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녹색당 총회(2023.6.) 한국녹색당 전당대회에서 연설하는 홍세화 선생
녹색당
'고객 마인드로 살지 마라'는 말씀이었습니다. 보통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품을 사면 상품을 사는 순간 그 상품의 좋은 점보다 흠집을 잡으려고 한다는 거예요. 그리고 흠결이 하나만 보이면 반품한다는 거예요. 마치 정당 활동도 이렇게 하는 사람이 많다. 좋은 점을 보려하지 않고 상대의 흠집만 잡으려 하고, 그게 보이면 같이 못한다 나간다 하는데, 이러지 마라. 대충 이렇게 말씀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선생님은 정당 외에도 한겨레신문도 하셨고 소박한자유인도 하셨고, 난센, 마중 등 난민 이주민 활동 열심히 하셨습니다. 기본소득 운동도 열심히 하셨고 아까 얘기했던 장발장은행도 열심히 하셨습니다. 이 중 어떤 것이 선생님이었을까? 저는 그 모든 것이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중 어떤 하나에 대한 기억이 저마다 더 도드러져 있긴 하겠지만, 그중의 하나를 특권화시키거나 혹은 어느 하나를 빼고 선생님을 기억하는 것은 선생님에 대한 온당한 대우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이 모든 것이 다 선생님이고, 선생님은 굳이 한마디로 하면 '무지개'가 아니었을까 선생님은 모든 빛깔을 다 하나로 품고 계신 무지개였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굳이 선생님을 하나로 표현하고자 한다면 저는 선생님 스스로 이름을 지었고 말년에 가장 애착을 갖고 활동하셨던 '소박한 자유인'이 선생님을 설명하는 가장 적절한 표현이 아닐까 싶습니다.
선생님이 2020년에 쓰신 책 '결. 거침에 대하여' 책을 보면 자유에 대해서 이렇게 말하십니다. 끊임없이 회의할 수 있는 자가 자유인이다. 회의를 할 줄 아는 사람이 항상 나를 새로 지을 수 있는 사람이다. 선생님은 이것을 '나를 짓는 자유'라고 말씀을 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고칠 것이 없거나 자기 집을 다 지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절대 회의하지 않고 따라서 묶여 있는, 자유인이 아니다는 말씀을 하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자유인 앞에 소박이라는 말이 붙었나 봅니다. 끊임없이 회의하는 자는 소박할 수밖에 없겠죠. 자기가 잘났다고 할 수도 없겠죠.
내가 갖고 있는 생각이 가장 옳고 남의 생각은 다 틀렸다고 얘기할 수 없겠죠. 끊임없이 회의하고 생각을 연결하고 연대해 가고 그렇게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선생님이 맨 마지막에 쓰신 글자가 '겸손'이 아닌가 싶습니다. 겸손하게 소박한 자유인으로 사는 게 선생님이 남긴 말씀이 아닌가 싶고요.
여러분 다 읽어보셨겠지만, 한겨레신문 마지막 절필하면서 쓰신 글에 보시면 "자연과 사람의 관계, 비인간 동물과 사람의 관계,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성장하는 게 아니라 성숙하는 것이다." 그게 선생님의 마지막 유언 같습니다.
요새 SNS에 보면 그런 말이 많더라고요. 이분도 가시고 저분도 가시고 우리가 따를 어른이 이제 어디 있느냐?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신 게 아닐까요? 다른 어른을 찾지 말고 너희들 스스로 어른이 되라. 우리 모두 선생님의 뒤를 쫓아서 성숙한 어른이 됩시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