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배포한 '중대재해 사이렌' 만화. 왼쪽은 2024년 1월 10일에 배포한 것으로 2024년 1월 8일 충남 서천군의 한 식품공장에서 감전 재해를 당한 노동자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오른쪽은 2023년 11월 20일에 배포 것으로 2023년 11월 18일 전남 무안군의 한 양파 선별장에서 지게차 팔레트에 실려 있던 약 1.4톤의 양파가 선별 작업 중이던 재해자에게 떨어지며 발생한 사망 사건을 다뤘다.
고용노동부
우연히 충격적인 만화를 보게 됐다. 노동자가 감전사고로 죽는 장면을 그린 것. 산업재해 위험을 경고하기 위해 그려진 만화로 보였다. 이 만화는 실제 일어난 산업재해 사건을 소개하고 있었다. 실제 산재 사망자 유가족이 이 만화를 보게 된다면, 그 심정은 어떨까?
위 그림 중 왼쪽은 올해 1월 8일 오전 8시 25분께 충남 서천군의 한 식품공장 신축공사 중 일어난 감전 재해를 알리는 만화다. 이것이 배포된 날은 이틀 뒤인 1월 10일. 만화는 재해자가 감전되는 순간을 옮겨놨다. 눈에는 동공이 없고, 매우 놀란 것처럼 입은 크게 벌어져 있다. 피해자 몸에 흐르는 전류를 노란색으로 표현해 효과를 더했다.
오른쪽은 2023년 11월 18일 오전 8시 45분께 전남 무안군 소재 양파 선별장에서 지게차 팔레트에 실려 있던 약 1.4톤의 양파가 선별 작업 중이던 노동자에 떨어지는 재해가 발생했다는 내용을 담았다.
특히 왼쪽 만화처럼 사람을 표현하는 것은 죽음을 희화화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이 만화를 배포한 정부부처는 고용노동부(장관 이정식). 해당 부처는 산업현장 노동자·관리자에게 산재 위험성을 알리고 경각심을 갖게 할 목적으로 '중대재해 사이렌'이란 이름의 콘텐츠를 만들어 배포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홈페이지에도 게재하고, 오픈채팅방 구독자들에게도 발송한다. 확인해보니 1년 넘게 총 600점 이상의 만화와 이미지를 사용했다. 여기엔 사업장에서 하는 일, 산업 재해 내용, 재해 종류와 발생 일자가 담긴다.
그런데 만화·이미지에선 목숨을 잃거나 다친 노동자에 대한 추모나 존중의 메시지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재해 발생 순간을 자극적으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산업재해 피해 유가족인, 고 이한빛 PD 노동자의 아버지 이용관씨는 이 만화에 유가족 동의 여부나 고인에 대한 예의가 담겨있지 않다고 봤다.
"산업재해 피해자 신원을 익명 처리한다 하더라도, 유가족과 지인은 알 수도 있다. 사전에 유가족 동의를 구하고, 유가족이 수긍할 수 있게 표현해야 하고, 애도의 글을 덧붙여 인권 침해와 명예훼손이 안 되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