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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1년 만에"... 사과, 배 이어 미역도 '비상'

돌미역 채취철에 일손 놓은 동해안 어민들... 예년보다 낮은 수온에 미역 생장 느려

등록 2024.05.04 19:10수정 2024.05.04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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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가는 일 년 농사 망칩니다."

한참 수확해야 할 미역이 자라지 않아 바다를 바라보는 어민들이 한숨을 내쉰다. 원래 동해안 정동진 어촌은 3월 중순에서 5월 중순까지 가장 바쁜 철이다. 맛 좋기로 소문난 돌미역 채취 시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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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곡항(2024/5/2) 강릉시 정동진리 심곡항 ⓒ 진재중

 
바다에 나가있어야 할 어민들이 정동진 심곡항에 삼삼오오 모였다. 예년 같으면 지금쯤 미역을 수확해 말려야 할 시기인데 미역 채취조차 못했단다.

원도식 심곡 어촌 계장은 "미역이 한참 자라야 하는데 이제야 싹을 틔우고 있어요, 지금이 우리 어민들에게 가장 바쁜 시기인데 이러다가는 미역 수확도 하지 못하고 올 한 해 넘기게 생겼습니다"라고 한숨을 내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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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명 앞바다의 암반과 해조류(2023/3/20) 바위틈에서 각종 해조류가 풍성하게 자라고 있다. ⓒ 진재중

     
아래 사진은 2023년 3월과 2024년 5월 같은 해역에서 촬영한 것이다. 2023년에는 3월 중순경에 미역 채취를 시작했는데 올해는 5월 초순인데도 미역이 자라지 않아 수확을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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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명해변(2023/3/20) 암반사이로 검게 보이는 해조류가 미역이다. ⓒ 진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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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조류가 보이지 않는 해안가(2024/5/2) 한참 풍성해야 할 미역이 자라지 않은 해안 ⓒ 진재중

 
육지에 불어온 기후 위기가 바다에 기대어 사는 어민들에게도 다가오고 있다.

창경바리 전통어법으로 매년 미역을 수확하는 정동 1리 어촌 계장 정상록씨는 "아카시아 꽃이 필 때면 미역이 가장 왕성하게 자랄 시기인데 올해는 아카시아꽃도 늦게 핍니다. 변덕스러운 날씨가 어민들 생계를 위협하고 있어요"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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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경바리로 미역채취하는 어민(2023/3/20) 전통어법인 창경바리로 미역을 채취하는 어촌계장 ⓒ 진재중

 
정동진과 심곡은 미역, 톳, 누덕 나물 등으로 봄 한철에 고소득을 올리는 어촌이다. 주변에 암반과 적절한 파도가 있어 해조류가 자라기에 최적의 장소다. 그러나 예측할 수 없는 기후 변화는 미역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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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해조류(2023/3/20) 바위틈 사이로 다양한 해조류가 자라고 있다 ⓒ 진재중

 
2023년도에는 바다 온도가 높아 미역 수확을 앞당겼는데 올해는 온도가 낮아 각종 해조류가 자라지 못하고 있다.

매년 바닷속을 촬영하는 한 수중촬영 전문가 B씨는 "지금은 바다 온도가 낮아 입수하기조차 힘듭니다. 바다 온도가 적절하게 유지되어야 해조류가 잘 자라는데 많이 자라지 않았어요. 특히 미역은 지난해에 비해 반 정도도 자라지 않았습니다"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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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명해변 미역 잘 자라고있는 미역 ⓒ 진재중

 
이렇듯 기후위기는 농작물뿐만 아니라 해조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동해안에서 다시마가 사라진 지 이미 오래고 올해는 미역조차도 잘 자라지 못하고 있다.

이제 기후는 과학을 떠나 어민들에게도 거부할 수 없는 숙명으로 다가오고 있다. 사과, 배에 이어 미역까지 밥상 물가를 위협할 날이 다가오고 있다.
 
#미역 #창경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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