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송정해변
김정주(본인)
호텔에서 <런닝맨>이라는 게임을 하며 땀을 흘리고, 저녁은 지인 추천으로 <고선생>이라는 곳에서 생선 구이를, 자기 전에는 함께 영화 <반지의 제왕>을 봤다. 이튿날에는 옹심이와 감자전을 먹고, 커피 한잔, 그리고 <아르떼 뮤지엄>이라는 정말 환상적인 전시회를 봤다. 한 5년 내에 봤던 전시회 중 최고급에 속했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은 3시간 정도로 나왔고, 아이는 지쳤는지 차에 타자마자 잠이 들어버렸다. 아이 손을 꼭 잡아봤다. 작지만 충분히 따뜻했다. 조금은 꼬들꼬들하기도 했다. 그동안 열심히 많이 컸구나 생각이 들었다.
한번 더 휴게소에 들러서 밥을 먹고 가는 길에서 아이는 라면을 시켰다. 이거 매운데 먹을 수 있겠냐고 묻는데 할 수 있다고 했다. 물을 몇 번씩이나 다시 떠 오며 후후 불면서 끝까지 먹어내는 모습에서 한번 더 정말 많이 컸구나를 느꼈다. 깊은 어둠이 가는 길을 덮었고, 출발할 때만큼의 대화는 없었지만 든든한 무언가가 우리 사이에 흐르고 있었기에 시간의 흐름은 두렵지 않았다.
도착해서 어쩐지 나는 편지를 썼다. 꼭 그러고 싶었다. 그 내용으로 글을 마치면 되겠다.
'아빠와 너 사이에 함께 나눌 수 있는 이야기가 생겨서 그것들이 시간이 흘러도, 아니 흐를수록 소중하게 될 것 같아서, 우리를 우리로 지켜줄 것 같아서 기뻐. 돈은 무척 중요한 것이지만 어쩌면 이런 추억은 사람이 죽을 때 수백억보다 더 아름답게 남을 것 같다고 아빠는 믿어볼래. 소중하고 아름다운 세음아, 앞으로도 많은 추억을 만들자. 착한 마음, 따뜻한 마음, 순수한 영혼을 잃지 말고 살아가자. 사랑하고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