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낮 12시께 방문한 인천시 계양산에 위치한 아크보호소 모습.
김화빈
개농장 구조견 민간동물보호시설을 이전하겠다며 후원금을 받은 동물보호단체가 단체 재원 등으로 산 토지를 대표들의 명의로 등기해 지자체로부터 경찰에 고발당했다. 단체 측은 보호소 이전이 예정보다 2년 지체된 데 대한 후원자들의 문의에 '지자체에 민원이 제기돼 늦어지고 있다'는 입장을 전하고 있다.
충남 홍성군은 지난 4월 8일 비영리 임의단체인 '롯데 목장 개 살리기 시민모임(아래 시민모임)'과 박영대 대표, 김영환 동물권단체 케어 대표를 부동산실명법(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케어는 2020년 6월 롯데그룹 상속인들이 소유한 토지 내 불법 개농장의 개 250마리를 구조하기 위해 소유주(롯데 상속인들과는 별도)로부터 개농장을 넘겨받았다. 이후 케어 등은 시민모임을 결성하고 같은 해 11월 개농장을 '아크보호소'로 바꿔 개소했다. 그러나 인천 계양산에 위치한 이곳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이어서 계양구로부터 철거명령과 이행강제금 등 퇴거 압박을 받았다.
홍성군 "단체 소유로 판단해 고발"... 케어 측 "보호소 설립 막으려는 민원"
이에 롯데 상속인 측은 아크보호소를 다른 곳으로 이전해 개를 보호하는 조건으로 시민모임에 6억 원을 지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오마이뉴스>가 확보한 시민모임 결산자료에 따르면, 롯데 상속인들은 2021년 8월(1억 원)과 12월(2억 원)에 총 3억 원을 사업후원 형태로 지급했다. 이후 시민모임은 보호소 이전 예정지인 충남 홍성군 원천리 일대 약 4억8000만 원의 토지 구입을 위해 약 2억3000만 원을 기타항목으로 지출했다. 나머지 약 2억5000만 원은 김영환 대표의 개인대출로 지급됐다. 그런데 시민모임은 2023년 6월~2024년 3월 김 대표의 대출이자 약 130만 원을 매달 대납했다.
홍성군은 시민모임 돈으로 토지를 구입한 점, 김 대표의 대출이자를 시민모임이 대납한 점 등을 이유로 보호소 이전에 제동을 걸었다. 홍성군 관계자는 지난 4월 30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토지 구입비 전액을 단체의 돈으로 집행한 것은 아니지만 절반은 단체의 돈이고 나머지는 대표의 대출"이라며 "하지만 대출 이자도 단체를 통해 지불된 것이 확인돼 사실상 단체 소유로 판단했고, 법률 검토를 거쳐 부동산실명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