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2주기를 맞은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묘역에서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씨와 아들 노건호씨, 유족들이 고인을 추모하며 헌화를 하고 있다.
유성호
추도사는 장문이어서 그 내용 중 일부를 발췌해서 들어 본다.
노무현 대통령 2주기 추도사
세월이 무상해서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가신지 어느덧 2주년이 되었습니다.
지금 다시 생각해 봐도 전직 대통령의 급작스런 하세는 온 세상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던 안타깝고도 기막힌 일이었습니다. 퇴임 후에도 이 나라의 보통 사람들이 그렇게도 좋아하고 따르던 그리고 전직 대통령 중에서도 가장 젊었던 분이 현직에서 물러난 지 불과 1년여 만에 그렇게 홀연히 가셨으니 세상이 어찌 경악하지 않았겠습니까.
그 불의의 소식을 듣고 그저 망연하기만 하여서 할 말을 잊었던 지난날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물러나신 뒤에도 재직기간의 실적을 스스로 정리하기 위해 자료들을 준비했던 것으로 짐작하지마는 그 일조차 이루지 못하고 가시니 또한 앞으로 우리 역사의 올바른 서술을 위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전직 대통령이 스스로의 치세를 정리한 또 하나의 의미 있는 기록이 남을 뻔했는데 말입니다.
한 나라의 통치권자는 한 치의 가림 없이 온몸으로 역사 앞에 서게 마련이며, 한 정권에 대한 최고, 최후의 평가는 결국 역사가 하게 마련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누가 뭐라 해도 역사 앞에 정당한 정권만이 옳은 정권이며 역사 앞에 떳떳한 집권자만이 당당한 통치자인 것입니다.
반세기 동안이나 국권을 빼앗겼다가 되찾은 뒤에 또 문민독재와 군사독재를 겪어야 했던 우리 사회가 그 불행했던 역사를 극복하고 나아가야 할 당연한 방향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면의 민주주의의 발전이며 불행한 분단민족사회로서의 당면과제인 평화통일사업의 추진 그것이었습니다.
그 점에서 '국민의 정부' 뒤에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가 성립된 것은 남북을 막론한 우리 민족사 전체를 위해 크나큰 축복이었습니다. 노 대통령께서 취임하시던 날 마침 남북역사학자협의회 관계로 평양에 있었습니다만 북녘 요인들도 노 대통령 참여정부의 출범을 민족사회의 앞날을 위해 크게 기뻐해 마지않았습니다.
분단민족사회 정권의 또 다른 절대 과제인 평화통일 부분에도 참여정부의 업적이 크게 기록될 것이 확실합니다. 6·15 남북공동선언으로 '국민의 정부'가 열어 놓은 민족통일의 길을 활짝 더 넓힌 것이 참여정부였습니다. 6·25 전쟁의 발발로 인해 적대될 수밖에 없었던 남북관계가 6·15 공동선언을 통해 동족관계로 환원되기 시작했지마는 참여정부에 의한 10·4 남북합의가 그대로 실행되었다면은 남북관계는 더 확실하고 더 돈독한 동족관계를 굳혀 갔을 것이 확실합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참여정부 시기의 남북관계 발전에 의해 개성공단이 준공되고 오랫동안 끊겼던 남북철도가 연결되었으며 남북 사이에 육로 관광길이 열렸고 어느 때보다도 남북 사이의 인적 왕래가 급증했습니다. 그 때문에 휴전선은 군사대결선 내지 남북분단선의 성격이 약화됨으로써 국토의 통일이 현실적으로 착착 추진되고 있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위상과 업적을 말할 때 우리 역사 위에 영원히 빛날 또 하나의 위대한 치적을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즉 지난 어느 정권도 하지 못한 과거청산작업의 추진이 그것입니다. 하나의 민족사회가 한때의 실수로 타민족의 강제 지배를 받았거나 독재 권력의 횡포를 당했다면 그 기간을 통해 민족을 배반하고 외적의 지배에 협력했거나 독재정권에 동조해서 반역사적 행위를 자행한 자들에 대한 응징은 반드시 있어야만 하는 것입니다.
참여정부 5년간에 수립된 업적이 그리고 그 역사가 각 부분에서 정체되거나 훼손되거나 후퇴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10·4 남북합의가 전혀 이행되지 못함으로써 평화적 민족 통일과 국토통일의 길이 일시나마 막혀버렸음이 대단히 걱정되고 안타까운 것입니다.
그러나 역사는 결코 우리를 배반하지 않는다는 소신 또한 확고합니다. 노무현 대통령께서 걸어오신 길은 그리고 재직 기간에 이루어 놓은 그 업적은 누가 무어라 해도 민족사적으로나 세계사적으로 올바르고도 떳떳한 길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앞으로도 성립될 올바른 역사노정에 선 정권들에 의해 반드시 계승될 것이라 확신해 마지않습니다.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가셨지마는 님의 그 고귀한 뜻은, 그리고 그 빛나는 업적은 우리 역사 위에 영원히 영원히 기록될 것입니다. 우리 모두에게 그렇게도 소탈한 인품으로 비쳤던 님은 민족사 위에 영원히 사는 우리 대통령입니다. 그 모든 것을 역사의 평가에 맡기고 편히 잠드소서. 거듭 거듭 명복을 빌어 마지않습니다.
2011년 5월 23일
전(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장 강만길 배 (주석 2)
주석
1> 강만길, <내 인생의 역사공부 / 되돌아 보는 역사인식>, 창비, 2018, 470쪽.
2> 위의 책, 319~323쪽,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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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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