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냥이 콩알이의 수술비를 도와준 동네 카페 전경.
김지성
그날 할머님과의 상견례 이후, 이따금 카페에 머무르는 일상을 갖게 되었다. 처음엔 카페 앞을 지나치며 잠시 목을 축이는 반려견들에게 시선이 갔는데, 점차 담소를 나누는 이웃 주민들의 모습이 차례로 눈에 담겼다.
아파트 단지 안의 길고양이들에게 중성화 수술뿐 아니라 매일 사료와 물까지 마련해 주는 샤샤(반려묘) 엄마는, 콩알이(길냥이)의 눈에서 고름을 발견하자마자 급히 병원으로 데려갔다. 조금만 늦었어도 뇌까지 전이되어 생명이 위험했을 거란 의사소견에 가슴을 쓸어내리며 한쪽 눈의 적출수술 비용을 지불했다.
미담을 전해 들은 카페 단골 이웃들이 십시일반 병원비를 모아 샤샤 엄마를 도왔다. 얘기를 안 들었으면 모를까, 들은 이상 엄마와 나도 뒤따라 동참했다. 화단 구석구석에 사료를 나눠주고 오는 샤샤 엄마와 마주칠 때마다 나는 남몰래 속삭이곤 한다. '천사를 만났다!'고.
카페에서 우연히 알게 된 '천사', 그 감춰진 이야기
순순이(반려견) 엄마의 친정어머니는 일찍 남편과 사별하고 홀로 남매를 키우셨단다. 외국 출장이 잦은 딸 부부의 살림과 손주를 장성히 키워내셨는데, 그러다 노년을 맞아 어느날 치매가 왔고 결국 집 근처 요양원으로 옮겨가 살게 되었다고. 일주일에 두 번, 요일을 일부러 정해놓고 친정어머니를 보러 가는 이유는 불쑥 방문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당일, 신선한 과일을 구입해 간병인과 근무자들께 나눠주고 가끔 회식비도 챙겨준다. 그럼 적어도 일주일에 두 번은 어머니의 목욕을 시켜줄 거라 기대하기 때문이다. 바람대로 늘 정갈한 모습을 마주하며 감사한 마음을 새긴다.
지그시 어머니에게 눈을 맞추고 당신 딸이라 나지막이 말해본다. 그러면 이내 돌아오는 어머니의 답변.
"아니야, 우리 딸은 예쁜데."
"그럼 난 누구야?"
"좋은 사람."
어머니는 그렇게 답하며 딸의 머리를 곱게 쓰다듬어 주신다고 했다. 순순이 엄마를 통해 말보다 고운 선행을 배운다.
소망이(반려견)가 할아버지와 함께 목을 축이러 카페 앞을 들를 때면 유독 반기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넘쳐난다. 소망이는 새끼 때부터 동네 편의점 앞의 짧은 줄에 묶여 수년동안 사계절을 묵묵히 버텨왔던 녀석이다.
폭염이 계속되던 어느 날, 할아버지네 가족이 편의점 주인에게 양해를 구한 후, 집에 데려가 에어컨 바람 아래 더위를 피할 수 있게 해 주었고... 고민 끝에 결국은 소망이를 가족으로 맞아들였다.
이제 잔병치레도 사라져서 어디로든 산책을 다니는 소망이의 흰 털은 윤기마저 좔좔 흐른다. 잔망스러운 행동 없이 사장 할머님을 의젓하게 바라보는 녀석의 눈은 사람보다도 깊고 의젓하다. 소망이의 견생역전을 진심으로 축복한다.
저절로 발걸음이 향하는 카페의 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