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 청산도 슬로시티 가치는 전통 '구들장 논'

등록 2024.04.05 10:11수정 2024.04.05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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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도신문


지난 2일, 전남 완도군 청산면사무소에서는 청산도 구들장 논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 10주년을 기념해 주제 발표와 토론회가 열렸다. 구들장 논 보전활동 성과를 공유하고자 농업유산 관계자와 주민과 행정이 함께 구들장 논을 활용한 농업시스템 보전을 위한 소통의 장을 마련한 것이다.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된 후, 홍보와 관리를 위해 그동안 힘써 왔던 활동가들 주관으로 청산도 구들장 논 랩(LAB)이 주제별로 진행됐다. 

이번 행사에서 황길식 대표는 이번 발표와 토론회가 청산도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주민들과 전문가, 행정이 함께 지혜를 공유하고 대안을 탐색하는 학습공동체임을 밝혔다. 첫 주제를 '협동'에 포커스를 맞추고, 이후에도 '공동체와 생태, 경관' 등 다양한 주제로 랩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청산도 구들장 논은 일반의 산간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랑이 논과 같은 계단식 형태다. 우리의 전통 온돌에서 볼 수 있는 얇고 넓은 돌 판인 구들장을 인근 산에서 가져다가 돌 기둥위에 나란히 깔고, 구들장 사이의 간격을 작은 돌과 진흙으로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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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위에 흙을 쌓아 물을 가둘 수 있도록 만들어진 세계에서 유래를 찾을 수 없는 특별한 구들장 논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일본의 다랑이 논 학회에서 지난 2013년 청산도를 답사한 후 청산도 구들장 논을 한국 농업의 보물이라고 감탄해 더 화제를 모았다. 

그 논의 주 특징은 관개시설에 있다. 과학적이라 할 수 있는 토목기술과 독창적인 물 관리 체계다. 거기에는 주민들의 땀과 노력이 고스란히 배어있다. 산에서 모아진 빗물이 계곡을 통해서, 용출수의 형태로, 산 아래 가장 위쪽 논으로 유입된다. 빗물은 위쪽부터 모든 논을 거쳐 가장 아래까지 적신 후 배수된다. 가장 놀라운 것은 물 사용여부를 경작자가 결정할 수 있다. 논에 물이 필요하지 않을 때는 아래 논으로 물을 바로 보낼 수 있다는 것. 

물이 통하는 수로는 우리네 전통 아궁이의 방고래와 비슷한 모양이다. 우리의 온돌문화와 토목기술이 집합됐는데, 아이들이 쉽게 들어갈 정도로 크게 만들어진 통수로가 있을 정도다. 지금은 그 모습이 사라졌지만, 처음에는 소를 이용하여 쟁기질하는 전통방식까지 남아 있었다. 

청산도 구들장 논은 척박한 섬 지역에서 식량조달의 절실함에서 비롯했다. 주어진 자연환경을 극복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해온 우리 선조들의 치열했던 삶의 현장. 대략 400여 년에 걸쳐서 세대를 아우르며 조성된 우리의 주식인 쌀 농업의 역사를 대표할만한 유산이다. 

청산도는 다른 나라의 계단식 논에 비하면 규모면에서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작다. 그러나 농림축산식품부 지정 2013년 국가중요농업유산에 이어 2014년 FAO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됐다. 


이것은 청산도 구들장 논이 다른 곳에 있는 다랑이 논의 규모를 누르고도 남을 만큼 농업유산의 가치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달 20일 벨기에 국제슬로시티 조정이사회에서는 2025년 국제슬로시티 시장 총회를 완도군에서 개최하는 것을 최종 승인했다. 총회 이사회는 슬로시티의 가치에 힘을 부여한 한국 최초의 해양치유시대 개막과 치유의 섬을 꿈꾸는 지자체의 미래 가치에 높은 점수를 주며 만장일치 다음 총회지로 완도를 결정했던 것.

자연환경과 전통문화를 보호하고 여유와 느림을 추구하며 살아가자는 국제운동의 일환인 슬로시티는 풍요로운 도시를 만들어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청산도는 전통적인 삶의 방식이 그대로 남아 있다고 평가받아 지난 2007년 12월에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로 지정된 것이다.

