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도 일본 훈련경기 대회에서훈련 경기대회에서 내가 긴장한다면, 반려견도 똑같이 긴장한다.
최민혁
상담을 하면서 나는 보통 보호자의 습관을 살핀다. 그때 내 눈에 보인 것은 푸들을 자꾸 쓰다듬고 품에 두려고만 하는 보호자의 손이었다. 필요 이상의 너무 과다한 장난감과 관련 용품들이 많았다는 점도 눈에 띄었다(예컨대, 강아지 방석이 4개나 되었다). 보통 이런 경우는 반려견에게 보호자의 애정이 과한 경우가 많다.
실제 외출 때뿐만 아니라 나와 함께 있던 보호자가 잠시 화장실을 갈 때도, 내게 음료수를 한 잔 따라줄 때도, 푸들은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이었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반려견은 정말 소중한 존재겠지만, 이 보호자님께 반려견은 소중함을 넘는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 듯 보였다. 상담을 하며 솔직한 이야기가 오고 갔고, 나는 조심스레 보호자님께 말씀드렸다.
"사실은 보호자님께서 분리불안은 아닌가 싶어요."
그 말씀을 듣고는 부정할 수 없다는 듯 보호자님은 고개를 끄덕이셨다. 내가 이런 과한 애정 표현을 조금 덜 하시고, 조금씩 서로 독립을 하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하자, 그 보호자님은 '사실 알고는 있지만 반려견이 너무 귀여워서 어렵다'라며 푸념을 하셨다.
반려견 교육은 어떤 면에선 보호자를 바꾸는 일이다. 반려견들이 보이는 불안과 흥분은 어떤 면에선 보호자가 고스란히 개들에게 전달하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보통 보호자님들께서 불안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 자기 행동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는데, 그게 하나 둘 개들에게 쌓이는 것이다.
물론 일반화하긴 어렵겠으나, 특별한 교육 없이도 안정된 반려견을 보면, 보호자 또한 차분하고 의연한 경우가 많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느끼곤 한다. 이것은 단지 훈련사 개인의 경험에 불과할까?
개와 사람은 닮는다는 연구결과들
해외에서는 개를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사례가 많다. '훈련사'가 아닌 '동물행동학자'들이 따로 있으니 말이다. 그것을 바탕으로 훈련사들은 개들의 교육에도 적용한다. 그중 보호자와 반려견이 닮아가며,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준다는 연구는 여기 다 옮겨 적지 못할 정도로 많다.
흥미로운 점은, 앞선 사례처럼 살면서 서로 닮아가는 것도 있지만, 애시당초 자신과 닮은 것에 끌린다는 연구도 있다는 것. 심리학자 스탠리 코랜(Stanley coren)은 애초에 자신과 닮는 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긴 머리 여성은 코카 스파니엘이나 비글과 같이 크고 긴 귀를 가진 개를, 짧은 머리 여성은 허스키처럼 귀가 뾰족하고 털이 짧은 개를 선호한다는 연구였다.
그뿐만이 아니다. 스웨덴 린셰핑대 연구진은 네이처지에 보호자와 반려견의 스트레스에 관련된 논문을 네이쳐지에 게재했다(2019.10.6). 스트레스를 받으면 나오는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수치가 보호자의 스트레스와 반려견의 스트레치가 장기간에 걸쳐 서로 같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낸 것이다. 이 연구에서 보호자와 반려견의 코르티솔 농도 그래프는 놀라울 정도로 대부분 유사했다.
이로써, 58마리를 대상으로 1년간 진행했던 이 연구에서는 반려견이 보호자를 닮는다는 의견에 다시 한번 힘을 싣었다. 이밖에도 사람의 표정을 보고 개들은 사람의 감정을 읽고, 목소리 톤으로도 감정을 읽는다는 연구들도 있다. 개들은 보호자의 모든 것으로부터 영향을 받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