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끝도로는 끝이 났고 수평선이 있어야 할 곳엔 무성한 갈대만 가득하다.
안사을
2월 하순에 나간 두 번째 출정은 대성공이었다. 일단 모래를 어느 정도 파 놓고, 구덩이를 옆으로 넓혀가는 방식으로 하여 사선으로 모래를 떴다. 게 구멍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선명한 구멍이 보였다. 소금을 뿌리자 물이 두세 번 울컥울컥하더니 외계 생명체와도 같은 모습을 한 맛조개의 촉수가 올라왔다.
블로그 등에서 본 노하우대로, 한 번 더 기다렸다. 그러면 조개가 더욱 높게 올라올 것이기 때문에 실패가 적다고 했다. 두 번째 올라온 순간 손가락으로 맛조개의 몸통을 잡고 조심스럽게 빼내었다. 맛조개의 끝자락이 모래펄을 파고드는 몸짓으로 인해 맛을 잡은 나의 손끝에 모래의 질감이 쫀득하게 느껴졌다.
엄청난 일이라도 해낸 양 소리를 질러댔다. 구멍을 한 번 발견하니 연달아 눈에 띄었다. 물이 들어와 신발 밑창을 칠 때까지 맛조개 사냥에 여념이 없었다. 아이스박스 아래에 빈틈없이 차고도 그 위로 쌓였다. 땅을 파다 보니 백합이나 바지락 등도 덤으로 얻을 수 있었다.
막상 잡는 와중에는 사진을 찍을 수 없어서 아쉬웠다. 더구나 묵직한 필름카메라, 초점링을 손으로 직접 돌려야 하는 수동카메라여서 더 그랬다. 다음엔 꼭 맛조개가 모습을 드러낸 순간을 필카로 포착해 보리라는 소박한 목표도 세워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