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아래에서 찍은 이 사진이 영정사진이 될 줄은 미처 몰랐다.
임경화
사진첩을 급하게 찾아보았다. 재작년 봄 엄마와 벚꽃과 사람 수가 같아 보일만큼 빼곡한 인파를 피해 산허리즈음에서 찍은 봄사진에 엄마와 내가 얼굴을 기대고 서 있다. 연보라색 점퍼와 비취색 머플러를 두른 엄마와 분홍진달래꽃이 참 잘 어울린다.
엄마는 비교적 건강하셔서 착한 치매(비교적 증상이 가벼운)와 친구가 되었지만 요양원 등 기관에 가지 않고 나랑 제일 친한 친구로 지내셨다. 그러던 어느 날 화장실 다녀오시다가 넘어지시면서 고관절 골절로 수술을 받으셨다. 다들 고령의 수술을 반대했지만 나는 수술을 고집하고 결정했다. 나는 엄마가 충분히 이겨내시리라 믿었었는데 어이없게도 그러시질 못했다. 수술 후 요양병원도 예약해 놓았었는데 준비 없는 이별을 맞이하고야 말았다.
장례식장 관계자가 내게 영정사진을 준비했냐고 물었는데, 아무 생각이 나질 않았다. 급하게 핸드폰 사진첩을 뒤져서 찾아낸 사진이 엄마와 나란한 봄꽃사진이었다.
그렇게 그 사진에서 나를 제외하고 엄마만 꺼내 영정사진이 되었다. 사람들은 저마다 사진을 보며 "어머님이 참 고우시네요~"를 조문 인사로 건네곤 했다. 덕분에 한복 갖춰 입고 조금 씁쓸한 미소를 머금은 엄마의 영정사진은 제대로 쓰이지 못한 채 사라졌다.
봄의 대표 꽃인 벚꽃의 꽃말 중 하나는 삶의 아름다움이라고 한다. 봄꽃들 덕분에 내 삶도 아름답게 향기를 내는 것 같다. 나의 생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한 유일한 한 사람, 엄마. 할 수만 있다면 이 말을 전하고 싶다.
'엄마와 함께 한 시간이 매 순간 감동이었고 행복했어요. 생의 마지막 부분, 엄마가 병과 죽음 앞에 두렵기도, 외롭기도 했을 텐데 코로나로 인해 온전히 함께 할 수 없어서 저도 많이 마음 아팠어요. 이제 제가 엄마를 제 가슴으로 한번 안아드릴게요. 많이 감사했었고 사랑합니다. 다음 세상에서 만나요.'
어쩌나? 매해 벚꽃은 그러지 말라 해도 화려하게 피고 질 터인데... 나는 봄꽃 향기와 기억의 향기를 동시에 맡을 준비를 해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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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와 노래를 좋아하는 곧60의 아줌마.
부천에서 행복한만찬이라는 도시락가게를 운영중이다.남은 인생의 부분을 어떻게 하면 잘 살았다고 소문날지를 고민하는 중이며 이왕이면 많은사람의 말에 귀 기울이며, 행복한 미소를 글과 밥상으로 보여주고 싶어 쓰는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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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년... "엄마와 함께 매순간 행복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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