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성장한다는 것은 때때로 불안을 동반하는 일이다.
이준수
옛이야기 속 꾀주머니는 인생이 흔들리는 느낌이 들 때 바로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자녀 교육이라는 것도 큰 틀에서 보면 꾀주머니 같은 것이 아닐까. 아이가 커 가면서 마주하게 되는 이런저런 상황에서 잘 대처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
나는 학교에서나 가정에서나 아이들에게 강조하는 세 가지가 있다. 운동, 읽고 쓰기, 건강한 식생활이다. 전설 속 꾀주머니는 주머니 속에 쪽지가 들어있는 식이지만, 내가 바라보는 꾀주머니는 그런 것이 아니다. 좋은 습관을 몸에 배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꾀주머니에 가깝다. 하나씩 살펴보자.
첫째, 운동이다. 체력은 모든 종류의 삶에서 기본이다. 나는 담임을 맡으면 항상 학교 주변으로 산책 수업에 나선다. 동네 쓰레기 주으며 봉사활동을 하기도 하고, 바다와 숲을 배경으로 그림을 그리거나 사진을 찍는다. 점심시간에는 운동장에서 아이들과 철봉 매달리기, 턱걸이를 하기도 한다. 따뜻한 햇볕 아래서 땀을 흘리고 웃다 보면 어느새 마음도 단단해져 있다.
집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주말이면 반드시 하루 한 코스 이상 자연에서 놀거나 머무는 기회를 마련한다. 꼭 무도 학원이나 피트니스 센터에 가야만 운동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가족은 일상 속에서 여가를 보내는 방식 중 하나로 자연 속에서 논다.
요즘 세상은 너무 편리해서 의식적으로 운동하지 않으면 금방 몸이 쳐진다. 어지간한 거리는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것이 더 빠른데 차를 탄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시간에 계단을 오르면 이점이 많다. 하체를 강화할 수 있고, 쓸데없이 스마트폰 보는 낭비를 줄일 수 있다. 매일의 운동은 나의 교육 방침 중 일 번이다.
둘째, 읽고 쓰기다. 초등 교육에서는 3R을 강조한다. 읽기(Reading), 쓰기(wRiting), 셈하기(aRithmetic). 독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다. 한국의 어린이들은 학습량이 많아 매우 바쁘다. 그런데 의외로 독서 시간이 적다. 영어 문제집 풀고, 수학 선행 교습에 쏟는 시간과 에너지에 비하여 다양한 독서와 글쓰기에 대한 투자는 별로 하지 않는다.
나는 기본이 거꾸로 되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을 자주 한다. 폭넓은 독서와 글쓰기는 모든 배움의 근간이다. 교육을 입시로 바라보는 틀에서 벗어나 삶을 완성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읽고 쓰기를 게을리할 수 없다. 학교에서 나는 아이들과 책을 함께 빌리고 읽는다. 토론도 자주 하고 자기 생각을 글로 쓰게 한다.
가정에서도 자녀와 도서관에 자주 들르고, 동네 책방에서 휴식을 취한다. 언제 어디서든 책과 가까이 지낼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도서관은 누구에게나 개방되어 있고, 이용 요금이 없으므로 가정의 격차를 극복할 수 있는 중핵 공간이다.
셋째, 건강한 식습관이다. 아이가 먹는 음식은 그 의미심장함에 비하여 그 중요도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학원 스케줄이 빡빡한 아이들이 편의점에서 소시지와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장면을 종종 목격한다. 학교 현장체험학습에 삼각 김밥을 싸 오는 경우도 있었다. 과자와 젤리를 비롯해서 아이들이 즐겨 먹는 음식 중 상당수는 가공식품이다.
합성첨가물 범벅인 가공식품을 먹으면 면역 체계가 망가질 뿐 아니라 뇌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충동적으로 행동하게 되고 감정 변화도 심해진다. 과도한 열량 섭취로 비만에 이르게 되기도 한다. 학교 급식은 수익을 남기지 않고 아이들의 성장을 고려해 설계된 양질의 식사다. 나는 제자들에게 급식에 나온 유기농 야채와 과일, 잡곡밥을 골고루 먹도록 권한다. 제철 로컬 푸드로 나온 곤드레밥이 아이들 입맛에 맞지 않을 수 있다. 그렇지만 한 입이라도 맛을 봐야 미각이 열린다고 생각한다.
집에서도 청국장과 현미밥을 즐겨 먹는다. 아침과 저녁에는 계절에 맞는 과일을 곁들인다. 아이들이 야채샐러드에도 조금씩 익숙해지도록 가르쳤다. 지금은 밥공기 사이즈의 샐러드볼에 드레싱을 살짝 뿌려 잘 먹는다. 안 좋은 식습관으로 인해 MZ세대가 베이비부머보다 건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만큼 어린이에게 건강한 식습관 교육은 필수이지 않을까.
자녀의 독립, 불안해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