 없거든요. 저는 첫 직장에서 인수인계를 3주 정도 받았는데 그것도 굉장히 많이 받은 거예요. 법원이나 재판부에서 나오는 실무 매뉴얼이 있는 게 아니고 각자 일하면서 만들어 놓은 매뉴얼만이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 궁금하면 물어봐가며 해야 하는데, 정말 사무직원 혼자 있거나, 사무장님 딱 한 명 더 있으면 그분한테 물어봐도 잘 모르시는 경우도 많죠. 그러니까 저희는 재판부에 전화를 해서 물어보면서 해야해요. 요즘에는 법률사무원들이 하는 블로그를 참조하면서 일하기도 합니다.

의뢰인들이랑 전화통화를 하면 무조건 변호사나 사무장 바꾸라고 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제가 전화 통화를 할 때, 본인이 원하는 답이 안 나오면 '경리 아가씨인 것 같은데 잘 모르는 것 같으니까 변호사를 바꿔' 그런 경우가 많거든요. 저는 그때마다 '저는 아가씨 아니고 과장 누구누구다, 그런 호칭은 조금 자제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려요. 그게 제일 서러운 고충이죠. 어떤 사무실은 변호사들이 사무직원을 무시하시는 경우도 꽤 되는 것 같더라고요."

변호사 옆에서 의뢰인을 가까이 보는 사람, 법률사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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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사무원은 서면을 제출하고, 자료를 정리하고, 재판을 방청하는 등 변호사 업무를 돕는 역할을 한다. ⓒ A씨

 
- 근골격계 질환 같은 신체적 건강은 어떤가요?

"사무직이다 보니까 거북목이 심해진다거나 허리나 골반 통증 그런 것들은 다 가지고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원래도 자세가 안 좋은데, 서류를 보다 보면 자세가 더 나빠져요. 곧은 상태에서는 집중해서 서류 보기가 어렵기도 하고, 명단 같은 것도 맞는지 확인하다 보면 고개가 점점 앞으로 더 떨어지게 돼요.

그리고 특히 형사 사건이 많은 사무실에서는 서류를 많이 들고 옮기다 보니 손목이 안 좋아지시는 분들도 많이 있더라고요. 아까도 말씀드린 것처럼 형사사건은 전자화가 안 돼서 무조건 종이 서류로 만들어지거든요. 저희는 800~900장 정도를 한 권으로 묶는데, 한 사건의 자료가 18~20권씩 되는 사건들도 있어요. 만약에 거기서 변호사가 '일단 나는 이 사건에 대해서 다 알고 싶다' 하면 그 18~20권을 전부 다 복사해야 하는 거죠. 양이 어마어마합니다."

- 지금 하시는 일의 보람에 대해 물어보고 싶습니다.

"예전 사무실에서 일할 때, 어떤 아주머니께서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해 피고인 상황으로 찾아 오셨어요. 누가 봐도 이분은 잘못한 게 없는 느낌이었어요. 저희랑 같이 본인이 직접 자료도 많이 찾아주시고, 저희 변호사님도 열심히 하셔서 2심에서 무죄 판결 받았을 때 굉장히 좋았어요.

제가 변호사처럼 서면을 쓰고 증인 심문을 하는 건 아니지만, 옆에서 의뢰인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는 사람이거든요. 변호사님보다 저희가 의뢰인과 대화를 더 많이 하는 경우도 많아요. 매일 전화 통화하고 그러니까요. 그런 분들이 무죄 받았을 때, 승소했을 때 가장 보람을 느끼는 것 같아요."

- 마지막으로 법률사무원 일을 잘 모르는 분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점이 있나요?

"저도 법률사무원에 대해서 처음에는 잘 몰랐어요. 모르시는 분들이 아주 많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직업도 있구나'라는 걸 알아주시기만 해도 좋을 것 같아요. 변호사 사무실에는 변호사 아니면 사무장만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사무직원도 있다는 것, 그 사람들이 꽤 많은 일을 담당하는 실무자이자 전문가라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유형섭 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선전위원입니다. 이 글은 한노보연 월간지 <일터> 3월호에도 실립니다.
#법률사무원 #법률사무소 #변호사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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