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4일 부산 북구 구포시장을 서병수 북구갑 후보 등 부산지역 총선 후보들과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4.3.14
연합뉴스
한동훈밖에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의 상승세가 꺾였다. 차기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거대 양당이 적극적으로 선거운동에 나선 가운데, 고무적이었던 여당의 수도권 판세가 흔들리고 있다. 한동안 잠잠했던 '수도권 위기론'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최근 몇 주간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공천 파동으로 내홍을 겪는 동안 '조용한 공천'을 표방하며 반사 이익을 얻어왔다. 하지만 공천 막바지, 여당 안에서도 각종 잡음이 끊이질 않으면서 상대적 '비교우위'가 사라졌다. 그간 잘 보이지 않았던 윤석열 대통령이 이종섭 주호주대사(전 국방부 장관) 임명 과정에서 다시 부각되며 지면을 차지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의과대학 정원 증원 갈등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과 경제 상황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그간 톡톡히 누려왔던 '한동훈 효과'가 한계에 부딪혔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전면에 나서면서, 현 정권에 실망해 소극적으로 변했던 보수 지지층이 다시 결집하는 등 여러 순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그 이상의 확장에는 아직 뚜렷한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또한 여당 입장에서 '탈환'해야 할 격전지가 많이 몰려 있는 수도권의 경우, 후보 지지율이 탄력을 받지 못하는 곳들이 눈에 띄고 있다. 국민의힘이 민주당보다 지지율 우위를 점하고 있는데도 막상 후보 간 가상 대결에서는 박빙이거나 밀리는 지역구들이 다수 확인된 것이다.
'수도권 위기론' 왜 나왔나
정당 지지율과 후보 지지율의 격차는 여러 여론조사에서 공통적으로 관찰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KBS가 (주)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500명(서울 마포을: 5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들 수 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소위 '한강벨트'로 불리며 국민의힘이 탈환을 기대하고 있는 서울 광진을도 비슷했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이 40%, 오신환 전 국민의힘 의원은 33%가 나왔다. 격차는 7%p로 오차범위 안이지만, 고 의원이 약간 우세한 모양새이다. 그런데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33%, 국민의힘 34%로 오차범위 안에서 오히려 국민의힘이 근소하게 높은 것으로 나왔다.
민주당 전통의 강세 지역으로 꼽히는 서울 마포을은 정당 지지도가 민주당 28%, 국민의힘 31%로 나왔다. 오차범위 안에서 국민의힘이 앞서며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음을 보여준 것. 하지만 막상 '운동권 특권 세력 심판'을 내세운 국민의힘 함운경 민주화운동 동지회 회장은 가상대결에서 32%에 그쳤다. 현역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41%로 오차범위 밖에서 우위였다.
'지역구 재배치'를 통해 국민의힘이 박진 전 외교부 장관이라는 중량감 있는 인사를 출마시킨 서대문을도 비슷하다. 정당 지지율은 4%p차에 불과했지만, 후보 지지율은 15%p로 크게 벌어졌다. 현역 김영호 의원이 박 전 장관을 여유롭게 따돌리고 있는 것. 경기 수원병은 양당 지지율이 33%로 동률로 나왔다. 하지만 가상대결에서는 7%p차로 김영진 민주당 의원(41%)이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34%)을 눌렀다.
국민의힘이 모두 우위를 지킨 건 해당 조사에서 경기성남분당갑이 유일했다. 정당 지지율은 30% vs. 36%로 국민의힘이 6%p 앞섰고, 후보 지지도는 39% vs. 44%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을 5%p차 앞섰다. 하지만 모두 오차범위 안이다.
다른 여론조사 기관의 다른 지역구 여론조사도 최근 추이는 비슷하다. 정당 지지율에서는 국민의힘이 앞서는데, 막상 가상대결로 들어가면 지지율이 오차범위 안 접전이거나 오히려 민주당이 앞서는 결과들이 수도권 격전지를 중심으로 속속 나오고 있다. 여당 내 '수도권 위기론'이 다시 고개를 드는 이유이다.
대통령 선거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