지난 2019년 3월 5일 한국은행이 연간 1인당 국민 총소득이 3만 1349달러라고 발표했다. 우리나라가 국민소득 3만 불, 인구 5000만 이상 나라를 뜻하는 7번째 30~50클럽에 가입한 부강한 나라가 됐다는 사실엔 이견이 없을 것이다. 

3만 불 시대 우리에게 과연 무슨 변화가 있을까? 나라별로 다소 차이가 있지만, 다음과 같은 변화가 있었다. 첫 번째로 레저생활의 변화였다. 

2만 불 시대에 골프와 캠핑을 포함한 아웃도어 시장이 활기를 띠었다면, 3만 불 시대에는 해양 레포츠 산업이 대세가 된다. 그래서 요트나 크루즈 산업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둘째로 여행문화 패턴이 달라졌다. 그래서 국내 여행은 체류형과 체험형이 대세고, 해외여행도 단체로 움직이는 것보다는 소규모의 가족 단위 또는, 친구나 지인 사이의 자유여행이 주를 이룰 것으로 내다봤다. 셋째로 문화를 접하는 방법도 단순히 보는 것에서 직접 해보고 배우는 방식으로 발전한다. 

특히, DIY 산업이 발전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4만 불, 5만 불 시대의  관광패턴은 또 다시 바뀌게 된다. 그때는 국가유산의 중요성이 더 두드러지고 사람들은 지금처럼 '잘 먹고 잘 놀자 식'의 관광패턴에서 이제는 무언가를 탐구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문화와 예술적 가치를 논하는 여행문화가 주를 이루게 된다고. 

이것은 슬로시티를 지정했던 유럽사회가 예술의 도시, 문화국가로 발전한 그것처럼, 문화 예술을 공유하는 우리의 수준도 한층 높아질 것이란 뜻이다. 

그러므로 우리지역의 문화적 가치는 지금보다 훨씬 더 빛날 수 있다. 당장에 수익이 없고 어려운 일이라도 그것을 보존하고 지켜내야 하는 숙제를 우리는 떠안고 있는 것이다. 

"내년 6월이면 청산도에서 국제슬로시티 시장 총회가 열린다"며 지금 자축하는 분위기가 물씬하다. 언론의 집중 관심 속에 대서특필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잿밥에 눈이 어둡다는 말이 있듯이 세계농업유산 구들장 논 보다는 자연경관만을 보러 온 관광객 유치가 우선이다. 우리의 현주소는 오로지 경관에만 끌려, 기분 내는 것에만 팔려, 유명하다는 그곳에 가서 인증샷 하나 남기는 걸로 끝낸다. 

그리고 또 다른 곳을 물색하며 관광객들은 새로운 곳을 찾아 나선다. 청산도 원주민들은 우리가 지켜야할 소중한 유산, 그 하나의 가치를 지켜내기 위해 흘렸던 땀과 노력이 무려 수백 년 세월이다. 같은 맥락에서 보자면 우리나라 조선의 왕릉이 세계유산으로 등록된 것도 우연이 아니다. 수많은 시간 그것을 지키며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며 미래의 가치를 여는 모습에 전 세계가 감탄한 것 아닌가.   

현 시점으로 보자면, 청산도의 가치를 자연환경에서 일반인들은 먼저 느끼겠지만, 진정한 가치는 세계유산이 그곳에 존재하기 때문에 청산도가 국제적으로 알려질 수 있었던 것이다. 이번 국가중요유산 지정 10주년 기념 세미나는 청산도의 가치와 의미를 더한 미래 지향적인 행사라는 점이 핵심이다. 그래서 우리는 전통문화의 보존과 활용범위를 더 확대해 중요한 우리의 유산을 지키고 알리는 것에 더욱 투자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의 관광산업은 산발적이고 부분적이며 깊이가 없었다. 지리적인 특성과 교통의 접근 가능성이라는 맹점을 인정하더라도 전남의 다른 지역에 비해 관광객 방문이 적다는 푸념만 하고 관행을 답습한다면 우리지역 관광산업의 미래는 없을 것이다.  

정지승 문화예술활동가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완도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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