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6월 5일 서울 중구 서울파이넨스센터 앞에 민주노총 건설노조 ‘양회동 열사 간이 분향소’가 설치되어 있다.
이희훈
그러나 스물아홉 장에 달하는 구속영장 청구서를 보는 순간, 동생은 무너지고 말았을 것이다. 당장은 강압 수사에 엉뚱한 죄목의 누명이 억울했겠지만, 죄지은 것도 없고, 정당한 노조 활동을 했고, 공갈도 폭력도 행사하지 않았던 동생은 정말로 결국엔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경찰의 강압 수사는 멈추지 않았고 세 차례의 소환 수사와 휴대폰 압수, 마침내 구속영장까지 청구하며 동생을 벼랑 끝으로 몰아갔다.
동생을 죽게 한 저들이 말하는 대로라면 이 나라 국민 중 범죄자 아닌 사람이 누가 있을까. 안전하게 일하겠다고, 일한 만큼의 정당한 대가를 받겠다고, 고용의 안정성을 보장해달라고 이야기하는 국민이 범죄자라면 이 나라의 국민 전체가 범죄자인가?
동생의 죽음 이후 숨 쉬는 것조차 고통스러웠던 작년 5월, 춘천지방검찰청 강릉지청에서 촬영한 영상을 유포하며 동생과 가족, 건설노동자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동생이 제 몸에 불을 붙이고 죽는 순간을 유포한 데 이어, 친구의 죽음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동생 친구에겐 자살방조의 누명까지 씌웠다. 경찰과 일부 언론, 그리고 윤석열 정권이 함께 저지른 폭력이고 인권유린이다.
노조 탄압으로 동생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모욕하고, 그의 친구들까지 모욕한 정권, 경찰, 언론은 동생의 죽음 이후 1년이 된 오늘까지도 사과를 하지 않는다. 동생의 죽음이 무엇 때문인지 밝혀내려는 수사도 아직까지 요지부동이다.
동생의 명예를 더럽힌 야만적인 행위에 피가 거꾸로 솟는 심정이다. 동생이 바라던 세상에 대한 꿈은 소박했다. 건설노동자가 폭력배라는 오명의 굴레를 벗어나는 것, 일하는 사람들의 당연한 권리를 짓밟는 노동 탄압이 없는 세상, 노동자 서민도 누구나 사람답게 사는 세상, 싸우지 않고 웃으며 일할 수 있는 세상이다. 이것이 왜 소박하지 않은가. 너무나 당연한 세상인데 말이다.
동생은 유서에서 자기의 죽음이 무엇 때문인지 명확히 밝혔다. 윤석열 정권 때문이다. 노동자를 탄압하고, 국민을 무시하고, 노동의 가치 전체를 모욕하는 이 정권에선 우리 모두가 꿈꾸는 저 소박한 세상을 이룰 수 없다고 동생은 죽음으로 말했다.
다시 동생의 기일이다. 노동절에 몸에 불을 붙였던 동생을 생각하면 여전히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지만, 떠난 동생을 기억하고 그를 계속 사랑하는 길은 그의 바람을 남은 이들이 이뤄내는 것이겠다. 내 동생 회동이 죽음의 고통마저 불사하며 만들고자 했던 세상이 꼭 이루어지길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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