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확대 논란, 문제는 의료 공공성입니다

등록 2024.03.19 11:27수정 2024.03.19 11:27
0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하는 정부와 이에 반대하는 의료계 사이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정부의 증원 계획에 반대하는 의사들이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병원을 떠나 의료 공백이 발생하면서 의료 대란이 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공포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단지 '2000명 증원'만 쟁점화되어 보건·의료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해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묻히고 있다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의사가 부족합니다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산부인과 하나도 없는 지자체 OO곳"… 어느새 익숙해져 버린 뉴스 제목들입니다. 의대 정원 확대의 주된 근거는 '의사가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지역 병원에서는 연봉 수억 원을 보장해도 의사를 구하기 어려운 경우가 종종 보도되곤 했습니다. 필수 진료과목에서 의사를 구하기 어려워 진료를 중단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의사가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인구 대비 병상수는 세계 최대, 공공 의료 비중은 OECD 꼴찌

코로나19는 우리나라의 의료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게 된 계기였습니다. 세계 최대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자랑하는 우리나라였지만, 진료 시설과 인력이 태부족한 공공의료 기관은 단순한 격리 시설에 머물 수밖에 없었습니다. 국민건강보험 제도 등 국가 제도의 혜택을 받아 민간 의료 기관이 성장할 수 있었음에도 시장 논리에 따라 의료 서비스의 운영과 의사 분배가 이뤄지기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 의료 공백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외래 진료 횟수와 전체 병상수는 세계 최대 수준이지만 공공 의료 비중은 OECD 국가 중 최하위, 이것이 우리나라의 의료 현실입니다.

의대 정원 확대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의사 수 부족 문제가 가장 심각하게 나타나는 것은 흉부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등의 필수 의료 분야입니다. 이런 분야에는 지원을 꺼리거나, 전문의를 취득한 후에도 피부 미용 등 다른 분야로 진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필수 분야는 소송 등의 위험이 크고, 근무 강도가 강하면서도 병원에 고용되거나 개원하기가 어려운, 이른바 '돈이 안 되는'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의대 정원 2000명 확대입니다. 하지만 의사를 아무리 많이 뽑아도 필수 의료, 지방 의료에 의사가 부족한 현 상황을 바꾸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의사들이 서울과 비필수 의료에 몰리는 이유는 그것이 시장 논리에 따른 선택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처럼 의료 서비스의 운영과 의사 분배가 시장 논리에 의해 이뤄진다면 의대 정원 확대만으로는 당면한 필수 의료, 지방 의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의료는 국가가 책임지고 보장해야 합니다


시장에 맡겨두고 경쟁시키는 것이 더 효율적인 산업 분야가 있는 반면에 시장에 맡겨두기보다는 국가가 책임져야만 하는 분야가 있습니다. 의료, 전기, 수도, 교육, 교통 등이 그런 분야입니다. 하지만 정부는 공공 의료에 지원하는 대신 대선 공약이었던 울산 의료원 설립을 취소하는 등 반대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오히려 건강보험 보장성 축소, 보험사의 규제 완화를 비롯해 비대면 진료(원격 의료)의 전격 허용 등 의료 민영화와 관련된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 필수적으로 필요한 분야는 시장 논리에 맡겨둘 것이 아니라, 국가가 책임지고 보장해야만 합니다. 필수 의료와 지방 의료의 규모와 질을 보장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입니다.
덧붙이는 글 <참교육으로 여는 세상>은 역사의 진실과 정의, 민주주의와 평화 통일을 미래 세대에 가르치기 위해 함께 배우고, 함께 실천하는 교사, 예비 교사, 시민들의 모임입니다.
#의료공공성 #의료대란 #의대증원 #참교육으로여는세상 #참세상
댓글

역사의 진실과 정의, 민주주의와 평화 통일을 미래 세대에 가르치기 위해 함께 배우고, 함께 실천하는 교사, 예비 교사, 시민들의 모임입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단독] '김 여사 성형' 왜 삭제? 카자흐 언론사로부터 답이 왔다
  2. 2 '100개 눈 은둔자' 표범장지뱀, 사는 곳에서 쫓겨난다
  3. 3 카자흐스탄 언론 "김 여사 동안 외모 비결은 성형"
  4. 4 최재영 목사 "난 외국인 맞다, 하지만 권익위 답변은 궤변"
  5. 5 한국의 당뇨병 입원율이 높은 이유...다른 나라와 이게 달랐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