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외벽의 주택가 가장 끝 오렌지색 2층집에서 헤밍웨이가 머물렀다고 한다.
정윤섭
누에보 다리 주변에는 카페들이 들어서 있고 스페인풍 주택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다리에서 남쪽 맞은편을 보면 주택가의 가장 끝 쪽에 오렌지색 2층집이 보이는데 이곳에서 헤밍웨이가 살았다고 한다.
헤밍웨이 하면 실제 사건의 현장을 직접 누비며 글을 썼던 20세기 행동주의 작가로도 유명하다. 그는 1929년 소설 <무기여 잘 있거라>를 발표했는데 그가 실제 1차 세계대전 중 이탈리아 전선에 참가하여 쓴 소설이고, 1936년 스페인 내전시에도 종군기자로 참가하여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를 발표해 유명 작가의 반열에 오른다.
1943년 개봉한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는 크게 히트를 쳐 고전 영화의 반열에 올라와 있는 명화이기도 하다. 여주인공 잉그리드 버그만의 짧은 머리와 게리 쿠퍼의 연기가 매우 인상적인 영화다.
이 영화를 보면 반파시스트군으로 내전에 참가한 게리 쿠퍼가 작전상 중요한 교량을 폭파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누에보 다리가 연상된다. 거의 대부분 미국에서 제작된 영화라는데 다리를 두고 전투를 벌이는 장면과 잉그리드 버그만과 게리 쿠퍼 사이의 죽기 전 애절한 모습이 오랫동안 오버랩됐다.
영화에 이 다리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그가 론다에 머물며 소설을 썼다는 것을 보면 론다의 누에보 다리를 연상하여 쓴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영화 자막에 나오지만 헤밍웨이는 소설에서 인간의 존재에 대한 깊이 있는 해명과 종(鍾)이 갖는 상징성을 함축한 말로 이 소설을 쓰게 된 의도를 말한다. 이 글귀는 영국 성공회 신부 존던(1572~1631)이 병상에 있을 때 병과 고통과 건강을 주제로 쓴 기도문을 인용한 것이라고 한다.
"어느 사람이든지 그 자체로 완전한 섬은 아닐지니,
모든 인간이란 대륙의 한 조각이며 또한 대륙의 한 부분이라.
만일 흙덩이가 바닷물에 씻겨 내려간다면 유럽 땅은 그만큼 작아질 것이며,
어느 곳이 그렇게 되더라도 마찬가지이고,
그대의 친구 혹은 그대 자신의 영지가 그렇게 되더라도 마찬가지니라.
어느 누구의 죽음이라 할지라도 나를 감소시키나니,
나라고 하는 존재는 인류속에 포함되어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니라.
그러니 저 조종(弔鍾)이 누구를 위하여 울리는지 알려고 사람을 보내지 말라.
그 종은 바로 그대를 위하여 울리는 것이기 때문이니라."
15~16세기 스페인은 전 세계에 식민지를 건설하며 최강국이 되었지만 20세기 무렵은 오랫동안 혼란과 내전을 겪는 등 몰락한 왕국이 되어 있었다. 많은 관광객이 론다에 찾아오는 것을 보면 스페인의 옛 영화가 그들의 문화 속에서 다시 살아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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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를 중심으로 지역의 다양한 소재들을 통해 인문학적 글쓰기를 하고 있다. 특히 해양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16세기 해남윤씨가의 서남해안 간척과 도서개발>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은 바 있으며 연구활동과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 <녹우당> 열화당. 2015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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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곡 이어 만든 절경... 헤밍웨이는 이 다리를 연상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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