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운동 중인 정석채씨와 강은미 의원.
정석채
- 22대 총선이 끝났습니다.
"어젯밤(9일), 12시까지 의원님과 함께 시민 한 분 한 분께 인사를 드리며 투표를 독려했는데 12시가 되니까 울컥하더라고요. 의원님 선거를 돕기 위해 광주에 막 왔을 때에는 겨울이었는데 이제는 완연한 봄 날씨이다 보니까 감정이 요동쳤던 거 같습니다. 이때 옆을 보니 함께 뛰었던 의원님의 둘째 아들분도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분도 울고, 저도 울고 지난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가면서 뭐라도 더 했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밀려왔습니다.
어제 있었던 퇴근길 마지막 집중 유세 때는 마이크를 잡자마자 눈물이 났습니다. 광주 서구 시민들께 강은미 의원은 정말 다르다고, 이 분은 국회에 꼭 남으셔야 한다고 정말 간절해서 여기까지 왔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인물을 봐야 하는데, 제가 산재 유가족으로서 본 강 의원은 잠도 자지 않고 불철주야 전국을 누볐습니다. 사회적 약자들과 우리 유가족들처럼 힘없는 사람들 옆에서 함께 싸워준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다음 국회가 강은미 의원이 없는 국회라는 사실이 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
- 개표 결과 강 의원이 재선에 실패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광주를 정치 1번지이자 민주화의 성지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깨어있는 시민들이 사람과 당을 보고 잘 판단해 주실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오늘의 결과가 참담합니다.
저는 산재사고로 아버지를 잃었습니다. 그 이후 깨달은 건 이 일은 정말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21대 국회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준 분들은 그 대부분이 녹색정의당 의원들이었습니다. 민주당에서는 이탄희 의원이 거의 유일했습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유예를 막기 위해 싸울 때, 강은미 의원을 비롯한 녹색정의당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가서 민주당 의원들을 한 명 한 명 만나 그분들의 손을 잡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때 그분들께 얼마나 더 많은 유가족이 생겨야 하느냐며, 제발 유예를 막아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싸움을 계속하려면 저희의 길을 열어줄 국회의원이 있어야 하는데, 저희는 이제 거기 들어가 고개를 숙이는 일조차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윤석열 정권 심판에는 찬성하지만 전 국민이 산업현장에서 조용히 죽어 나가도 상관없는 나라가 된 거 같아서 화도 많이 나고 실망감도 들고 아쉽습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요?
"저는 이제 다시, 투쟁 현장으로 돌아갑니다. 유가족으로서 다음 주에는 아버지 사건 기자회견을 엽니다. 저는 지난해부터 영화 제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영화 <다음 소희>가 칸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후 국내에 들어오자 많은 시민들이 그 영화를 관람했습니다. 영화를 본 사람이 많아지자, 국회에서 사건 발생 7년 만에 '다음 소희법'을 만들었습니다. 그 광경을 보면서 다짐했습니다. 어떻게든 국회의원들이 일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래서 지난해부터 영화 준비를 했고 운 좋게 서울국제영화제에서 기획상도 수상했습니다. 저는 제 영화를 만든 후 해외 영화제에 출품할 생각입니다. 그 이후에 한국으로 들여오고 싶습니다. 영화에는 강은미 의원의 국정감사 영상도 꼭 넣을 생각입니다. 영화의 주제는 산재사망입니다. 더 이상 일하다 죽는 사람이 없는 세상을 위한 영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지금도 너무 많이 죽고 있기 때문입니다.
선거가 끝나고 나니, 강은미 의원처럼 약자와 서민을 위해 나섰던 분의 낙선이 너무 아쉽습니다. 이런 분이 한때나마 의회에 있었다는 사실을, 언젠간 이 나라가 알아봐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언젠가는 사람들이, 이 분의 진가를 알아봐 줄 날이 오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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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에 대해 고민하며 광주의 오늘을 살아갑니다. 페이스북 페이지 '광주의 오월을 기억해주세요'를 운영하며, 이로 인해 2019년에 5·18언론상을 수상한 일을 인생에 다시 없을 영광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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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 유가족에 국회 문 열어준 의원 낙선, 너무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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