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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민주주의와 평화위기 넘는 '정책 경쟁' 필요하다

[민언련 특별칼럼] 이지현 2024총선시민네트워크 공동운영위원장

등록 2024.03.22 18:51수정 2024.03.26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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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시민연합은 2024년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맞아 선거 전후 언론보도와 사회 의제를 짚어보는 총선 특별칼럼을 마련했습니다. 시민이 정확하고 공정한 정보를 얻어 현명한 주권자로서 선거에 참여하길 바라며, 여덟 번째로 이지현 참여연대 사무처장·2024총선시민네트워크 공동운영위원장의 글을 싣습니다. 해당 칼럼은 민언련 공식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기자말]
 2024년 3월 19일 2024총선시민네트워크가 ‘복합위기 극복과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10대 분야 46개 정책과제’ 발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2024년 3월 19일 2024총선시민네트워크가 ‘복합위기 극복과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10대 분야 46개 정책과제’ 발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2024총선시민네트워크
 
각 정당이 공천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정책 발표와 선거운동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여야 정치권은 여전히 한국 사회 앞에 놓인 복합 위기에 대한 대책과 미래에 대한 진지한 토론보다는 총선용 개발 공약, 선심성 공약, 재원 마련 계획도 불투명한 공약을 쏟아내는 중이다. 이에 더해 윤석열 대통령은 선거를 100여 일 앞둔 지난 1월부터 전국을 순회하면서 스물두 차례에 걸쳐 부처별 업무보고를 대신한 민생토론회를 열고 해당 지역의 개발 정책과 숙원 사업의 추진을 발표하는 등 노골적 선거 개입에 나섰다.

경제위기, 전쟁위기, 기후위기, 인구위기 등 구조적인 위기 앞에 우리 공동체의 미래를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지난 1월 말, 전국 17개의 의제별 연대기구와 73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결성한 '2024총선시민네트워크(아래 2024총선넷)'은 지난 19일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10대 분야 46개 과제를 발표하고, 각 정당에 제안해 총선 공약으로 포함해 줄 것을 요구했다. 또 3월 26일까지 시민투표를 받아 유권자들이 생각하는 2024 총선 최우선 정책을 선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2024총선넷 정책과제는 기후위기 극복, 돌봄복지 확충, 불평등 해소, 한반도 평화, 민생주거, 여성 소수자 권리 확대 등 한국 사회가 맞닥뜨린 복합 위기를 극복하고, 평화롭고 지속가능한 사회,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과제들로 구성되었다. 그 중에서도 민주주의와 정치의 위기, 시민 안전과 평화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과제를 소개한다.

민주주의 짓밟는 대통령 권한 남용 견제 정책
 
 스웨덴 민주주의다양성연구소 보고서에 나타난 ‘독재화’ 진행 국가 중 종 모양 움직임을 보인 국가들의 그래프. 한국의 민주주의 지수는 윤석열 정부 들어 0.6점으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인다.
스웨덴 민주주의다양성연구소 보고서에 나타난 ‘독재화’ 진행 국가 중 종 모양 움직임을 보인 국가들의 그래프. 한국의 민주주의 지수는 윤석열 정부 들어 0.6점으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인다.민주주의보고서2024
 
현 정부 들어 정책적 진전을 이뤘던 많은 것들이 퇴행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도 한국 민주주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참담하기 짝이 없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는 윤석열 대통령의 독주와 퇴행에 민심의 경고장을 보내는 선거가 돼야 한다. 2024총선넷은 대통령의 무소불위 권한 오남용 견제를 위해 세 가지 과제를 제안했다.

행정부가 시행령 등 위임 입법을 활용해 온 것은 한국 사회의 오래된 문제이지만, 이 정부에서 그 남용의 정도가 너무 커졌다. 국회의 입법권을 우회하는 행정부의 시행령 통치 견제를 위한 국회법 개정과 위임입법 통제를 위한 심사 범위, 대상, 절차를 규정하는 별도의 법률의 제정이 필요하다.

윤 대통령은 전 정부에서 임명된 공직자들을 찍어내기식으로 해임하거나 해촉하고, 이동관, 김홍일, 이종섭 등 문제적 인사들에 대한 임명을 강행한 뒤 파행과 물의를 일으켰다. 국회 인사청문 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았음에도 임명을 강행한 사례가 지난 2년간 스무 차례가 넘는 지경이다. 대통령의 인사권 견제를 위해 인사청문회법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

사면권은 헌법상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나, 제왕적 권력 행사의 상징이다. 윤석열 대통령 본인이 수사해 기소한 이명박, 이재용을 사면했고, 김기춘은 상고를 포기하고 일주일 만에 사면받았다. 무분별한 사면권 행사로 법치주의 정신을 훼손하는 일이 없게 사면법 개정도 약속해야 한다.


검찰 권한 분산을 위한 정책도 이번 총선에서 공약하고 22대 국회에서 반드시 추진되어야 할 과제다. 검찰의 수사와 기소의 조직적인 분리를 통해 검찰 권한을 분산하고, 중요범죄 수사는 국가수사청을 신설해 시행할 것을 제안했다. 나아가 권력의 민주적 통제가 가능하도록 지방검사장 주민직선제 도입을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이제 유권자는 혐오와 적대에 기댄 희망 없는 정치를 거부한다. 위성정당, 공천 파행 등 한국 정치의 낯 뜨거운 모습과 결별을 선언할 때다. 다당제와 연합정치를 가능케 하는 정치개혁을 위해 자치단체장 선거와 대통령 선거에서 결선투표제를 도입하고, 위성정당 방지법 제정, 비례성을 높인 선거제도 도입, 유권자 표현의 자유 확대 약속을 반드시 받아내야 한다.


