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회 경기마라톤대회 팝업 안내제22회 경기마라톤대회 팝업 안내
경기마라톤대회 공식 홈페이지
'얼리버드 신청 사기 피해 주의 안내'라는 제목의 안내문에는 "카카오톡을 통한 얼리버드 신청을 유인하는 행위가 발생되고 있으니 참가자 여러분들의 각별한 유의를 부탁"하며 "경기마라톤 대회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서만 접수가 가능하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참가신청 확인 란에 들어가 내 개인정보를 입력했지만, 신청은 돼 있지 않았다.
이럴 수가. 나는 얼른 '모두의 마라톤' 카카오 채널로 다시 들어가 봤다. 카카오톡 채널은 아직 살아있었으나 내가 보낸 메시지에 답하는 상담원은 연결되지 않았다.
나는 다시 포털을 열어 '모두의 마라톤 사기'라고 검색했다. 몇 개의 개인 블로그를 통해 우리가 '사기'를 당한 게 확실하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 순간 창피함과 허탈감, 분노와 치떨림이 한꺼번에 몰아쳐왔다.
그때는 내게 사기를 친 사람들보다 올해는 마라톤에 도전해 볼 것이라며 동네방네 소문냈던 내가 더 원망스러웠다. 이제 막 시작한 나의 2024년이 몽땅 망해버린 것처럼 느껴져 더욱 절망했다.
피해자는 나뿐만이 아니었다
나와 남편, 각 5만5000원씩 총 11만 원의 사기를 당했으니 금전적으로만 따지자면 큰돈이 아니라고 할 사람도 있겠다. 하지만 그 일로 인해 내가 느꼈던 수많은 감정들을 돈으로 환산하면 적어도 수천만 원은 될 것 같았다. 그러니 요즘 세상에 판을 치는 각종 피싱 범죄에 휘말려 수백수천만 원의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마음은 오죽할까?
요즘 나는 '모두의 마라톤 사기 피해자'들이 모여있는 오픈 채팅방에 가입했다. 그곳에는 나처럼 피해를 당한 사람들이 함께 분노하며, 카카오톡 신고부터 경찰서 사이버수사대, 국민신문고 등에 신고하는 방법과 절차 등을 공유하고 있다. 사실 신고를 한다고 해서 사기당한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경찰서에 방문해야 하는 신고 절차가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그래서인지 대부분 신고 대신 그냥 똥 밟았다는 심정으로 빨리 잊는 쪽을 택하는 것 같다.
하지만 어느 한쪽에서는 조금 귀찮더라도 다시는 같은 피해자들이 생기지 않도록 사기범들을 잡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루에도 수십수백 건의 사건들이 일어나는 이 복잡한 세상에서 1인당 5만~10만 원 정도 피해를 입었다는 몇 개의 목소리가 얼마나 받아들여질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의 목소리를 통해 더 이상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길 바란다.
또 하나 더 덧붙인다. 마라톤 대회에 참가를 신청할 때에는 반드시 '공식 홈페이지'를 이용하시길. 사설 업체가 사전 접수를 받는 등의 행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