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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곡 이어 만든 절경... 헤밍웨이는 이 다리를 연상했을까

[지중해 순례여행] 헤밍웨이가 사랑한 도시 스페인 '론다'

등록 2024.05.02 16:21수정 2024.05.02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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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4년 1월 25일부터 스페인을 여행하여 쓴 글입니다. 지중해를 중심으로 지중해 지역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여행기를 통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기자말]
지중해는 아주 오래전부터 해양 문화의 교류를 촉진시키는 고속도로 역할을 하였기 때문에 지중해 연안 국가들은 다양한 문화의 특성을 간직하고 있다.

스페인은 지중해의 가장 서쪽에 있어 고대문명이 발달한 지중해 동쪽에 비해 아주 변방에 해당하는 곳이었지만 지중해 덕분에 아주 고대로부터 문화의 교류가 잘 이어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지중해와 접하고 있는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역은 역사적으로 이슬람문화의 흔적이 가장 많이 남아 있는 곳이다. 8세기 무렵부터 무려 800여 년간 이슬람의 지배를 받은 탓도 있겠지만 스페인의 다양한 문화적 특성이 잘 나타나는 곳이다. 스페인을 대표하는 '플라밍고'를 비롯해 투우와 건축 등 다양한 문화유산이 남아 있어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 중에 하나다.

이 때문일까, 스페인에는 유난히 예술가들이 많다. 건축가로 유명한 가우디, 화가로 잘 알려진 피카소, 소설가 돈키호테의 저자 세르반테스 등 문화예술의 중요한 흐름을 형성한 작가들이 많다.

피카소는 안달루시아 남부 지중해 항구인 말라가에서 태어난 흔히 초현실주의, 입체주의를 대표하는 화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가우디는 바르셀로나가 있는 카탈루냐 출신으로 카탈루냐는 스페인 북동부 지중해와 인접한 지역이다. 지중해의 토양에서 자란 작가들이 예술적 영감을 잘 이어받은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헤밍웨이와 누에보 다리
 
 론다의 중심부 광장에 있는 투우장은 스페인에서 가장 오래된 투우장이라고 한다.
론다의 중심부 광장에 있는 투우장은 스페인에서 가장 오래된 투우장이라고 한다.정윤섭

스페인 출신은 아니지만 소설가 헤밍웨이는 론다에서 한때를 보내며 소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집필하였다고 하는데 이 소설의 배경이 된 곳이 론다였다고 한다. 론다에는 그가 머물렀던 집과 그를 기념하는 기념비가 있어 한 번쯤 찾아  만하다.

론다의 중심부 광장에는 1785년 지어진 스페인에서 가장 오래된 투우장과 투우박물관이 있다. 지금은 투우가 열리지 않고 경기장만 투우장의 함성을 기억한 채 남아 있다. 스페인의 투우는 동물 학대 논란과 변화된 시대 속에서 시즌에만 일부 지역의 경기장에서 열려 투우를 관람하기는 쉽지 않다고 한다.
 
 론다의 중심광장 투우장 옆에 헤밍웨이가 머물렀다는 것을 기념하는 비가 세워져 있다.
론다의 중심광장 투우장 옆에 헤밍웨이가 머물렀다는 것을 기념하는 비가 세워져 있다.정윤섭
  
투우장 옆 작은 기념 공원에는 헤밍웨이를 기리는 기념비가 있다. 이 기념 공원에는 헤밍웨이를 비롯해 론다와 관련된 인물들의 기념비도 있다. 이 기념공원의 남쪽에는 약간 동양적인 정자형의 전망대가 있는데 누에보 다리를 비롯해 일대의 경관이 한눈에 내려다보여 일품이다. 론다 전망대에서 누에보 다리까지는 헤밍웨이가 걸었다는 헤밍웨이의 길도 있다.


안달루시아 말라가주에 속해있는 론다는 지중해와 인접한 인구 3만 5000명가량의 작은 소도시이지만 스페인의 문화적 특성을 잘 느껴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 도시의 아름다움 때문인지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예찬한 곳이라고 한다. 릴케뿐만 아니라 헤밍웨이가 사랑한 것을 보면 스페인의 문화적 특성이 독특하게 잘 남아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누에보 다리는 구시가지와 신시가지의 협곡을 연결하는 아치형의 다리다.
누에보 다리는 구시가지와 신시가지의 협곡을 연결하는 아치형의 다리다.정윤섭
 
이 도시에는 아주 독특한 다리가 있는데 깊은 협곡을 이어 만든 '누에보 다리'다.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은 대부분 이 다리를 보기 위해 온다. 높은 고원과 같은 곳에 자리한 론다는 누에보 다리 아래쪽으로 넓게 펼쳐지는 경관이 매우 아름답다. 작은 소도시인지라 그 한적함과 여유로움이 느껴져서인지 시골에 온 것 같은 정감이 느껴지는 곳이기도 하다.

