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괭이, 쇠스랑 등의 농기구는 고덕철물점이 개업할 때부터 취급했던 주력 상품이다.
<무한정보> 황동환
고덕철물점에 대한 첫인상은 다소 산만하다. 단골쯤 돼야 자신이 필요한 물건이 어디쯤 있을지 알 수 있을 것 같고, 입장에선 주인이 아니면 물건의 위치를 가늠하기 힘들겠다는 인상이다.
하지만, 고덕철물점은 필요한 호미 한 개, 삽 한 자루 들고 말만 잘하면, 마음씨 좋게 생긴 주인 아저씨가 단 몇 푼이라도 흔쾌히 깍아줄 것만 같은 시골 장터 가게 분위기 물씬 풍기는 곳이다(실제로 깍아줄지는 장담하지 못한다. 분위기가 그렇다는 것).
바로 이런 모습이 고덕철물점의 장점이 아닐까. 겉으로 보면 여느 철물점과 크게 다를 바 없지만, 가게의 내력을 잘 모르는 행인들에겐 어쩌다 시골 동네를 다니다 만날 수 있는 그저 낯익은 철물점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이곳은 '다른 무엇'을 품고 있다. 바로 이 '다른 무엇'이 고덕철물점을 특별하게 만든다.
우선 오래된 가게의 역사다. 50년전에 돌아가신 복진홍 아버지부터 시작해 복광순(76) 대표를 거쳐, 아들 복상근(51)씨 까지 3대가 70년 넘는 세월동안 철물점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현재 아버지와 아들, 2대가 함께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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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덕 오추리가 고향인 복 대표는 예덕초등학교와 봉덕중학교를 졸업하고 일찌감치 아버지가 개업한 철물점 운영에 뛰어들었다. 처음엔 아버지의 일을 거들다가 군복무를 마친 뒤 21세부터 본격적으로 철물점을 책임졌다.
그는 아버지의 경영철학 ▲고객이 찾는 물건이 떨어지지 않도록 사전에 준비를 철저히 할 것 ▲손님은 왕이다. 항상 친철한 자세로 응대할 것 ▲지나친 이윤을 추구하지 말 것. 이 세 가지를 철두철미하게 지켰다고 강조한다.
그가 아들에게 철물점을 물려줄 때 전한 말도 이 원칙들이었다. 지금도 가끔 "할아버님을 욕먹일 생각이나 행동을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할 정도다.
아버지와 달리 장남 복상근씨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다른 분야의 길을 걸었을 법도 한데, 아버지의 간곡한 권유에 철물점을 물려받았다.
복광순씨에 따르면 큰아들이 대학을 졸업한 뒤 아내와 함께 셋이 철물점 운영을 두고 상의를 했다.
복상근씨는 "동생들도 보살펴야 하니 장남인 제게 이어서 한 번 해보라는 아버님의 말씀을 받아들였다"고 전한다. 그의 나이 25~26세 무렵이다.
한참 이야기를 나누던 중 한 고객이 들어 온다. 단골이라는 이 고객은 엄지척을 한 채 "다른 곳에 없는 물건이 고덕철물점에 있는 경우가 많다"며 고덕철물점이 인기 있는 이유를 설명한다. 복 대표는 "꼭 그런 건 아니다"라며 손사래를 치지만, 그 모습이 오히려 신뢰감을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