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줌(zoom)완독회2024에 진행할 줌 완독회 포스터, 12권의 시집이 실려있다
완주인문네크워크
'2024줌 완독회'의 포스터를 보니 12권의 시집과 시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지나가버린 1월 김영춘 시인의 <다정한 것에 대하여>와 2월 김이듬 시인의 <투명한 것과 없는 것>에 대한 완독회를 미리 알지 못함은 매우 아쉬웠다. 안 시인의 초대를 받아서 이제라도 이런 행사를 알게 되었으니 얼마나 다행이던지.
처음 참여한 사람을 위해 진행 과정을 설명한 이종민 교수를 비롯하여 30여 명의 낭독참여자를 모니터 화면으로 만났다. 그중에는 이미 유명한 시인들도 있었고, 전문 시 낭송가부터 나 같은 왕초보 낭독입문자까지 있었다. 무엇보다 낭독 후 그들의 말을 통해 문학(시)에 대한 깊은 소양과 애정을 가진 사람들임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3월의 책, 안준철 시인의 <나무에 기대다>(2021 푸른사상사)는 70편의 시로 구성된 시집이다. 총 4부로 나뉘어져 있으며, 시인이 경험한 일상의 사계절을 편안하게 담소 나누는 듯한 시어들로 독자에게 전해준다. 줌에 참여한 독자들은 좋아하는 시 2편 이상을 낭독했는데 처음 참여한 나는 시인께서 추천해준 시 <수레국화 물수레국화>를 낭독했다. 무대에 선다거나 하는 일에 익숙치 않은 나로서는 줌 낭독이야말로 참 편안하고 즐거운 무대였다.
원래 예상했던 시간은 약 3시간이어서 처음엔 의아했다, 도대체 어떻게 진행되길래 시집 한 권 읽는 시간이 이렇게도 길까. 독자가 한 편의 시를 읽고, 소감이나 질문을 하면 시인이 그에 대한 대답을 들려주는 형식이었다. 만약에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작가와의 만남이라면 분명 장시간의 진행에 지쳐하는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다행히도 각자의 편안한 장소에서 얘기를 주고 받는 실시간 온라인 만남이어서 가능한 일이다.
안 시인은 오랫동안 학생들을 가르쳐 온 교사로서 정년 퇴직을 했다. 교직 중에 만나는 학생들마다 '생일시'를 써주어 탄생한 첫 시집 <너의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을 출간하면서 시인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셨다.
그러던 와중 암 투병이라는 고통을 겪으면서도 변함없이 글로서 세상을 만났다. 어둡고 슬픈 고통에 대한 시보다는 언제나 긍정적이고 밝은 사유로 사물을 대하는 시인의 따뜻한 심성이 절절히 담긴 시가 많다. 기회가 없었지만 낭독하고 싶었던 시 중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의 내용의 일부다.
봄이랑 놀았다
봄이랑 연두랑 노는 동안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
점심먹고 자전거 타고 나가서
해가 꽁구멍에 닿을때까지
봄이랑 연두랑 노는 동안
용케도 봄을 가지고 놀지는 않았다
마음을 다해 정성을 다해놀았다
(중략)
봄이 고맙다
봄에게 나도 고마운 사람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