론다에 이 다리가 있어 유명해졌는데 누에보 다리에는 늘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다. 이 다리는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를 이어주며 120m 높이의 협곡에 놓여 있어 아래를 내려다보면 아찔하다.
 
 누에보다리 내부로 올라가는 계단. 다리 중간에는 방이 있는데 스페인 내전때는 감옥으로 활용되었다고 한다.
누에보다리 내부로 올라가는 계단. 다리 중간에는 방이 있는데 스페인 내전때는 감옥으로 활용되었다고 한다.정윤섭
 
아치형의 이 다리는 1735년 시작되어 1793년 완공되기까지 42년이 걸렸다고 하는데 다리 바로 아래에는 작은 방이 있어 스페인 내전 기간 감옥으로도 사용되었다고 한다. 이 방을 구경하려면 입장료를 지불하고 다리 아래쪽으로 들어가야 한다.


론다의 누에보 다리를 연상했을까
 
 하얀 외벽의 주택가 가장 끝 오렌지색 2층집에서 헤밍웨이가 머물렀다고 한다.
하얀 외벽의 주택가 가장 끝 오렌지색 2층집에서 헤밍웨이가 머물렀다고 한다.정윤섭
 
누에보 다리 주변에는 카페들이 들어서 있고 스페인풍 주택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다리에서 남쪽 맞은편을 보면 주택가의 가장 끝 쪽에 오렌지색 2층집이 보이는데 이곳에서 헤밍웨이가 살았다고 한다.

헤밍웨이 하면 실제 사건의 현장을 직접 누비며 글을 썼던 20세기 행동주의 작가로도 유명하다. 그는 1929년 소설 <무기여 잘 있거라>를 발표했는데 그가 실제 1차 세계대전 중 이탈리아 전선에 참가하여 쓴 소설이고, 1936년 스페인 내전시에도 종군기자로 참가하여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를 발표해 유명 작가의 반열에 오른다.

1943년 개봉한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는 크게 히트를 쳐 고전 영화의 반열에 올라와 있는 명화이기도 하다. 여주인공 잉그리드 버그만의 짧은 머리와 게리 쿠퍼의 연기가 매우 인상적인 영화다.

이 영화를 보면 반파시스트군으로 내전에 참가한 게리 쿠퍼가 작전상 중요한 교량을 폭파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누에보 다리가 연상된다. 거의 대부분 미국에서 제작된 영화라는데 다리를 두고 전투를 벌이는 장면과 잉그리드 버그만과 게리 쿠퍼 사이의 죽기 전 애절한 모습이 오랫동안 오버랩됐다.

영화에 이 다리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그가 론다에 머물며 소설을 썼다는 것을 보면 론다의 누에보 다리를 연상하여 쓴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영화 자막에 나오지만 헤밍웨이는 소설에서 인간의 존재에 대한 깊이 있는 해명과 종(鍾)이 갖는 상징성을 함축한 말로 이 소설을 쓰게 된 의도를 말한다. 이 글귀는 영국 성공회 신부 존던(1572~1631)이 병상에 있을 때 병과 고통과 건강을 주제로 쓴 기도문을 인용한 것이라고 한다.

"어느 사람이든지 그 자체로 완전한 섬은 아닐지니,
모든 인간이란 대륙의 한 조각이며 또한 대륙의 한 부분이라.
만일 흙덩이가 바닷물에 씻겨 내려간다면 유럽 땅은 그만큼 작아질 것이며,
어느 곳이 그렇게 되더라도 마찬가지이고,
그대의 친구 혹은 그대 자신의 영지가 그렇게 되더라도 마찬가지니라.
어느 누구의 죽음이라 할지라도 나를 감소시키나니,
나라고 하는 존재는 인류속에 포함되어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니라.
그러니 저 조종(弔鍾)이 누구를 위하여 울리는지 알려고 사람을 보내지 말라.
그 종은 바로 그대를 위하여 울리는 것이기 때문이니라."


15~16세기 스페인은 전 세계에 식민지를 건설하며 최강국이 되었지만 20세기 무렵은 오랫동안 혼란과 내전을 겪는 등 몰락한 왕국이 되어 있었다. 많은 관광객이 론다에 찾아오는 것을 보면 스페인의 옛 영화가 그들의 문화 속에서 다시 살아나는 듯하다.
#론다 #누에보다리 #헤밍웨이 #투우장 #헤밍웨이기념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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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를 중심으로 지역의 다양한 소재들을 통해 인문학적 글쓰기를 하고 있다. 특히 해양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16세기 해남윤씨가의 서남해안 간척과 도서개발>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은 바 있으며 연구활동과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 <녹우당> 열화당. 2015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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