한반도 전쟁위기 해소와 평화 실현을 위한 정책
 
 작년 7월 27일 국내외 시민사회가 진행한 임진각 한반도 평화선언 기자회견
작년 7월 27일 국내외 시민사회가 진행한 임진각 한반도 평화선언 기자회견정전 70년 한반도 평화행동
 
한반도에는 유례없는 핵전쟁 위기가 덮쳤다. 남북·북미 간 대화 채널은 모두 끊겼고,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는 상황이다. 남북대화가 시작된 이래 이렇게 오랜 기간 대화가 단절된 일은 없었다. 우발적 충돌이나 사고, 오판이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이처럼 한반도에 전쟁의 그림자가 드리워 있는데도 그동안 각 정당과 국회는 무엇을 했나?

'힘에 의한 평화'를 강조해 온 윤석열 정부의 태도가 한반도의 군사적·정치적 긴장을 한없이 높이고 있는데도 국회는 그 어떤 의미 있는 역할도 하지 않았다.

한시가 급하다. 총선 과정에서부터 각 정당은 남북 모두에 우발적인 충돌을 야기할 수 있는 모든 군사 행위와 위협 중단을 촉구해야 한다. 위기관리와 무력 충돌 예방을 위해 대화 채널의 복원을 위한 정부의 노력을 주문할 때다. 윤석열 정부가 남북 대화를 재개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으니, 국회만큼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조치를 정부에 요구하고 견인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22대 국회에서 초 정파 여야 협의체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접경지역에서 또다시 대북 전단 살포가 예상된다. 헌법재판소도 전단 살포의 문제점과 제한의 당위성을 인정한 만큼, 군사적 긴장감을 높이고 지역 주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전단 살포에 대해 정부와 지자체가 단속하고 제재할 수 있는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을 약속해야 한다.

인구의 감소로 병역제도 개편도 시급한 과제다. 당장 2025년부터 입영대상자 수가 필요한 병력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징집률 80%를 가정했을 때 2040년 이후 연간 현역병 입대 가능 인원은 10만 명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에 정부도 국회도 대책이 없었다. 50만 상비 병력을 30만 명으로 줄이고, 복무기간을 12개월로 단축하는 방안, 의무병과 지원병을 함께 운용하는 징모혼합제 도입을 이제 본격적으로 논의할 때다.

한국은 북한 국내총생산(GDP)의 1.6배에 달하는 금액을 국방비로 지출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2024~2028 국방중기계획'에 따르면 2028년에 국방예산은 80조 원에 달하게 된다. 한정된 자원과 예산을 군비 증강이 아니라 기후위기 대응과 재난 예방, 저출생 고령화, 돌봄 등 실제 시민의 생명과 일상을 위협하는 시급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우선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결단을 약속해야 한다.

그동안 정권을 막론하고 방위산업 진흥 정책을 펴왔고, 윤석열 정부도 방산 수출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문제는 한국이 무기를 수출한 국가 중 다수(74%)는 분쟁 중이거나 독재 및 인권 탄압 문제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수출된 무기가 미얀마 민주화 시위와 스리랑카 반정부 시위, 팔레스타인 학살 등에 사용되었을 가능성을 생각하면 끔찍한 심정이다. 무분별한 무기 수출의 통제 방안을 마련하고, 무기 수출 정보를 공개하게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사회적 참사 재발 방지와 안전을 위한 정책

언제까지 참사 피해자가 목숨을 걸고 진상규명을 외쳐야 하나.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멈춰섰지만,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을 다음 국회로 미룰 순 없다. 정부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롭고 독립적인 진상조사기구를 설치하고 피해자에 대한 제대로 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다시 한번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을 약속해야 한다.

정부가 생명존중의 가치를 우선하여 정책과 제도를 마련하고, 시민들의 안전에 대한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한다면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진상규명을 위해 싸워야 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21대 국회의 남은 기간 동안 상임위에서 잠자고 있는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추진해야 한다. 피해자의 권리로 안전권을 규정하고, 구조받을 권리,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 인도적 처우를 받을 권리 등 재난상황을 경험한 피해자들의 권리가 법과 제도 속에 담겨야 한다.

이처럼 중차대한 과제가 산적해있지만, 각 정당들이 발표한 주요 공약에는 이 과제들이 충분히 담기지 않았다. 아예 반영되지 않거나, 선언적인 구호에 그친 경우도 많다. 2024총선넷은 위기 극복, 지속가능성을 위해 이러한 과제들이 현실화될 수 있도록 활동해 나갈 것이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이지현(참여연대 사무처장·2024총선시민네트워크 공동운영위원장)입니다. 이 글은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www.ccdm.or.kr), 미디어오늘, 슬로우뉴스, 2024총선시민네트워크 페이지(www.2024act.net)에도 실립니다.
#총선 #정책 #시민사회 #국회의원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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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연재 민언련 총선 특별칼럼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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