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소가 더불어 살다(2005. 5. 강원도 횡성군 안흥면 말무더미마을).
박도
가장 소중한 것을 잃어가는 현대인
옛 사람들은 집집마다 감나무나 가죽나무, 대추나무, 그리고 소, 개, 닭 등을 집안에 심어두거나 기르면서 그들과 더불어 함께 살았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그들과 한 식구처럼 지냈다. 서리 내리는 늦가을 감을 딸 때 감나무 맨 꼭대기 가지의 감은 '까치밥'이라 하여, 알부러 까치를 위해 한두 개씩 남겨두었다.
그러면 산야에서 굶주린 까치들이 집안으로 찾아와 그 '까치밥' 감을 맛있게 쪼아 먹은 뒤 날마다 집 언저리로 찾아와 감사의 아침 인사를 했다. 그뿐 아니라 멀리 시집간 딸이나 군에서 제대하고 돌아온 막내아들의 귀향 소식을 가장 먼저 그 까치가 귀띔하기도 했다.
이즈음 도시인들은 '까치밥'이 뭔 줄도 제대로 모르거니와 야생동물에 대한 배려심도 사라져 버렸다. 오로지 사람만 사는 세상, 사람만을 위한 세상으로 변해 가는 세태다. 그 결과 동식물뿐만 아니라, 이제는 점차 이상 기후니 자연 파괴 등등 사람조차도 살 수 없는 세상으로 변해 가는 건 아닌지?
이상태의 '까치밥' 수필집을 읽는 내내 '문명'이라는 이름으로 그나마 사람들에게 남아 있던 낭만이랄까, 자연에 대한 사랑과 배려심도 점점 사라져 가는 게 아닌지 하는 기우심이 커진다.
책을 읽는 내내 모처럼 사라져 가는 미풍양속과 '가난한 날의 행복'을 되새김질 한, 참으로 귀한 시간이었다.
까치밥
이상태 (지은이),
한국산문,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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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은퇴 후 강원 산골에서 지내고 있다. 저서; 소설<허형식 장군><전쟁과 사랑> <용서>. 산문 <항일유적답사기><영웅 안중근>, <대한민국 대통령> 사진집<지울 수 없는 이미지><한국전쟁 Ⅱ><일제강점기><개화기와 대한제국><미군정3년사>, 어린이도서 <대한민국의 시작은 임시정부입니다><김구, 독립운동의 끝은 통일><청년 안중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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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선 점차 사라지는 '까치밥', 가난한 날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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