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참가자가 에너지 공공성 부스 앞에서 딱지치기를 하고 있다. 딱지에는 “가스 민영화 저지”라고 적혀있다. 그는 3번의 시도 끝에 딱지를 뒤집었다. 최원석 기자
단비뉴스 최원석 기자
하지만 이날 에너지 전환 대회에 모인 참가자 열기와 달리 기후위기는 좀체 총선의 주요 의제로 떠오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이날 만난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장은 "그럼, 이번 총선에 어떤 의제가 떠오르고 있냐"고 되물으며 말을 이었다.
"지금 정치권에는 막말, 상호비방, 공천 논란밖에 없습니다. 반면 사람들은 '기후유권자'라는 단어에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지난달 녹색전환연구소 등이 발표한 '2023 기후위기 국민인식조사 전국 보고서'에 따르면, 평소 정치적 견해가 다르더라도 기후위기 대응 공약이 마음에 들면 투표를 고려하겠다고 밝힌 '기후유권자'가 국민의 62.5%에 이른다. 1만7000명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에서 '기후대응 공약이 마음에 들면 평소 정치적 견해가 다른 정당이나 후보라도 투표를 고민하겠다'는 이도 5명 중 3명꼴이었다.
이유진 소장은 "국민의힘 정책에는 사람이 없고 기술적인 해법만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틀에서 말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탈핵 부스는 핵폐기물 지도를 만드는 곳이었다. 하헌종(65)씨는 '한빛 2호기'라고 적힌 카드를 들고 한참 망설였다. 그는 "어디에 있는 건지 모르겠네"라며 멋쩍게 웃었다. 진행 요원들이 힌트를 주자, 한빛 2호기 카드가 전라남도 영광군에 꽂혔다.
퇴직 교사인 그는 경기 양평에 사는 녹색정의당 당원이다. 후쿠시마 핵 오염수 무단투기 중단 피케팅을 홀로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자식 세대에게 느끼는 부채감을 토로했다.
"교사로 있을 때 학생들에게 성적과 경쟁을 강조했습니다. 그것도 미안한데 핵발전소는 늘어나고, 일본은 핵 폐수를 바다에 버립니다. 아이들의 지속 가능한 삶이 어려워지고 있어요. 정말 미안합니다."
이번 대회에 참여한 것도 '속죄'를 위해서였다. 그는 "나와 내 가족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핵발전소 싫어"라고 적은 포스트잇을 붙이고 부스를 떠났다.
독일 최대 환경단체도 "한국 재생에너지 확대해야"
이날 오후 3시가 되자 참가자들이 모여 선언대회를 열었다. 선언 주제는 ▲핵 진흥 정책 중단 ▲핵오염수 투기 중단 ▲석탄발전 중단 ▲시민 주도 재생에너지 확대 ▲전력가스 공공성 확보 ▲기후 총선 등 6가지다.
최경숙 일본방사성 오염수해양투기저지 공동행동 상황실장은 오염수 안에 세슘137, 아이오딘159, 스트론튬90 등 방사성 물질들이 있다며 "독은 물로 희석해도 독"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오염수 해양투기를 멈추고 핵 발전을 멈추라고 일본 정부와 윤석열 정부에게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말했다.
독일 최대의 환경단체인 분트(BUND, 독일환경자연보전연맹)의 리처드 메르그너 회장과 후버트 바이거 박사도 이번 대회를 찾았다.
단상에 오른 메르그너 회장은 "평화로운 핵에너지와 평화롭지 못한 핵무기는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평화를 원하면 원자력을 완전히 폐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거 박사도 "독일은 모든 원자력 발전소를 폐쇄했다. 세계 반핵 활동가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정보를 교환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단비뉴스>와 인터뷰에서 "미래에 대해 고려하지 않고 있는 한국 정부는 재생에너지를 더 확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