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KBS에서 방영됐던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 다큐멘터리 갈무리 화면(유튜브 캡쳐)
KBS
그렇게 쌓이고 쌓인 헌 옷들이 산처럼 쌓여 있다고 하는데, 당장 우리 눈앞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우리는 섬유 쓰레기산 탄생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걸까.
한편 이렇게 빠르게 버려지고 빠르게 만들어지는 옷들은 누가 만드는 걸까. 예전에는 '메이드 인 차이나'였다면, 이제는 '메이드 인 방글라데시'가 제일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고 한다. 방글라데시나 미얀마 등의 의류공장 노동자들이 처해있는 현실은 1960-70년대 우리나라의 청계천 봉제공장들을 떠올리게 한다.
의류공장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에는 관심이 없고 돈에만 눈이 먼 사례는 많다. 2013년 4월 24일,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 외곽의 8층짜리 라나플라자 건물이 무너져서 노동자 최소 1145명이 사망하고, 2500여 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다. 건물이 무너지기 전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어 의류공장 노동자들을 제외하고 건물 이용자들은 대피를 했고, 경찰도 건물을 비우라고 명령을 했던 터였다.
하지만 공장장들과 건물주는 당장 들어가 일을 하지 않으면 해고하겠다는 협박을 했고, 협박에 못 이겨 공장으로 돌아간 노동자들은 한 시간 뒤 결국 무너져버린 건물더미에 깔리고 만 것이다. 하루에 옷 1000여 벌을 만들어내던 의류 봉제 노동자들의 당시 시급은 260원이었다 한다.
유명 SPA 브랜드에서 1+1 옷을 고르며 얻은 '득템'의 기쁨은 철근도 제대로 박혀 있지 않던 건물더미에 깔린 시급 260원 노동자들의 피눈물, 목숨과 맞바꾼 것이었다.
의류 산업 망하라는 건가? 저자 답은 'NO'
책에서 저자는 패스트패션을 비판하면 등장하는 역비판들, 가령 '의류 산업이 망해야 한다는 소리냐?'라는 질문에 '아니'라고 답한다. 지속 가능한 순환경제 방식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새 옷을 사지 말라는 거냐?'라는 질문에도 '아니'라고 답한다.
저자는 '새 옷을 사지 말자는 것은 멋을 내지 말자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다. 옷을 단순한 물건 이상으로, 나 자신을 표현하는 가장 친밀하고 직관적인 수단으로 여기고 존중하자는 말이다'라며 옷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의 변화 또한 필요함을 역설한다.
패스트패션은 착취를 기반으로 한다. 착취의 국적만 바뀌고 있을 뿐이다. 과거 노동자 전태일이 몸에 불을 붙였던 우리나라의 청계천에서 중국으로, 그리고 중국에서 방글라데시나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 국가로, 그리고 또 지구 어딘가 인건비가 더 싼 곳을 향해 착취의 국적을 바꾸고 있다.
저자도 말했듯 패스트패션에 딸려오는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옷을 사지 않는 것만이 해답은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예를 들어, 100명이 10벌 살 옷을 한 벌씩만이라도 덜 산다면 조금씩 무언가 변화의 바람이 일렁일 수 있지 않을까. 일종의 나비효과 같은 것이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나는 며칠 전에도 옷 여러 벌을 구매했다. 매일매일 최고 몸무게를 갱신하고 있는 이 몸뚱이는 슬프게도 기존에 입었던 옷을 입을 수가 없다. 지구를 살리기 위해서는 다이어트가 우선일까 하는 생각도 진지하게 여러 번 해봤으나, 다이어트라는 게 원래 그렇지 않나. 다이어트는 내일부터. 그럼에도 여전히 옷에 대한 물욕은 많이 없는 편이라 옷을 최소한으로만 가지려고 노력 중이다.
바야흐로 봄이다. 나무마다 꽃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있다. 새로운 옷들을 사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계절이다. 나처럼 부득이한 이유로 옷을 새로 사야 할 사람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다면 저자의 제안처럼 딱 한 벌만 덜 구매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일상의 작은 변화가 모이고 모여 커다란 혁명이 될지 누가 알겠는가.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 - 기후위기와 패스트패션에 맞서는 제로웨이스트 의생활
이소연 (지은이), 이지선 (북디자이너),
돌고래, 2023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홈페이지 : cathrights.or.kr
주소 : 서울시 중구 명동길80 (명동2가 1-19) (우)04537
전화 : 02-777-0641
팩스 : 02-775-6267
공유하기
옷 사지 말자는 게 아니고요, 한 벌씩만 덜 사보자고요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