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가 일하는 노동조합은 방송·통신·콜센터업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로 이루어져있다.
픽사베이
나는 지자체에 청년 대상 뉴딜일자리를 관리하는 팀에 23개월 계약직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청년들이 일자리에 진입하면서 필요한 것을 면밀하게 살피고, 생활가능한 임금을 주면서,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진정성 있게 노력하는 곳이었다. 참여자의 생활임금이 오르면 다함께 축하파티를 하고, 사업 설계부터 청년 참여자가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일수를 다 계산해서 시작하고, 일터를 처음 만나는 구직자들은 채용과정동안 계속 불안해하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일정을 진행하였다. 담당 공무원이 급여를 늦게 지급하려고 하자 민원을 넣어 급여를 제때 지급하게 하고, 노동자로서의 권리가 무엇인지 교육하는 등의 일에 동참했으며, 사업주들에게 고용승계를 요구하였다.
내가 하는 일의 가치가 누군가의 인생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나 혼자가 아니라 같이 하면 할 수 있구나 라는 효능감을 가지면서 일했다. 이후 조직이 개편되고 소속기관이 바뀌면서 정규직이 되었지만 직장내 괴롭힘을 당하고 동료들과 갈등으로 그만두게 되었다. 여전히 해석되지 않는 기억으로 남아있지만 그곳에서의 경험으로 나는 나를 조금 더 알게 되었다. 나는 일을 좋아하고 내가 속한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와 나의 동료를 아끼는 사람이었다.
일자리 사업에 참여자로 시작하여 경력을 쌓아서 지금까지 사회혁신 분야에서 일을 하는, 지금은 친구로 지내는 사람들이 있다. 면접에서 불안에 떨던 친구들은 그 분야에 있기도 하고 다른 분야에 있기도 하지만 그때보다 덜 불안한 삶을 살고 있다. 어떤 친구는 얼마 전엔 결혼을 했는데 나에게 '왠지 너에겐 결혼소식을 알려주고 싶었다'라면서 청첩장을 보내왔다. 나와 같이 성장한 사람들인데 뭔가 선배 대접을 받는 거 같아 굉장히 쑥스럽기도 했지만, 과거 내가 그들에게 쏟았던 에너지를 알아준 것 같아 기분이 좋기도 했다. 쉬는 동안 우연히 노동조합의 채용공고가 눈에 띄었다. 노동조합 업무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지역청년센터 경험을 살려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지원하게 되었다.
노동조합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물어보는 친구들도 있는데, 노동조합에는 생각보다 많은 업무가 있다. 지금은 케이블통신사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회사와 교섭을 준비할 때 함께 관련 법령을 공부하고 요구안을 만들거나 투쟁 상황이 생겼을 때 선전전이나 집회를 준비한다. 평소에는 조합원들에게 필요한 교육을 하기도 한다.
지금 내가 일하는 노동조합은 방송·통신·콜센터업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로 이루어져있다. 조합원 중 남성이 70% 여성이 30%인데 여성노동자들은 주로 사무실에서 전화 상담을 하거나 일정관리를 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남성노동자들은 케이블통신사에서 고객과 대면하여 인터넷을 설치하고 AS하는 업무와 전봇대 위 인터넷 연결선을 관리하는 업무를 주로 한다.
대부분 비정규직이다보니 성별과 무관하게 저임금이지만, 그 안에서도 내근과 콜센터 직군의 임금이 좀 더 낮다. 일부 지부들은 매년 현장직군과 내근직군의 임금격차를 줄이는 것을 교섭의제로 가져가기도 하지만 회사는 유지하기를 원하여 교섭과정에서 쉽게 해결되지 않는 문제이다. 우리조직에서는 성별임금격차에 대한 고민보다는 성별분업에 대한 고민이 과제이기도 하다.
나는 노동조합에서 스스로 하고 싶거나 중요하다고 여기는 일을 하기보다 내가 담당한 곳의 간부들이 하고자 하는 일이나 하고 싶은 일을 되게끔 하는 역할로 스스로를 정체화하고 일하고 있다. 지부 간부들이 무언가를 할 때 혼자인 기분이 들지 않도록 내버려두지 않고, 변화를 옆에서 지켜보고, 필요한 때 항상 내가 있으려고 노력 중이다. 그 안에 젠더관점이 있으면 좋겠지만 아니여도 할 수 없다. 당장은 노동자들이 할 수 있는 것이나 해야 하는 것을 하면서 과정을 잘 다듬는데 집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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