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ore 이탈리아식 사랑 이야기〉 12쪽.
이숲출판사
즉, 지드루 메르베유는 자신의 책에 실린 일곱 편의 단편에서 노골적으로 사연과 이야기를 보여주지 않고 독자들에게 생각하게끔 한다는 의도를 프롤로그에 숨겨놓은 것이다. 문학 용어로 따지자면 잘 만들어진 상징이나 은유로 의미를 감춘다는 말일 테다. 그래서 독자들은 이런 작가의 의도를 감안해 읽으면 이 만화를 더욱 흥미 있게 읽을 수 있다.
지드루 메르베유의 〈Amore 이탈리아식 사랑 이야기〉에는 책 초반과 후반에 놓여 있는 프롤로그를 제외하고 총 7편(〈그 남자, 그 여자〉, 〈롤오버 베네치아〉, 〈베파나〉, 〈거룩한 소원〉, 〈불가사의의 도시〉, 〈피에트로와 아다〉, 〈무한히 감사해!〉)이 책에 담겨 있다.
모두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하지만 사랑의 방식이 같은 것이 없다. 세상에 같은 사람이 없는 것처럼, 사랑의 방식도 모두 제각기 펼쳐진다. 심각한 것부터 진지한 것까지, 우울하고 희망적이면서도 잔잔한 것까지 작가는 여러 형태의 사랑을 책 속에 흩뿌려 놓았다.
나룻배 남자와 여행 온 여자
나는 텍스트에 수록된 7편의 단편 중, 가장 인상적인 사랑 이야기 한 편을 소개하려고 한다. 뱃사공의 사연을 다룬 〈롤오버 베네치아〉가 이에 해당한다. 이 작품을 만화로 봤을 때,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작가의 의도적인 연출과 이 연출로 잘 빚어진 상징 때문이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가면 '곤돌라'라는 보트를 탈 수 있다. 오래전부터 베네치아는 운하가 도로 역할을 했기 때문에 배로 움직이는 것은 과거에 일상이었다. 시간이 지나도 아탈리아에는 이런 전통과 문화가 남아 있었던 탓에 '곤돌라'가 지금도 여전히 운행되고 있다. 이 사실은 이탈리아에서 뱃사공의 사연이 여전히 이야기의 소재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작가가 자신의 작품집에 이탈리아의 상징인 뱃사공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것은 자연스럽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결혼 20주년을 기념하려는 어느 부인은 오렌지색의 목도리를 맨 뱃사공과 함께 이탈리에 베네치아를 통과하는 중이다. 부인은 가업을 이어받아 일하는 뱃사공의 삶이 보람 차지 않냐고 묻지만, 뱃사공의 입장은 그렇지 않다.
베네치아에 오는 사람들 대부분은 좋은 추억을 만들기 위해 오는 관광객들인 데 반해 자신은 자유롭게 떠나지 못하고 이곳에 머물러야 하니 마냥 좋지 않다는 것이다. 뱃사공의 입장에서는 관광객들이 매번 스쳐 지나가기 때문에 만남 자체가 소비적인 형태의 수단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겠다. 그래서 뱃사공은 남겨진 자의 처지를 잘 모르고 있는 부인에게 농담조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 농담에는 부인에 대한 호감이 섞여 있다.
부인이 떠나고 남겨진 뱃사공. 아마 세상 최악의 직업일 걸요.(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