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전경. 골리앗 크레인들 사이로 건조 중인 선박들이 보인다.
HD현대중공업 보도자료
- 일을 하신 지 얼마나 되셨나요? 어쩌다가 '현대중공업'이란 조선소에 들어가시게 되셨는지 궁금해요.
"현대중공업은 2015년에 입사했습니다. 거의 10년이 되었네요. 울산에 있는 현대공고를 졸업하면 바로 현대중공업으로 취업을 시키는 협약이 있어요. 고졸 채용으로 입사하게 된거죠. 저는 당시에 '어차피 현대중공업을 가는 거면, 굳이 대학교를 가야하나?'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울산에서 나고 자란 학생, 노동자들의 통상적인 취업 과정 이거든요. 어차피 현대그룹 계열사에 취업하니까요.
'어차피 1등 아니면 전부 현대중공업에서 만난다'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어요. 학교에서 1등하는 학생들은 울산대병원이나 아산병원을 가요. 울산을 벗어나 더 큰 도시로 가기도 하고요."
- 배를 만들면서 좋았던 점, 아쉬웠던 점, 기억에 남는 점이 있나요?
"그런 자부심이 있습니다. 내가 만드는 엔진, 배가 세상에서 제일 크다는 자부심이요. 실제로 그 배가 전 세계를 항해하거든요. 제가 그 배를 따라다녀야 할 때도 있어요, 배와 엔진의 크기가 있다 보니, 엔진을 완제품으로 발주하지 않거든요. 엔진 부품을 조립하는 노동자들이 발주처로 직접 가서 현지 엔지니어들과 함께 조립해요. 아쉽게도 저는 아직 해외는 안 가봤어요.
물론 아쉬운 면도 있습니다. 조선소 현장이 그렇듯 현대중공업도 노동강도가 강해요. 근골격계 질환도 많이 발생합니다. 오래 일하신 노동자 중 병가휴직을 한 두 번 내는 건 일도 아니에요. '누가 먼저 아프냐!'인 거죠. 그리고 원하청 노동자 누구라고 할 것 없이 노동강도에 비해 적은 급여를 받고 있어요. 저도 관절 부근은 다 아픕니다. 주로 어깨나 회전근개 파열이 많이 나타나요. 전동작업을 많이 하다 보니 더욱 그래요. 근육 파열이거나, 관절에 뼈가 자라거나, 디스크가 생기거나..."
- 그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나요?
"현대중공업에 입사하기 전부터도 조선소 노동환경이 '위험하다'라는 건 알고 있었어요. 2016년 엔진을 조립하는 일을 할 때 다친 적이 있어요. 엔진부품이 꽤 커서, 엔진부품 근처에 발판을 설치해야 해요. 근데 발판이 없어서, 매번 회사에 '발판을 만들어 달라'고 문제를 제기했었죠. 노동자가 현장에서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작업해야 하니까요. 그랬더니 회사는 발판을 설치해주지 않고, 해당 업무를 사내하청업체에 외주화 해버렸어요.
그런데 그 하청업체에서도 일이 너무 위험해서 못 하겠다고 한거죠. 그래서 제가 다시 발판 없는 엔진 부근에서 일하게 됐어요. 그러다가 결국 엔진 위에서 떨어졌어요. 다행히 떨어지면서 뼈가 부러지진 않았어요. 조선소 현장의 총체적인 문제는 이런 곳에서 발생한다고 봐요. 무리한 외주화, 안전문제, 회사와의 소통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