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은 마라톤이다. 오래 달릴 체력을 준비해야 한다꼬박 꼬박 들어오는 월급은 마라토너의 생명수와 같다.
Unsplash의Braden Collum
작게 시작해라
두 번째 실수는 사업 스케일을 너무 크게 벌였다는 것이다. 남편의 사업 아이템은 밀키트였다. 상품 기획과 마케팅, 거래처와 홈쇼핑 등 방송 매체들을 모두 다룰 수 있던 남편은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어 유통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기성 제품에서 아쉽다고 생각했던 부분을 보완하고 여러 번의 테스트를 걸쳐 제품 기획을 마쳤다.
대표이사는 내가 맡았다. 여성 창업의 경우 공공기관 입찰 시 우대받을 수 있고, 금리 우대 및 창업지원 혜택을 받는 데 유리하다. 여성기업 확인서를 받기 위해 사업장 실사와 대표 인터뷰가 있는데 당연히 대표자인 내가 해야 할 일이었다. 자연스럽게 나 또한 남편의 사업에 동참하게 되었다.
그저 자본과 아이템만 있으면 시작할 수 있는 게 사업인 줄 알았다. 여기에 남편은 실무 경험을 통해 소위 '먹히는 아이템'이 무엇인지도 알고 있다. 게다가 우리의 상품은 기존 아이템의 단점을 개선한 상품이 아니던가?(너무 우리 입장에서만 생각했다). 까다로운 제조업 등록도 무사히 마쳤다.
"제조업 등록까지 하셨으면 이제 돈방석에 앉을 일만 남았네요."
제조업을 크게 하시는 지인의 한 마디가 우리 부부의 가슴을 뛰게 했다(제조업은 창업 생존율이 가장 높은 업종이고, 산업 특성상 고용증대 효과가 큰 업종이라 정부지원 사업에서도 유리하다). 남편의 꿈은 작지 않았다. 지금은 OEM 방식으로 제조를 하지만 나중에는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까지 갖추는 게 목표였다.
하지만 우리 사업은 순조롭지 못했다. 무엇보다 가장 어려웠던 것은 '돈 문제'였다. 제조업은 재고 확보가 필요한 분야이다. 판로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물건부터 만든 것이 두 번째 실수였다. 제품을 생산하면 할수록 통장의 잔고는 빠르게 줄었다. 마치 고속 열차를 탄 것처럼 말이다.
회사와 밖은 다르다
세 번째 실수는 마케팅을 너무 쉽게 생각했다는 거다. 대형 쇼핑몰에 입점만 하면 판매가 그냥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소비자는 우리의 브랜드가 낯설다. 이들의 눈에 비슷한 제품은 넘쳐난다. 굳이 돈 주고 모험하고 싶지 않다. 좋을지 나쁠지 확신이 없는 상품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많은 기업이 마케팅에 막대한 돈을 투자하는 이유다. 광고를 통해 인지도를 높이고 친숙하게 만든다. 인기 있는 연예인들을 광고모델로 내세워 팬심과 동일시를 자극한다. 회사에 몸 담고 있었을 때는 가능했지만 개인사업자로서는 엄두도 못 내는 광고 스케일이었다.
대기업의 상품과 마케팅을 개인사업에 그대로 적용하려는 우리의 생각은 완전한 실수였다. 규모가 달라지면 마케팅 접근 방법도 달라야 했다. 다른 전략이 필요했지만 기존 회사에서 익혔던 프로세스를 버리지 못했던 것이 문제였다.
1차, 2차, 3차 총 3종의 상품을 출시했다. 재고는 쌓이고 판로를 찾기 위해 라이브 커머스, 공동구매 등도 시도해 봤지만 판매로 전환되는 확률은 1%대였다. 기운이 빠질 수밖에... 남편은 일인다역을 하느라 하루 종일 책상을 떠나지 못했고 밥도 거르고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일했다. 회사를 그만두면 여유 시간이 생길 것이라는 환상도 깨지는 순간이었다.
결국 남편은 1년을 채 버티지 못하고 23년 2월 회사에 들어갔다. 남편의 입사 통보가 내려지던 날, 기쁨 대신 비장한 마음이 들었다. 마치 전장에서 폐한 장군의 마음이랄까?
회사를 만들고 사이트를 구축하고 자사 브랜드를 딴 상품을 출시하고 유명 홈쇼핑에도 입점하고 라이브커머스와 스토어 운영까지 남편과 해온 지난 1년의 과정들이 스쳤다. 짧은 기간에 참 많은 걸 해냈다. 단지 이게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았을 뿐.
창업 1년 그리고 재취업까지 2년의 시간이 흘렀다. 남편이 만든 회사는 2년차 기업이 되었다. 아직 우리의 창업 도전기는 끝나지 않았다. 버틸 체력을 만들어 가면서 도전 중이다.
끊임없는 시도를 통해 그 무엇이 될 수 있다고 믿는, 4대보험 없는 여성 시민기자들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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